제가 올해 읽었던 책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올해라곤 해도 아직 4일이 남은만큼 여기에 몇 권이 더 추가될지는 모르죠. 그렇지만 따로 코멘트를 달만한 책이 추가될것 같진 않기에, 미리 쓰고자 합니다. 목록만 제시했던 전년도와는 다르게 이번년에는 분야별로 주목할만한 책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였습니다.

제목이 굵게 표시된 책은 이전에 제 블로그나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자세한 서평을 썼던 책들입니다. 그런 책들은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서평에 대한 링크가 뜹니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아보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년에 비해서는 좀 밋밋한 선정인 듯 싶어 아쉽군요.

이글턴『신을 옹호하다』강주헌, 모멘토
루카치『소설의 이론』김경식, 문예출판사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
보네거트『마더 나이트』김한영, 문학동네
보네거트『타임퀘이크』박웅희, 아이필드


총류
서평에서 잡다하게 쓰기는 했지만, 일본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종교
세 권 다 권할만 합니다. 다만 한국 교회의 복음주의적 경향에 깊이 공감하시는 분이라면 꽤나 난감해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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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는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개신교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다룬 책입니다. 구한말 '근대화'의 상징으로서의 교회, 북한과 교회(주로 감리교와 장로교)의 관계, 독재정권 시기 교회의 관점, 대형교회와 보수주의 세력간의 결탁 문제 등... 단점도 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개신교 특정 종파에 치중된 느낌이 강한데다 교회의 긍정적 역할을 발굴하려다 보니 부정적 역할에 대한 서술이 다분히 축소된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런 영역을 감수하고도 볼 가치는 있습니다. 어쨌거나 종교에 대해 세속적 접근을 시도하면서도 이 정도의 균형을 갖춘 책은 분명 드문 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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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문학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현대의 자본주의적·사회주의적 무신론을 비판한 책입니다. 무신론이 어떤 논리적 허점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의 본래 가치를 어떤 식으로 왜곡하는지 비판한 책이죠. 그와 동시에 본래의 기독교적 신이 어떤 미덕을 가지고 있는지 그만의 시선으로 포착해냅니다. 그가 복원해내는 '소외된 자로서의' 하느님은 비신자의 가슴마저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을 때는 아직 비신자였지요. 다만 그 아름다움은 즐거움과 동시에 슬픔 또한 가져옵니다. 어쨌거나 현실의 교회 공동체에서 이글턴이 말하는 하느님을 찾기란 어려울 게 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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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말하는 동성애』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성서 비평학에 의거한 보수주의 신학 비평서입니다. 가톨릭, 개신교 할 것 없이 기독교 신자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 근거는 많은 경우 성서에 기반합니다. 그런데 성서에서 동성애를 정말 그런 식으로 취급했냐 하는 거죠. 흔히 교회에서 동성애 혐오의 근거가 되는 구절들을 집어다가 그것이 왜곡되게 이해되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문학(이론)
  • 망구엘『독서일기』강수정, 생각의나무
  • 루카치『소설의 이론』김경식, 문예출판사
  • 복거일『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문학과지성사
  • 복거일『수성의 옹호』문학과지성사
  • 황호덕『프랑켄 마르크스』민음사
  • SF판타지도서관《미래경》(2) SF판타지도서관
딱히 권할만한 책은 게오르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뿐입니다. 『소설의 이론』은 소위 '전기 루카치'를 대변하는 이론서로 평가되는 책으로, 루카치가 근대 문학의 기원과 그 성격에 대해 규명하고자 한 책입니다. 근대 문학을 다루고자 하면서도 정작 이야기는 그리스 서사시에서부터 시작하는데다 독일 비평가들 특유의 비유적 표현으로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한두번 읽어서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근대 문학의 '리얼리즘'과 '장편 소설'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규명한, 고전적 이론서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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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복거일의 책들은 그가 여러 곳에 기고했던 쪽글들을 모은 책인데, 문학에 관련된 글들만 찾아 읽을 것을 권합니다. 특히 『수성의 옹호』에 실린 「전체주의 사회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가?」와 같은 글이 권할만 합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전혀 읽을 가치가 없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망구엘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적은 여행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책에 대해서라면 차라리 과거에 나왔던 『독서의 역사』가 더 낫습니다.

문학(한국)
  • 김보영『멀리 가는 이야기』행복한책읽기
  • 김보영『진화신화』행복한책읽기
  • 김이환『집으로 돌아가는 길』이타카
  •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
  • 배명훈『안녕, 인공존재』북하우스
  • 앤솔러지『백만 광년의 고독』오멜라스
  • 앤솔러지『소설 이천년대』생각의나무
  • 장정일『구월의 이틀』랜덤하우스
  • 정보라『문이 열렸다』새파란상상
  • 정이현『너는 모른다』문학동네
  • 최제훈『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퀴르발 남작의 성』이 권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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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기왕에 장난끼 넘치는 언어유희를 장기로 삼아왔던 박민규가 정색하고서 진지한 이야기를 시도한 장편 소설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겠고요. 단순히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사소한' 조롱들이 모여 한 개인에게 구조적 폭력으로 변화되는 과정과 그 폭력이 극복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다룬 소설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베스트로 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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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은 19세기 영국 고딕 문학의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쓴 8편의 단편을 모은 책입니다. 『드라큘라』, 『셜록 홈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프랑켄슈타인』 등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소설들이죠. 특히 연작을 염두에 쓴 책은 아닌 듯 한데도 통일된 구성을 보인다는 점 또한 재밌습니다. 특히 첫 단편과 마지막 단편을 보면 그게 드러나는데... 아울러 이 책이 스스로를 작가와 독자, 세계 사이에 위치시키는 방식 또한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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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는 김보영의 『진화신화』에 실린 「0과 1 사이」라는 단편도 권할만 합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이나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에도 견줄 수 있는 걸작 SF 단편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단편은 웹진 크로스로드에서 발표된 단편들을 묶은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라는 단편집에도 실려 있는데, 불행히도 이 책에는 김보영의 단편 외에 볼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구월의 이틀』과 『너는 모른다』는 권하지 않습니다. 전자는 보수주의자들을 풍자하고자 한 소설인데 그 정도가 과해서 독자들이 작가의 진의를 못알아볼 지경이고, 후자를 보느니 차라리 아침드라마를 보는게 더 낫습니다.

문학(중국)
  • 루쉰『루쉰 소설 전집』김시준, 을유문화사
딱히 권하지는 않습니다.

문학(영미)
  • (미상)『가윈 경과 녹색 기사』이동일, 문학과지성사
  • 딕  『유빅』한기찬, 문학수첩
  • 르 귄『날고양이들』김정아, 봄나무
  • 르 귄《서부 해안 연대기》이수현, 시공사
    • 1권『기프트』
  • 르 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최한림, 미래사
  • 르 귄《어스시》최준영/이지연, 황금가지
    • 5권『어스시의 이야기들』
    • 6권『또 다른 바람』
  • 르 귄《헤인 연대기》
    • 4권『어둠의 왼손』서정록, 시공사
  • 보네거트『갈라파고스』박웅희, 아이필드
  • 보네거트『고양이 요람』박웅희, 아이필드
  • 보네거트『마더 나이트』김한영, 문학동네
  • 보네거트『타임퀘이크』박웅희, 아이필드
  • 브래드버리『화성 연대기』김영선, 샘터
  • 브래드버리『화씨 451』박상준, 샘터
  • 스칼지『노인의 전쟁』, 이수현, 샘터
  • 앤솔러지『다른 늑대도 있다』정소연, 창비
  • 젤라즈니『드림 마스터』김상훈, 행복한책읽기
  • 젤라즈니《앰버 연대기》최용준, 예문
    • 1권『앰버의 아홉 왕자』
    • 2권『아발론의 총』
  • 젤라즈니『집행인의 귀향』김상훈, 북스피어
  • 파워스『낯선 조류』김민혜, 샘터
『마더 나이트』를 권할만 합니다. 평생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소재에 천착해온 커트 보네거트가 만년에 남긴 걸작이라 할 수 있죠. 보네거트 본인도 참전자였습니다. 포로병으로서 드레스덴 폭격을 목격했었죠. 여하간 이 책은 종전 이후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서 전범 재판을 받게 된 나치 전범(주인공)을 중심으로 전쟁 당사자들의 심리 상황을 보여줍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이력에서도 짐작되듯 악인들의 평범성과 이중성에 대해 다루죠. 제게 유독 기억에 남는 대목은 이겁니다. 한 흑인이, 자신은 2차 대전 당시에 유색인종으로서 일본을 지지했다면서도 중국인은 혐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이 여기에 대해 되물으니까 그 흑인이 대답하죠.

"누가 중국놈들 따위를 유색인종이랍디까?"

따로 글을 쓰진 않겠지만 같은 작가의 『타임퀘이크』도 아주 좋습니다. 『제5도살장』과 더불어, 작가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탁월하게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죠.

-
이외에 스릴러 소설을 찾으시는 분이라면 『유빅』과 『집행인의 귀향』도 괜찮습니다. 둘다 반전이 일품인 소설이죠. 『낯선 조류』도 괜찮은 해적물이긴 합니다. 특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에 준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영화의 팬들도 읽어볼만 하죠. 공식적으로는 4편의 원작이 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미 1~3편에 다 써먹은 소설을 뭐 새삼스레 원작으로 삼겠다는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다만 극중 해적들의 어조가 영 해적답잖게 번역되었고, 작가가 섬세하게 집어넣은 카리브해의 역사·종교·정치에 대한 주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프트』는 같은 작가의 『어스시』시리즈 1~3권을 생각하면 영 함량 미달의 소설이고... 『어둠의 왼손』이나 『화씨 451』, 『화성 연대기』 또한 SF 팬 사이에서는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지만 지금에 와서 읽기에는 다소 낡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젤라즈니의 중단편집 『드림 마스터』에는 작가가 사랑해마지 않는 '정체 불명의 다크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가 지겹도록 나옵니다. 어떤 의미에선 『앰버 연대기』도 이 연장선에 서 있죠.

문학(프랑스)
  • 뒤마『몬테크리스토 백작』오증자, 민음사
권할만 합니다. 쓸데없으리만큼 긴 장광설들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설렁설렁 건너뛰어가며 읽으면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불릴만한 흡입력을 보이죠. 후대의 복수극들은 대부분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아류작이라는 소릴 듣는데, 그럴만한 매력을 지닌 소설입니다.

문학(이탈리아)
  • 칼비노『반쪼가리 자작』이현경, 민음사 (재독)
  • 칼비노『존재하지 않는 기사』이현경, 민음사 (재독)
칼비노의 소설에는 화끈한 박진감이나 흡입력은 없지만 두고 두고 곱씹을만한 매력이 있죠. 『반쪼가리 자작』은 몸 자체가 두 개로 나뉘어서 한쪽에는 선한 인격이, 다른 한쪽에는 악한 인격이 담긴 자작의 이야기입니다. 마냥 선이 좋게만, 악이 나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악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담긴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몸이 없고 갑옷만으로 존재하는 '인간같지 않은 이상적인 기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만 보면 두 소설 모두 '몸'이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는 셈이죠. 이 두 소설이 포함된 《우리 선조들》삼부작은 오래 전에 절판되어서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올해에 위의 두 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재간됨으로서 모두 편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학(러시아)
  • 불가코프『거장과 마르가리타』정보라, 민음사 (재독)
  • 앤솔러지『무도회가 끝난 뒤』박현섭/박종소, 창비
  • 체호프 『벚나무 동산』강명수, 지만지고전천줄
  • 크릴로프『끄르일로프 우화집』정막래, 문학과지성사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권할만 합니다. 러시아 매직 리얼리즘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도 할 수 있죠.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낮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컬트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요. 아마존 러시아문학 코너에서는 이 소설이 『전쟁과 평화』, 『죄와 벌』과 함께 판매순위 최고위를 다툴 정도입니다. 여하간 이 소설은 소비에트 정권 시절의 모스크바에 현현한 악마와 탄압받는 예술가, 고뇌하는 본디오 빌라도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합니다.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풍자, 불변하는 예술의 가치, 인간의 구원 가능성과 그 주체 등에 대한 주제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죠. 다만 불가코프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들을 참고했기 때문에(중세 유럽 민담, 당대 모스크바와 고대 예루살렘의 지명·인명 등) 소설만 봐선 그 참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시중에서 나온 책 중에선 문학과지성사판의 주석과 민음사판의 역자 해설이 이 부분을 가장 상세하게 해결해주는 편인데, 사실 그것만으론 많이 부족하죠.

문학(터키)
  • 케말『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오은경, 문학과지성사
그냥저냥 읽을만합니다. 중편 소설 두 작품을 모은 책입니다. 과거의 전통이 현재의 인간을 어떻게 얽어매는지 다룬 소설들이죠. 명예살인을 다룬 표제작,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가 인상적입니다. 유사한 소재를 다룬 메리메의 「마테오 팔콘느」완 정반대로 나가죠. 두 소설에서 다루는 사건 자체는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와 정 반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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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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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은 2009년에 읽은 책. 만화나 과제 도서는 제외했다.

사실 '2009년에 읽은 책'을 말하기엔 조금 이른 때이기야 하다. 내 독서 패턴 상 월 말쯤 되면 이왕의 목록에 못해도 7,8권쯤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한해 독서 현황을 정리한다는게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니고 하니 일단 공개부터 해서 기정사실화한 다음 차차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예년과는 달리 각 작품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일일히 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왕에 이 블로그나 거울 웹진, 북시 위키 등에 썼던 해당 작품 관련 글들을 링크하고자 하니 해당 작품에 대한 내 코멘트가 궁금한 분들은 그 링크를 찾아보면 되겠다. 제목에 링크된 것은 블로그에 썼던 '서평'이고, 그 뒤에 괄호쳐진 '(북시)', '(거울)' 등의 링크들은 해당 공간에 썼던 글들을 지칭한다. '(잡글)'은 그 작품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썼던 잡설을 이야기한다. 아예 따로 그 작품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만 링크했고, '근황' 류의 글에 넣었던 코멘트는 링크하지 않았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경우처럼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가도 그 성과를 북시 위키 등으로 집약시킨 경우에는 '최종 버전'만을 소개했다. 

'올해의 베스트 5'는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다. 제시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머나먼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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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캐넌의 세계(환상문학전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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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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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엘리자베스 문 (북스피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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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하일 불가코프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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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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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읽은 책  (0) 2008/12/24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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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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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를 읽자니 아직 황금가지 홈페이지가 살아있을 때 누군가가 "『어스시』시리즈 나머지는 언제 번역되나요?" 하고 질문을 올렸다가 - 아마도 이영도의 팬이 아닐까 추정되는 누군가에게 - "그딴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드래곤 라자』 양장본이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리플을 얻어들은 걸 본 게 생각난다. 해당 리플을 실시간으로 본 게 아니라 다른 일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이라 제때에 화를 내지는 못했고, 그 때문에 그날 내내 기분이 꽤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까지도 내가 이영도의 팬 때문에 불쾌함을 맛봐야 했던 두 경험 중 하나로 꼽는 사건이고. (또 하나는 뭐냐고? 음... 이영도가 한국문학사에서 따라올 위인이 없는 최고의 작가라고 강변하던 작가지망생과 키워를 벌였던 추억.)

지금 시점에서는 그 기억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문제의 그 팬이 그리도 떠받드는 이영도라면 절대 르 귄의 작품을 '그런 거'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부를 수도 없고. 이영도가 이 정도로 대놓고 빌려온 작가를 그 팬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대우한다는 건 도저히 말이 안되는 일 아닌가 말이다. (『어스시』의 '진짜 이름'과 『눈마새』의 '신명'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까?) 예전 기억에서의 그 양반이 기껏해야 '철딱서니 없는 것' 정도였다면 지금은 '무례한 놈' 쯤으로 평가가 하향조정되었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좋은 작품을 점점 더 많이 접할 수록 이영도 '팬덤'에 대한 평가는 점점 떨어져가는게... 정말이지 광신도는 장르를 불문하고 만인의 적이라는 게 진리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독서 경험이다.

...라고 써놓고 보니 작품 이야기는 하나도 안했군. 작품 이야기는 나중에,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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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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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 아니 돌아올 -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영화제 개최 기간 내내 장르문학 북페어도 함께 여는 모양이다. 계간 《판타스틱》의 주간으로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 모양이다. 혹여 잊어버릴까 싶어 미리 기록해둔다. (그때쯤이면 나도 가볼 가능성이 제법 높다.) 도서 할인행사도 열 모양이다. 참여한다는 출판사들을 하나 하나 짚어보면...


이렇게 골때리는 일이 있나. 알고 보니 2007년도 기사를 보고 잘못 보고 적은 글이었다. 이 출판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니 글은 그대로 남겨두겠지만 , 이 출판사들이 반드시 참여하진 않는다는걸 감안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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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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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아온, '2008년에 읽은 책'

예전에 읽었던 걸 다시 읽은 책, 수험 서적(토플, 한자 등), 만화, 아직 밝힐 수 없는 책들은 제외. 도색잡지는 없으니 의심 마시라.

...그러고 나니 쓸 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건 우째서...



총류
교수신문『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1』생각의나무
목차(도서 창고 위키)
학술언론, 교수신문에서 연재되었던 번역 비평 특집 기사를 (1차로) 묶어냈던 책들이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의 내게는 꽤 비싼 가격이었던지라(요즘에 와선 책의 가격에도 제법 무덤덤해졌다) 제법 고심한 뒤에 샀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고 난 직후에는 대만족. 한동안은 이 책에 실려 있는 번역 비평들을 신처럼 신봉하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지만, 번역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들춰보게 되는 책이라는 것은 여전하다. 현재는 2권까지 출간.
모색 『계간 모색 5호 : 학문후속세대의 새로운 전망을 꿈꾼다』이후
리뷰(2008/09/06)
학문하며 산다는 것의 우울함을 가르쳐주었던 책... 그러고보니, 모 번역자가 로스쿨로 진학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인문학자의 길은 인생의 특정 시점에서 특정한 공간에 서 있어야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게 생각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던 것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야르『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김병욱, 여름언덕
내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아직까지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올해 중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1월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 아니던가. (정말 의아해서 지난 글들을 뒤져보니, 두어번 언급하긴 했었다) 
열린책들『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열린책들
리뷰(2008/03/19)
정가는 3천원밖에 하지 않는 이 책이 중고 시장에서는 5만원도 넘게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거래가 성사되는 걸 본 적은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가격으로 팔고 싶어하는 이가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게다. 좋은 책이 일찍 절판되어버린 통에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하나 영 마음이 편치는 않다. 

철학
김상봉『도덕교육의 파시즘』길
도갤에선가 우연히 알게 되어 읽었던 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책 치고는 제법 딱딱하지 싶더라만, 그래도 읽을만 하다. 주제 자체가 워낙 심각하고 중요하니까. 모 웹진에 서평을 보내려고 골랐던 책이기도 하다. (늦게 쓰는 바람에 결국 싣지는 못했지만. 이번달에는 다른 원고를 보낼 예정이다.)
신동준『공자와 그의 제자들』한길사
리뷰(2008/06/30)
얄롬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시그마프레스
이훈진『편집성 성격장애』학지사
확실히 그런 시절이 있긴 했다. 혹여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안좋게 보진 않을까, 못마땅히 여기지 않을까, 내쳐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던 때가. 물론 그게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쉽사리 떨쳐내기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급기야 선택한 것이 심리학을 공부하는 거였다. 차라리 내 현재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걸 극복하기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원래 의도했던 것은 얻지 못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편집성 성격장애'와 내 증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법 도움을 얻기도 했다. 증세가 같지 않다는 것에 - 다시 말해 내가 앓는 것이 '병'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 안심했으니까.

종교
이강엽『신화』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신화의 개념과 그 요소에 대해 다룬 책이다. 작년에 읽었던 『신화의 역사』보다는 좀 딱딱하긴 해도, 신화학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데는 굉장히 쓸만한 책이지 싶다. 특히 「신화와 현대문화」 챕터를 보고 나선 같은 총서의 『현대문화와 신화』도 이 저자가 집필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이 정도의 퀄리티만 유지된다면 '문학의 기본 개념' 총서의 미래도 밝으련만.
이윤기『뮈토스 1』고려원
언제 읽었는지는 고사하고 내용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
정재서『이야기 동양 신화 1』황금부엉이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2)
김산해『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
리뷰(2008/12/21)
김지방『정치교회』교양인
리뷰(2008/12/22)

경제학
우석훈『88만원 세대』레디앙
리뷰(2008/04/26)
우석훈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88만원 세대』의 핀트를 약간 바꿔서 20대 젊은이들이 힘든 건 그들이 못났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책을 썼다면 책이 훨씬 잘팔렸을 거다'라고 주장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웃기시네. 우석훈이 문장만 좀 더 근사하게 뽑아내는 사람이었어도 책이 두 배는 더 잘팔렸을 거다. 사실 이 정도로 엉망인 문장을 봐야 한다는 건 거의 재앙에 가깝다. 『괴물의 탄생』은 이보다는 훨씬 낫더라.
우석훈『괴물의 탄생』개마고원
"경제학자로서 현재의 위기에 어떤 해결책을 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전제했던 책. 그 결론에는 썩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그런 자세 자체는 퍽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인문학자가 비슷한 어조로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장하준『사다리 걷어차기』형성백, 부키
글 자체는 흥미로운데 이상스레 영 읽히지는 않았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우상을 떠받드는 이들을 조금은 더 똑똑하게 가소로워할 수 있게 해준 책.
샤피로『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공혜진, 서돌
adios777 형님이 추천해 주셨던 책. 그러고보면 그 분은 지금 어디서 뭘 하시는지...

법학
김두식『헌법의 풍경』교양인
법학 교양서. 그냥 법조계 전반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사담 형식으로 푼 책이다. 그런 책에 『헌법의 풍경』이라는 제목은 좀 과하지... '전관예우'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밀하게 쌓아올려진다는 사실을 안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임종인外『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
사실 이 책도 서평을 쓰려고 준비는 해뒀었는데 결국 쓰질 못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책인데도 정작 글은 쓰질 못했으니...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과 맞서야 하는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를 알려준 책이었다. 총과 마약으로 무장한 건달들보다도, 펜과 명함으로 치장한 와이셔츠 군단이 훨씬 마피아에 가깝다는 걸 가르쳐준 책이기도 하고...
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책세상
제목'은' 훌륭하다. 허나 굳이 말하자면 개론서 성격을 띄는 책에 '~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닐지. 나온지 제법 되는 책인지라(2001년) 내용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게 없다만 그내용을 '생각보다는' 쉽게 풀어내는 데 놀랐다. 조국 교수는 그저 잘생긴 얼굴로 유명한 교수 정도로 알고 있었다만 이만하면 다른 저술에도 관심가져볼만 하다 싶을 정도였다.

교육학
강성민『학계의 금기를 찾아서』살림
살림지식총서. 좋은 책이긴 했다만 『모색』에 비하면 좀 충격이 덜하긴 했다. 분량 자체가 워낙 짧은 책이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서도.
Bain 『What the best college teachers do』Harvard Univ.
밤 중에 하릴 없이 TV 채널을 돌려보다 우연히 보게 된 EBS 다큐멘터리... 거기서 참고 문헌으로 제시되었던 책이다. 알고 보니 그때쯤 유행하던 소위 '긍정의 힘'이라는 게 교육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가 다룬 책이었다. 좀 호기심이 생겨서 일부러 원서를 구해다 보긴 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책을 덮을 때까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짐작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부분은 없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반성하긴 한다. 과연 이 책의 출판사가 "Havard Univ."가 아니었다면 굳이 원서를 구입했겠는가 하고) 

문학(총류)
고장원『SF의 법칙』살림
살림지식총서. 책 초반에 SF의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 평소 절대 SF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작가들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보곤 잠시 책을 덮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쥘 베른보다도 앞선 시대에 속하는 작가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책을 산건가 싶어서. 끝까지 읽고 나니 그렇게 나쁘지도, 어렵지도 않은책도 아니었다만 초장에 당했던 떨떠름한 기억은 영 지우기 어렵다. 그런 식으로까지 자신의 가치를 부풀려야 하는 걸까. SF라는 장르는.
린드버그『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박혜숙『소설의 등장인물』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등장인물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에 꽤 좋았던 책. 물론 정말 심도있는 논의야 전문적인 비평서들을 뒤져야 하겠지만, 이만하면 책값은 한 셈이다.
에코 『논문 잘쓰는 방법』김운찬, 열린책들
리뷰(2008/02/28)
안정효『글쓰기 만보』(메멘토)
번역으로도 유명한 작가의 작법서. 해서 번역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했었다만 그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했다며 잘 안하려 하는 것에 약간은 실망하기도... (물론 이해는 한다) 출판사에서는 글쓰기 전반에 대한 참고서인양 광고를 해대서 샀는데 정작 읽어보니 '소설' 창작에 대한 글이었다. 음... 확실히 그 분야에서는 제값할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더이상 소설 창작에는 관심 갖지 않게 된 내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윤오영『수필 문학 입문』태학사
작법서. 도갤에 어떤 이가 도서 추천을 부탁하자('남에게 안알려주고 자기만 읽던 책이 있다면?') 다른 도갤러가 답한 책이었다. 호기심에 한 번 사서 봤는데... 제법 괜찮다. 
이태준『문장강화』이형택, 창작과비평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가. 책 자체가 워낙 낡아서 그럴 테지만 『수필 문학 입문』이나 『글쓰기 만보』에 비하면 그닥.., 아, 인터넷 서점에서의 가격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우월하더라만.
지라르『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김치수外, 한길사
작고한 비평가 김현이 무척이나 좋아했다던 평론가... 덕분에 한국 문단에서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제법 큰 영향도 끼쳤다고 하는데, 김현의 팬을 자처하는 내가 이 평론가를 접한 건 올해에 들어서다. 책에서 다루는 작품 대부분을 읽지 않았던 것에 상당히 자신없어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놀라우리만큼 만족스럽다. 세상에. 비평이 이리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적과 흑』의 경우는 지라르의 설명이 워낙 훌륭해서 중간에 참지 못하고 『적과 흑』을 사서 읽은 다음에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었을 정도다. 그가 제시했던 '욕망의 삼각형'이라는 이론도, 근본적으로는 그 이론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솜씨가 있었기 때문에 훨씬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문학(앤솔러지)
김이환外『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황금가지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다만 문장에 개재된 김보영 씨의 단편 「스크립터」(링크)를 보고는 기겁해하며 황급히 주문했더랬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절대 책값 아까워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물론 그렇기는 했다. 하지만 「스크립터」만큼이나 충격적이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단 말씀. 수록된 작품들이 대개 작가의 데뷔작이거나 초기작이라는 걸 감안해야 할까. 그래도 「초록 연필」같은 단편도 건졌으니 손해는 안봤다 싶지만.
박민규外『앱솔루트 바디』해토
저자 중 한 분에게서 선물받은 책... 딱히 그 분과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열었던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된 것 뿐이다. 사실 수록된 작품들이 그렇게 괜찮다는 인상은 받질 못했다.
이문열『세계명작산책』살림
예전에 이 책을 두고 '이문열이라는 이름에 이를 박박 갈면서도 어쨌든 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국에 출간된 세계명작 앤솔러지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앤솔러지가 아닐까. 물론 선정자의 정신나간 취향이 드러나긴 한다. 가령 1권 「사랑의 여러 빛깔」에는 정작 제대로 된 로맨스 작품이 거의 없고, 2권 「죽음의 미학」에는 초장부터 미시마 유키오의 정신나간 단편 「우국」이 수록되어 있는 식으로.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 해도 정말 최정상급의 앤솔러지인 것만큼은 분명...

한국문학
강명관外『공부의 즐거움』위즈덤하우스
공부 좋아하기로 유명한 명사들을 모아둔 건 좋은데, 그래놓고서 시킬 짓이 '난 어떻게 성공했소' 하는 식의 자기자랑밖에 없었을까? 그저 목차에서 필진들의 이름을 확인해두었다가 그들의 저서를 하나씩 읽어보는게 더 내실있는 독서가 되리라.
김훈 『남한산성』학고재
일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김훈만큼이나 내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는 드물다. (링크) 굳이 꼽자면 이영도 정도나 들 수 있을까. 여하간 이 사람에게서 소설가로서의 가능성을 접게 된 건 『개』 때부터였다고 기억한다. 해서 『남한산성』이 발표되었을 때도 좀 심드렁한 심정으로 들으며 주문했었다. 글쎄. 물론 『개』보다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언론에서 호들갑 떨던 것처럼 '끝내주는' 글은 아니었다. 그저 그냥 그대로 가면 밥은 안 굶고 살만하겠다 싶은 정도랄까...
기형도『기형도 전집』문학과지성사
작년에 휴학하기 전, 숙소 인근의 모 서점에 들렀다가 그냥 나오기가 마땅치 않아 짚히는대로 사들고 온 책이었다. 정작 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몇 번 들춰보다 만 상태로 묵혀두다 올해 들어서야 읽은 것인데... 그냥 괜히 샀지 싶었다. 여전히 시는 내 분야가 아니니 평가할 부분은 아니지만 산문은... 글쎄다. 비범한 시재(詩材)를 확인하기엔 영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김수영『김수영 전집』민음사
「시」 편은 진작에 생일 선물로 받아서 읽었었고, 올해 읽은 책은 「산문」편이었다. 시인의 외모 때문인가.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필치를 예상했거늘 정작 그의 필치는 수더분하기 그지 없었으니... 비유하자면 '젖은 88 라이트'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물론 그런 느낌도 나쁘지 않더랬다. 확실히 좋은 시인은 좋은 산문을 쓸 줄 안다. 『김수영 전집』을 읽다 알게 된 사실 하나. 김수영이 번역했다고 알려진 작품 중에서 적어도 한 작품은 그가 직접 번역한게 아니다.
김이환『양말 줍는 소년』황금가지
리뷰(2008/06/26)
나승규『해한가』시드노벨
꽤 오래전부터 쓰겠다고 설레발쳐댔으면서도 결국 나는 이 소설의 리뷰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써놓은게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써놓은게 A4 7페이지 분량. 나머지로 계획했던게 4,5페이지 쯤 남았긴 하지만, 지금 상태로도 업로드하기에 부족한 분량은 아니다. (심히 허접할 거라는게 문제지...). 글쎄. 이 소설에 대한 내 입장 변화는좀 묘한 구석이 있다. 읽을 때는 굉장히 몰입했으면서도 읽고 나서는 사정없이 후드려까댔고, 그러면서도 장문의 리뷰를 썼다. 그러다 이글루스 등지에 『해한가』리뷰가 수두룩하게 올라오게 되면서부터는 나도 그냥 시들해졌고... 앞으로도 그 미완성 원고가 완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가끔 사람들이 "왜 서평 안써요?"하고 놀릴 때나 이야기하게 되겠지.
듀나 『용의 이』북스피어
다 읽긴 읽었으되... 작가로서의 듀나는 서서히 하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평양 횡단특급>에서 그가 구사하던 군더더기 없고 정갈한 문체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가 쓰는 글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지지만 그만큼 씁쓸함도 늘어간다. 그건 그렇고 듀나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는데, 신비주의 전략도 이제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이미 듀나가 자신의 비밀을 비싸게 팔 수 있는 시기는 지난 듯 한데.
정은궐『해를 품은 달』시공사
그놈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판평대...때문에 읽어야 했던 작품. 로맨스 소설은 전혀 읽어보질 않았던 지라 내심 걱정했다가, 의외로 잘 읽히는 것에 신기해하며 읽었었다. (최근에 『타임 패트롤』을 읽으면서도 느꼈었지만, 나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내 자신의 적응력을 지나치게 낮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꼴에 전공자랍시고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한문 경구들에 감탄하기도 했고. 작가가 공부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중국문학
풍몽룡『동주 열국지』김구용, 솔
리뷰(2008/02/28)
오승은『서유기』서울대, 솔
리뷰(2008/06/05)
포송령『요재지이』김혜경, 민음사
청나라 때 엮인 중국 괴기담 모음집. 뜻밖에 골때리는 이야기가 많다. 예컨대 주인공 사내가 여행을 하던 중에 왠 미소년이 자기를 꼬시길래 관계를 맺었는데 주인공 사내의 '그것'이 엄청난 대물이었던지라 미소년이 뒷구멍으로 피를 쏟아냈다는 이야기라던가... 이처럼 외설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이야기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던 작품. 이런 원전에서 기껏 《천녀유혼》같은 로맨스물이나 뽑아낸 걸 보면 참... 

영미문학
르귄 『바람의 열두 방향』최용준, 시공사
리뷰(2008/01/22)
마리니外『드라큘라』이병수, 이룸
피귀르 미틱 총서 13번. 흡혈귀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다룬 책이다. 물론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스토커의 『드라큘라』. 꽤 흥미로운 책이다. 다른 책도 이 정도라면 피귀르 미틱 총서를 다 사는 것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스토커『드라큘라』이세욱, 열린책들
정보(도서 창고 위키)
영화나 만화 등 곁다리 작품들로만 접해오다 올해 들어서야 겨우 원전을 읽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다. 한 편의 근사한 작품이 후대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알려준 작품. 
애덤스『워터십다운의 열한마리 토끼』햇살과나무꾼, 사계절
출근 중에 읽다가 몇 번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게 만들었던 소설. 띠지의 광고 문구가 과장 광고로 보이지 않은 경우도 정말 오랜만이다.
앤더슨『타임 패트롤』김상훈&이정인, 행복한책읽기
리뷰(2008/12/22)
1권은 좀 심드렁하게 읽었다만 2권에선 정말 기절초풍해하며 읽었었다. 원 세상에 내가 SF소설에 이렇게 빠져드는 날이 올 거라고는...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정영목, 민음사
리뷰(2008/05/22)
위벌리『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박중서, 뜨인돌
이래저래 호평을 많이 듣기도 했다만, 50년이나 지나서도 읽힐만한 글은 아니지 싶다. 딱 1950년대 미국에서나 공감을 살만한 그런 정치적 유머가 담긴 책이라 해야 하나.
톨킨 『북극에서 온 편지』김상미, 씨앗을뿌리는사람
간만에 Yes24에 들어갔다가 무려 50% 할인 이벤트를 하는 걸 보고 어이 없어하며 사온 책일 게다. 세상에 아무리 출판계가 어렵다 해도 그렇지 톨킨의 책이 그런 대접을 받는 걸 그대로 넘기기는 어렵다.
홀드스톡『미사고의 숲』김상훈, 열린책들
번역자로서의 김상훈 씨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책...

독일문학
호프만『악마의 묘약』박계수, 황금가지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묵은 책이 아닐까 싶다. 2004년에 샀던 책을 2008년에야 읽었으니. (정말 생각 없다 싶을 정도로 책을 무작정 사모으던 시절이라, 우리 집 서가에는 아직도 그 시절에 사놓고 못 다 읽은 책들이 여러 권 된다) 그닥 신통찮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이런 식으로도 써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프랑스문학
스탕달『적과 흑』김붕구, 범우사
지라르의 비평 때문에 읽게 된 책. 그 전에 한 번도 읽은 바 없고 한 번도 들은 바 없었건만, 지라르의 비평 속에서 이 소설은 정말 재밌어보였다! 과연, 나로서는 상당히 호의를 두고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한 때 플로베르를 흉내내어 "쥘리앙 소렐은 바로 나다!"라고 외치고 다니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허나 역시 재미로 따지면 비평보다도 덜했던게 사실.
아미엘『아미엘의 일기』김욱, 바움
어디에선가 '평생 고독하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막장 인생을 보낸 남자의 일기'라는 설명을 듣고는 사서 본 책이다. 상당히 기대(?)를 갖고 사봤다만, 결과는 그저 그랬다. 그 전에 『최강전설 쿠로사와』나 『죄와 벌』 같은 작품들을 읽었던 탓인가도 모르겠으나, 글만 봐선 뭐 심드렁할 따름인지라. 물론 그의 인생 자체는 우울하기 그지 없지만. 그러고보면 프레데릭 아미엘은 평생 '1만 7천 페이지의 일기'를 남겼다는데 국내에 출간된 책은 어찌 500페이지가 좀 안되는 '얄팍한' 책 뿐인가. 필시 발췌본일 텐데, 거기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출판사가 괴씸할 다름이다.
에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이세욱, 문학동네
리뷰(2008/02/28)
사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보다는 『세계명작산책』에 실린 「사빈느」가 훨씬 근사했었다.

러시아문학
도스토예프스키『분신 / 가난한 사람들』석영중, 열린책들
서간체 연애 소설. 예전에 본 중역본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놀랐엇다. 그 판본에서는 서로 좀 더 노골적이고 '연인' 같은 분위기도 더 컸었다. 그에 비하면 열린책들 판본은 좀 무뚝뚝하게 옮겨진 편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여자 쪽에서 전해오는 '어릴 때 좋아했던 가정교사'가 더 기억에 남는다. 질척질척하고 음울하고 슬픈 이야기.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홍대화, 열린책들
리뷰(2008/03/17)
조유선編『도스또예프스끼 읽기 사전』열린책들
알라딘 중고샵에서 놀다가 우연히 발견하곤 덥썩 물어온 물건. '도서 창고 위키'의 러시아문학 파트는 이 사전이 없었다면 거의 채워지질 못했을 게다.

역사
츠바이크『광기와 우연의 역사』안인희, 휴머니스트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적 장면을 극화한 단편 모음 정도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싶다. 하기사 시오노 나나미의 책도 일단은 역사서라고 하는 판국이니...
플루타르코스『플루타르코스 영웅전』천병희, 숲
다 좋은데 편집 미스. 『그리스를 만든 영웅들』에서「테미클레토스 전」끝부분이 뭉텅 잘려나가고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가격을 비싸게 매기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런 건 좀 용납하기 어렵다. 출판사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항의하려 해도 영 찾을 수 없으니...

기타
김욱동『번역인가 반역인가』문학수첩
번역 테크닉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 김욱동 씨가 번역한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영어 공부하는데 제법 도움은 되겠다 싶었다. 영어 공부가 뜸한 요즈에 와선 잘 안보는 책.
바우텔『무기의 역사』박광순, 가람기획
순전히 판작안 때문에 사봤던 책. 내가 밀덕후는 못되는구나 하는 것만 자각하고 끝났을 뿐이다.
줄레조『아파트 공화국』길혜연, 후마니타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실패한 주거 모델로 치부되는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에서는 그런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규명한 책. 지지세력이 필요했던 군부 정권과 귀족적 삶·재산 증식을 원했던 중산층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통찰은 날카롭다. 앞으로 한국의 '~방' 문화(찜질방, 노래방, 피시방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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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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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접속하고 보니 리퍼러에 똑같은 주소가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확인해 보니 네이버의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였다. 예전에 썼던 황금가지 이야기를 누군가가 해당 카페에 옮겨놨던 모양. 링크를 타고 가 보니 글 쓴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망해할만한 반응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었다. 글쎄... 사실 그 반응 자체는 예상했던 바다. 장르문학계의 큰손인 황금가지에 대해 이래저래 안좋은 소리들을 써놨으니 그 팬들 입장에서 좋은 말이 나올 턱이 있나. 하지만 '왜 이제서야?'

사실 저 글, 인터넷에 공개된지는 제법 오래 되었다. 최초로 작성된게 5월 13일이니 단순히 기간만 따져봐도 반년이나 지난 글이다. 내 블로그에만 꼭꼭 숨겨져 있었던 것도 아니고 DCinside의 도서 갤러리와 판타지 갤러리, 팬커그, 마이글 등에 동시 개재되었던 글이다. 아니, 다른건 제쳐두고 한 때 포털사이트에서 황금가지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내 글이 튀어나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출판사 팬이라는 사람들이 이제야 확인했다니 내 참... 무려 『드래곤 라자』 양장본과의 관계성을 염려하는 분까지 계시던데, 작성된 날짜만 봐도 그런 말은 못하셨을 게다.

말이 나온김에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황금가지라는 출판사를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 번역문학에 있어서는 이런저런 실책들을 범해왔을지언정 창작장르문학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최고의 선택을 보여줘 왔으니까. 비단 간판 스타인 이영도 뿐만 아니라 하더라도, 황금가지에서 책을 낸 작가 중 주목할 만한 작가들은 수두룩하다. 김민영, 이수영, 거울 필진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이영도보다도 이런 작가들의 책을 내준 것이야말로 황금가지의 가장 큰 공로라 할만 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

게다가 딴건 다 제쳐두더라도 《황금드래곤 문학상》만 보더라도 황금가지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출판사다. 여러가지 못마땅한 점도 많긴 하지만 SF 쪽의 시공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괜찮은 출판사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건 문제의 그 글에서도 분명히 언급하고 있는 것인데, 혹자는 "황금가지에 뭔가 감정이 있는듯이 잘못만을 어떻게든 끌어내려는 모습"이라 하니 이거야 원...

그러나 김준혁 편집장님의 반응에 대해서는 조금 감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좀 조심스럽게 말할 필요가 있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대인배라고 불러줄만한 답변이다. 판평대를 주최할 때 황금가지의 후원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불쾌하게 생각하셨을 법도 하련만. 특히 『반지의 제왕』에 대해 황금가지 쪽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딴에 보면 나로서는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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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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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와 환상세계에 대한 갈등이라는 소재를 근사하게 소화해낸 작품. 사실 그것보다는, 간만에 동화풍 판타지를 봤다는 게 더 반가웠지만.

물론, '양줍소'가 『끝없는 이야기』(미하엘 엔데)나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김민영)과 같은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느냐... 하고 묻는다면 상당히 회의적이긴 하다. 『끝없는 이야기』에 비하면 그 성찰의 수준이 깊지 못하고,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에 비하면 몰입도가 - 즉 재미가 - 떨어지는게 사실이니까. 특히 결말 부분이 지나치게 허술했던 것도 '양줍소'의 점수를 깎아먹는 요인이다. (그만하면 무난하긴 했지만, '무난한 엔딩'에 만족해버리기에는 그 전까지 보여줬던 소설의 훌륭함이 지나치게 크다.)

그래도 이만 하면 근래 출간된 한국 창작 소설 중에서는 - 다른 곳에서 평이 좋은 『얼음나무 숲』(하지은)이나 『라크리모사』(윤현승)를 읽어보진 못했으니 '최고'라고까진 단언하지 못하겠지만 - 단연 독보적인 작품이라 평하기 손색 없을 듯 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황금가지의 기획력 하나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기회였달까.


그런데 정말 다른건 다 놔두고, 표지 하나는 정말 근사하게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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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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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쓴지 제법 된 글입니다만 엔젤하이로나 이영도 카페, 혹은 모 블로그를 통해 이 게시물을 보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줄 압니다. 여전한 관심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최초 작성 시점에서도 십수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 와서는 사실 그 시의성을 많이 잃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당장 《어스시》시리즈가 완간되었고, 말 많던 『러브크래프트 전집』도 슬슬 출간되고 있으니까요. 토마스 말로리의 『아서왕의 죽음』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다 하니...
이 밖에 『반지의 제왕』을 내기 전에도 꽤 여러 권의 책을 냈던 '씨앗을뿌리는사람' 출판사를 당시 신생 출판사였던 것처럼 설명했다거나 이미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렸던 러브크래프트의 '저작권'을 운운한다거나 하는 등 소소한 오류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 와서 글을 몰래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치졸한 짓은 벌이지 않겠습니다만, 뒤늦게 이 글을 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이 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09. 09. 09



1. 황금가지의 영광

"장르 문학 관련 출판사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면서, 팬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은 어디일까요?" 

요는 '누가누가 장르문학계에서 짱먹고 있을까요?'쯤 되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후보군으로 제시할 수 있는 출판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라면 모를까, '활발한 활동량'과 '팬덤 내에서의 인지도' 두 가지 부분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출판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슬프게도. 다만, 가장 근접한 대답을 뽑는다면, 아무래도 《황금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겠지요.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우리네 팬덤들에게 있어 황금가지가 그저 단순히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정도의 평가를 듣는 것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팬덤이라는 사람들은 워낙에 깐깐하니까요. 과거 『실마릴리온』을 출간했던 모 출판사에 대해 톨킨 팬덤이 아직까지도 이를 갈아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은 출판사'라는 평을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짐작할만 합니다. 물론 황금가지는 '좋은 출판사'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곳입니다. 황금가지가 출간했던 작품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거의 나쁜 게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명성은 불가능하겠지요.

황금가지는 이영도(『드래곤 라자』)와 이수영(『귀환병 이야기』, 김민영(『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등의 좋은 작가들을 배출한 출판사이지만, 한편으로는 《황금 드래곤 문학상》과 《한·영 판타지문학 포럼》의 주최자이기도 합니다. 즉, 장르 팬덤 형성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러한 역할은 지금의 《행복한책읽기》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왕년의 황금가지 수준은 되지 못합니다. 공모전 역시, 소규모라면 출판사 단위로 간간히 열리곤 하지만 아무래도 황드에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드래곤 라자』와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같은 작품이라면 꼭 황금가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출간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황금 드래곤 문학상》같은 대형 기획은, 황금가지가 아닌 이상 그 어떤 출판사도 열지 못했겠지요.  때문에 황금가지의 위치란 각별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황금가지에 대한 팬덤들의 호의는 상당한 편입니다. 출판사 팬덤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장르문학에 한해서는 가장 큰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출판사라고까지 평할 수 있겠지요. 비교할 만한 대상이라면 시공사 정도일 텐데, 역시 시공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역시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이고요. 그런 까닭엔지 황금가지라는 출판사는 유독 다른 출판사에 비해 독자들에게 대단한 사랑을 받으며, 또 대단한 호응을 받는 것처럼 보이곤 합니다. (그리고 일정 부분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굉장히 좋은 출판사로 인식되곤 하지요.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2. 황금가지의 우울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황금가지의 '출판사로서의 능력'은 상당한 편입니다. 대형 출판사답게도 판타지, SF, 추리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된 책을 내주지요. 스포츠로 치면 어느 포지션을 맡아도 그럭저럭 잘 소화해내는 선수이고, 삼국지11로 치면 전스텟 85~90에 병과 속성은 죄다 A인 장수쯤 되는 셈입니다. 한 포지션은 기가 막히게 잘하지만 다른 포지션은 꽝인 친구에 비하면 아무래도 더 신뢰가 가겠지요. 하지만 팀을 꾸릴 때는 좀 사정이 다릅니다. 어설픈 올라운드 플레이어보다는 외려 한 포지션만 잘하는 선수들 다수를 끌어모으는게 훨씬 낫겠지요. 삼국지11에서는 한 특기만 가진 애들보다는 다양한 특기를 가진 장수들을 여럿 모으는게 나을 테고요. 즉,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실제 시장에서는 영 이상한 신세가 되기 쉽다는 겁니다. 문제는 황금가지 또한 이런 길을 걸었다는 것이지요.

황금가지가 책을 많이 내다 보니 개중에는 다른 출판사와 중복되는 책을 내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가장 유명한 『플레이보이 SF 걸작선』같은 앤솔러지에 수록된 단편들은 제하고 장편으로만 친다 해도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하필이면 그런 작품들이 대개 출간 시기마저 겹치다 보니 묘한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 전적을 살펴보자면 그저 '지못미'라는 거죠. 하필이면 그 사건들의 대부분이 2002년에 일어났다는 걸 감안할 때, 황금가지 편집진에 있어서 2002년은 정말 악몽같은 한 해로 기억되겠지요.

(1) J. R. R. 톨킨 - 반지의 제왕 (vs 씨앗을뿌리는사람)


2000년 말에 황금가지가 『반지의 제왕』을 번역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팬덤의 관심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작품이 갖는 이름값도 그랬지만 기존에 존재했던 예문판 『반지의 제왕』이 워낙에 끔찍스러웠기 때문에, 새로운 번역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지요. 한 해 전인 2000년에 황금가지가 《1회 황금 드래곤 문학상》을 개최함으로써 그 위명을 드높힌 바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했고요. 그 때문에 황금가지 측과 그 번역자가 져야 했던 부담감은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황금가지 웹사이트의 게시판에서 편집장이 '번역자가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죠.) 

아니나다를까,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오역으로 인해 낟세멘, 로오리엔 등에서 활동하는 골수 톨키니언들의 지탄을 사게 됩니다. 물론 '멘족'이라는 전설적인 오역을 남겼던 다솜판 『실마릴리온』에 비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목말라하던 팬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2% 정도 부족했던게 사실이죠. 거기다 나중에 개봉된 《반지의 제왕》이 개봉되었을 때 그 자막이 오역 시비에 오르면서 황금가지 판은 또 한 번(아니, 3부작이었으니까 세 번) 더 수모를 겪게 됩니다. 이미도 씨가 대사 번역에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을 참고하면서, 그 오류까지 그대로 답습했거든요. 

나중에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의 출간 이후 황금가지가 저작권자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톨킨 작품의 판권이 《씨앗을뿌리는사람》 쪽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양 출판사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죠.

※ 씨앗판 출간 당시에 대한 씨앗을뿌리는사람 측의 회고

(전략)

 2002년 5월 경에 출판권 계약 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과정에서 민음사 측과 영국의 저작권사 측과 심한 갈등이 있었고, 그 결과 여러 출판사들의 경합 끝에 저희 출판사가 저작권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 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완결 번역본을 준비하여 2002년 12월<반지의 제왕> 영화 제 2편이 상영되기 전인 11월 25일 경에 출간했는데,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황금가지(민음사)에서, 지난 겨울 시장에서 팔고 남은 재고 뿐만 아니라 계약 만료일 직전에 대량으로 찍어놓은 새로운 재고('재고'의 의미를 자사를 위해 선용한, 참으로 민음사다운 처사라 하겠습니다)까지 더해서 약 100만부에 가까운 책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하기 1주일 전에 시장에 풀어버렸습니다.... 하다못해 홈쇼핑에도 재고떨이라는 이름으로 팔아치웠죠. 그 결과 저희 출판사가 낸 <반지의 제왕>은 첫 항해부터 푸른 바다가 아닌 더러운 진흙 늪에서 헤메게 되었습니다. 저희 출판사가 출간하게 된 경위와 계약조건까지 악의적으로 부풀려져서 악성소문까지 나더군요(이 사건은 지금도 한국 출판계의 국제적인 스캔들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희 출판사의 판매량은 따라서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었고, 2003년도에 있었던 영화 제 3편의 흥행과 관계없이 시장의 혼탁한 충격이 지속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민음사판이 휩쓸어 만들어놓은 늪에 빠져버린 형국이었죠. 서점에 내놓은 책들이 민음사판과 뒤섞여 헤메다가 다시 반품되는 상황도 오래 지속되었습니다....2006년도까지 그 여파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2007년도에 새롭게 완전히 판형과 디자인을 일신해서 재출간하게 된 것이었고, 그 전의 초판본들은 모두 수거해서 정리해버렸습니다.

(후략)

※ 이에 대한 황금가지 측의 회고

본적으로 출판계에서는 저작권 계약을 한 출판사가 우선 협상한다는 관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가 재계약 때 계약금을 협상해서 금액을 다시 조절(서로 밀고 당기기)하고 그러죠. 그런데 당시에는 에이전시에 의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우선 협상 권리를 주지도 않고 모든 출판사에 일단 오픈시켰습니다. 반지의 제왕 성공 때문에 어떻게든 판권료를 높이려는 이유였죠. 이런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황금가지에서는 무척 기분이 상했고, 이 오퍼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재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게 15만 불에 톨킨 대부분의 작품 계약 조건이었고, 내부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죠.) 그리고 이런 사정을 안 다른 출판사들도 눈치를 보면서 오퍼를 참여하지 주저했는데, 한곳이 거액의 오퍼 금액을 들고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이건 씨앗 스스로의 선택을 탓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반지의 제왕은 제가 생각하기엔 200만 가까이 판매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더 소화되기 힘들었고, 또 계약금을 지나치게 높이 올리려는 데 대한 일종의 암묵적 항의 상태였는데 씨앗이 여러 상황 안 보고 뛰어든 거죠. (게다가 그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더군요 --;) 그런데  저 편집자 분이 어디서 듣고 저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지 모르지만 100만 부를 찍을 리도 없고 100만 부나 찍어서 창고에 둘 여력도 없는데 무슨 마치 거대 기업의 횡포라도 보는 거 같군요.

정확한 사실은 계약 종료일 이후부터는 더 찍을 수 없고, 1년간 더 팔 수 있는 권리를 줍니다. 그 1년간 남은 재고를 다 팔라는 거죠. 그때 재고가 20만 정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금가지는 그 남은 1년간 재고를 다 털어내려고 했고요. 그런데 그 1년 동안이 씨앗으로서는 악몽 같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던 기존 책을 어떻게 밀어내겠습니까. 게다가 민음사라는 거대 기업인데 서점들도 민음사 걸 위로 올려놓고요. 애초부터 쉬운 싸움이 아니었고요.

나중에 그쪽 사장님이 직접 회장님 찾아오셔서 사정을 얘기해서 일반적으로 출판사에서는 하지 않는 공문까지 보내 서점에 나가 있는 반지의 제왕 재고까지 다 거둬들이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20만 재고가 다 나갔냐고 한다면 그 남은 1년 동안 20만 부가 다 팔리지도 않았습니다.

참고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제목. 특허 황금가지가 현재 특허권까지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분은 별로 없죠 -_- 특허 번호도 있고 항의하는 곳과 오랜 소송(?) 끝에 따냈죠. 근데 사용하진 않네요 ^^;; 돈만 썼다고나 할까;; -_-;

씨앗판 『반지의 제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 황금가지 판과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단 황금가지측은 전 6권짜리 반양장본을 출간하는데 만족했지만 씨앗 측은 전 7권짜리 반양장본(한권은 부록)과 전 3권짜리 양장본을 동시에 출간합니다. 또 황금가지가 (표지) 일러스트 원화가로 알란 리를 기용한 반면 씨앗판에서는 존 호우(=존 하우)를 기용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톨킨 일러스트 원화가로서는 최고 수준의 작가로서, 묘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걸 감안하면, 두 출판사 간의 긴장관계와 빗대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항이겠지요.) 가장 중요한 번역자의 경우, 씨앗판은 과거 예문판의 역자들이 번역을 맡았습니다. 때문에 씨앗판 번역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Strider'를 '성큼발이'라고 옮기는 식의 번역은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지요.

※ 위 문단은 실제 사실과 약간 다릅니다. (판갤러 파인로 씨의 제보)

황금가지 판 [반지의 제왕]의 표지는 존 호우의 작품입니다. 씨앗을뿌리는사람 판의 경우엔 약간 복잡합니다. 이 부분은 출판사 측의 답변을 인용하겠습니다. 

"예전에 출간했던<반지의 제왕>양장본에는 알란 리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었고 <실마릴리온>에는 테드 네이스미스의 일러스트가 사용됐습니다. 사륙판으로 재연출한 <반지의 제왕>에는 존 호우의 역동적인 일러스트를 표지에 실었는데, 현재 출간 예정인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양장본에는 아직 어떤 작가의 일러스트가 삽입될지 확정되지 않았어요. <실마릴리온>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첫 양장본과 같은 작가의 그림이 삽입될 수도 있겠지요. <반지의 제왕>양장본에 대한 정확한 일정이 나오면 홈페이지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씨앗판의 출간 당시에는 팬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여 두 판본의 우열을 쉽사리 가릴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씨앗판 쪽으로 승기가 기운 듯 합니다. 라이센스의 이전으로 인해 황금가지판이 더이상 출간되지 않는다는 것도 작용했겠지만, '성큼발이'식 번역에 팬덤이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씨앗판의 가치가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큰 요인으로 작용한 듯 합니다. 특히 '성큼발이'식 번역은 원저자인 J. R. R. 톨킨의 번역 지침에도 부합하는 것이었으니, 씨앗판 번역이 점점 더 인정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진짜 이유를 따지자면 씨앗을뿌리는사람들이 『반지의 제왕』출간 이후 보여줫던 성실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씨앗을뿌리는사람은 『반지의 제왕』을 출간한 이후로도 『호빗』, 『실마릴리온』등 톨킨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출간해왔습니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반지의 제왕』도 계속해서 개정판을 내는 등 관심을 잃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팬덤과의 대화를 지속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꾸준히 보여왔지요. 명실공히 '톨킨 전문 출판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작년에는 『반지의 제왕』합본 특별판을 제작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하여 톨킨 팬덤을 들뜨게 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씨앗을뿌리는사람이라는 출판사 자체가 톨킨의 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만든 곳이나 다름 없다 보니, 사실 어찌보면 황금가지 측보다《씨앗을뿌리는사람》이 팬덤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황금가지같은 대형 출판사에서야 씨앗을뿌리는사람처럼 '사장, 편집장, 번역자 등등이 죄다 팬덤' 같은 일은 벌어지기 어려울 테니까요.

(2) 아서 코난 도일 - 셜록 홈즈 전집 (vs 시간과공간사)

지금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황금가지에서 『셜록 홈즈 전집』의 번역을 기획하던 당시만 해도 추리 소설을 출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멘 땅에 헤딩하는' 일처럼 보이곤 했습니다. 『드래곤 라자』와 『반지의 제왕』이 흥행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쪽의 이야기고, 그 외의 장르는 상업적 가능성을 전혀 검증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때문에 추리 팬덤들은 황금가지가 셜록 홈즈를 번역하겠다고 나선 것을 - 반지의 제왕 때의 경험 때문에 조금 미심쩍기는 해도 - 열광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 2월, 신출내기 번역가였던 백영미 씨의 번역으로 출간 된 황금가지 판 『셜록 홈즈 전집』은 장르문학으로서는 '대박'이라 할만한 상업적 성과를 이루게 됩니다. 덕분에 업계 관계자나 팬덤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하죠.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고 하니... 이후 《시간과공간사》에서 출간된 『셜록 홈즈 전집』의 역자 정태원 씨 때문입니다.

사실 『셜록 홈즈』시리즈의 번역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정태원 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탁월한 추리 전문가이자 열광적인 셜로키언이기도 한 정태원 씨는 오래 전부터 『셜록 홈즈』시리즈의 번역을 희망하여, 90년대 초반에 이미 『셜록 홈즈』시리즈를 완역한 바 있었습니다. 헌데 문제는 이걸 출판해줄 출판사가 없었다는 사실. 결국 10년을 전전하던 원고는, 황금가지가 『셜록 홈즈전집』이 성공을 거둔 후에야 《시간과공간사》라는 작은 출판사를 통해 겨우 빛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추리 전문가가 작업한 원고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임에도 황금가지 측이 왜 굳이 신예 번역가를 기용하여 새로운 번역을 시도했는지는 그 이유가 확실치 않습니다. (라기보다는 제가 출판계 사정에 그다지 밝지 못합니다) 추측하자면, 정태원 씨의 원고가 직역을 선호하는(?) 황금가지 성향에는 그리 맞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정태원 씨는 그 본인이 『셜록 홈즈』시리즈의 굉장한 팬이어서, 그 번역에 들어간 정성이나 공력이 굉장한 편이었지만, 결정적으로 단어 선택력이나 문장력 같은게 괴악하기로 악평이 자자했었거든요. 정태원 씨와 같은 골수 팬덤 사이에서야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일반인이라면 아무래도 손 대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겠지요. 대신에 백영미 씨의 번역은 전문가나 팬덤으로서의 정성은 좀 떨어지는 반면 문장이 읽기 편했습니다. 황금가지가 『셜록 홈즈전집』을 기획하던 당시에는 팬덤보다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으니, 백영미 씨의 번역을 선호했던 것도 이해는 갑니다. 물론 골수 팬덤으로서는 어째 좀 아쉬워 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결국 이것이 현재까지도 팬덤 사이에서 '황금가지 vs 시간과공간사'의 논쟁이 끊이질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이런 뒷사정을 이해하고 난다면, 셜록 홈즈 판본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판본의 장단점이 너무나도 극명하니까요. 다만 셜로키언들은 아무래도 정태원 씨 쪽의 손을 더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문장력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소양과 팬덤으로서의 정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지요. 추리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되어있지 않다시피 했던 시절에 출간을 결정하여, 또 멋지게 성공시켰던 선구자적인 업적을 이뤄냈던 황금가지로서는 억울하다 싶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참고로 정태원 씨는 러브크래프트 전집 번역 출간을 추진했었는데, 몇몇 출판사들이 한 두 작품만 내보자는 선에서 발을 빼고 정태원씨는 전집 출간을 고집하는 바람에 번번히 기획 단계에서 파토가 나곤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되겠습니다만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황금가지에서 내려고 계획 중이죠.

 (3) 모리스 르블랑 - 아르센 뤼팽 전집(vs 까치)

2002년 3월, 황금가지는 셜록 홈즈 전집을 출간하기 시작한지 한 달밖에 안된 상황에서 아르센 뤼팽 전집을 출간하기 시작합니다. 헌데 셜록 홈즈 전집에 비해서는 여력을 쏟을 상황이 못되었는지... 여러 명의 번역자를 고용하여 동시에 번역을 진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괜찮은 역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편집 스케쥴이 상당히 급했던 모양인데, 어쨌든 뤼팽 팬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모양새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하필 황금가지가 불쌍하게 될 운명이었는지... 같은 달에 까치에서 성귀수 씨 번역으로 출간된 아르센 뤼팽 전집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아르센 뤼팽 전집이었던 겁니다!!

까치판이 '세계 최고'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닙니다. 기실 종전에 까치판만큼의 완성도를 갖고 있던 뤼팽 전집은 한국에는 물론 프랑스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까치판 『아르센 뤼팽전집』의 마지막 권인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때문입니다. 애초에 이 작품은 최초 출간 당시 편집 상의 실수로 인해 연재분 1회 분량이 빠진 상태로 출간되고 말았던 탓에, 최근까지도 완전한 상태로 출간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귀수 씨가 그 누락된 분량을 발굴해내어 세계 최초로 완전한 형태의 작품을 출간해내게 됩니다. 이 성과에 대해 성귀수 씨 본인은 이렇게 자평하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2003.12.23)

-- 전집 완역의 의의나 성과를 꼽는다면.

▲프랑스에서도 완벽하게 소개된 적이 없는 뤼팽 시리즈의 최후 작품 "아르펜 뤼팽의 수 십억 달러"를 세계 최초로 완역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최대 성과다. 이 작품은 모리스 르블랑이 죽기 2년전 「로토(L"Auto)」라는 잡지에 한 달여 동안 연재해 1941년 단행본으로 출간됐으나 편집상의 실수로 중간 한 회 연재분 에피소드가 누락됐다. 1987년판 뤼팽 전집에도 빠졌던 것을 해당 잡지사에 근무했던 뤼팽 연구가를 통해 자료를 입수함으로써 이번에 완역하게 됐다. 그 뤼팽 연구가는 "누락된 작품까지 포함해 완벽한 뤼팽 시리즈를 복원해낸 나 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뤼팽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05년 발간할 예정인 "아르펜 뤼팽 연구서"에 한국의 까치사가 발간한 전집을 소개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리스 르블랑의 희곡 "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도 이번 전집의 마지막 권에 실렸다.

이후 황금가지 측에서는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의 출간을 포기하였고, 그 때문에 까치판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었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번역자 성귀수 씨가 본래 『아르센 뤼팽』시리즈의 팬덤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 개인적으로 뤼팽 시리즈에 흥미를 갖고 있었나. 

▲번역 전에는 보통사람 수준의 관심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추리소설 등 장르 문학의 마니아들은 지독한 책벌레들이 많다. 원서로 읽는 그들의 감식안이 두려워 무척 긴장하면서 작업했다. 번역하면서 뤼팽과 관련해 최고 지식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국내외에서 나온 연구서와 프랑스 공공도서관의 자료들을 섭렵했다.

위에 소개했던 셜록 홈즈 전집의 경우처럼 '전문가 vs 일반인'의 구도라면 맞서는 '일반인' 번역가 쪽에게도 약간의 변명거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헌데 성귀수 씨의 경우는 애초에 팬덤이질 않았으면서도 어느 전문가 이상의 탁월한 번역을 해낸 거죠. 까치판과 황금가지판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황금가지가 어떤 변명을 삼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성귀수 씨의 문장은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추리 팬덤은 물론이고 일반인에게조차도 황금가지판 『아르센 뤼팽 전집』은 철저하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4) 애거서 크리스티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vs 해문)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황금가지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출간하기로 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의아한 일이었습니다. 1,2,3차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른 전집들은 모두 기존에 번역작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했다 하더라도 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조금 달랐죠. 해문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비록 80년대 후반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 고리타분한 - 번역인데다 해적판이기는 했어도, 그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셜록 홈즈 전집의 반응이 꽤 좋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추리소설 시장이 활성화되어있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즉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출간한다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나싶었던 것이지요. 저야 어떻게 생각하건 황금가지 쪽에서는 어쨌든 정식 계약을 맺고 차근차근 책을 출판해 나갑니다. 그런데...

해문출판사가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를 발간했습니다!!

...

단, 이번의 출간은 정식으로 해문출판사가 판권을 취득하여 낸 책이었습니다만 황금가지 측으로서는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지요. 설상가상으로 황금가지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해문이 좋은 것 같아' 어택에 당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 팬덤에게는 영 탐탁찮다는 평가를 받는, 어째 좀 안습스런 결과를 연출합니다. 절판되었다곤 해도 진작에 완간되어 있는 해문판 전집과는 달리 2002년에 출간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출간중'이라는게 애거서 크리스티 팬덤에게는 못마땅하게 받아들여졌던 듯 합니다. 여하간, 이번만큼은 딱히 황금가지 측이 패했다고 하기도, 잘못했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정식 출간이라는 것의 의미도 적지 않은 데다 황금가지판에서는 예문판에서 다루지 않았던 작품도 수록하고 있는만큼(1권의 단편들이 그렇습니다) 황금가지 측의 패배를 선언해버리면 황금가지 측이 충분히 억울해할만 하지요.

※ 이에 대한 황금가지의 회고

거서 크리스티 경우는 이건 좀 문제가 있죠. 해문에게는 현재 무제한 출간 계약이 성사되어 있습니다. 이건 독점 계약을 준다는 줄 알고 있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죠. 황금가지는 기본적인 출간 기한이 있고, 계약 기한이 있지만 제가 알기로는 해문은 그야말로 아주 좋은 계약이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십 권을 짧은 기간 이내에 출간해야 하는 조항까지 있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번역자에게(일급 번역자 포함) 나눠 급히 번역시키고 거액을 들이고 급한 진행 때문에 평가까지 상대적으로 안 좋은 거죠. 게다가 지금도 여전히 여러 계약 등을 들어 괴롭혀 오고 있답니다.

책의 앞권들은 시장에서 비등하게, 꽤 수익이 좋은 편이지만 20권 이후로는 안습의 극치더군요. 쩝. 뭐 좌우지간 저도 이거 계약 당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자세한 사항은 올해 제가 모든 권한을 쥐면서 파악되었지요. 이런 게 한두 개여야지 orz

3. 황금가지의 낚시

앞서 소개된 경우는 황금가지 측에서 준비한 거대기획들이 군소출판사의 파상공격(?)에 무너진 경우에 해당합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의 출간이 모두 2001년에서 2002년 사이에 시작된 것도 어찌보면 그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겠지요. 장르문학계에서는 이상하게도 거대 출판 자본보다 (해당 장르에 대한 사랑이 더 짙기 마련인) 군소 출판사에 의한 작품이 보다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으니 황금가지의 '굴욕'들도 어찌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긴 합니다. 동서문화사도 비록 중역이라곤 해도 다방면에서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지만 동서판『반지의 제왕』은 예문판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고, 다솜미디어판 『실마릴리온』은 팬덤이 차라리 흑역사로 남길 원하는 판이니 말 다 했지요. (벌거지님의 회고에 따르면 1999년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SF 팬덤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SF 도서전" 부스를 열자 다솜미디어 쪽에서 나온 사람이 "왜 실마릴리온은 전시하지 않느냐"며 시비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무지함은 그렇다 쳐도 도대체 무슨 심산인가 싶을 수밖에 없지요)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황금가지를 동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챕터에서 소개되는 경우는 여지없이 황금가지가 한 소리 들어먹어야 하는 사례들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경우는 일단 3작품이 있습니다.

(1) H. P. 러브크래프트 - 러브크래프트 선집

H. P. 러브크래프트의 장르문학사적 위치를 설명할 때 간혹 격언처럼 사용되는 말이 있습니다. "빛의 톨킨, 암흑의 러브크래프트"라는 것이지요. 그만큼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가치는 남다른 것이었지요. 기존에도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번역이 존재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중역본(동서문화사)이나 아동용(동림출판사)으로 조악하게 번역된 것이었기에 판타지 팬덤의 성에 차지는 않았었죠. 이에 황금가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정진영 씨의 번역으로 정식 출간하겠다고 나서게 됩니다. 비록 정진영 씨가 스티븐 킹의 <It>에서 보여준 능력이 다소 못 미덥기는 했지만, 출간 결정 자체는 당연히 환영할만한 것이었지요. 그 때가 2003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도록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출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2006년에 기획자가 황금가지를 퇴사하면서 출간 가능 여부까지도 불투명해지고 말았죠. 올해 8월에 출간된다고 했다가 결국 내년 중에 출간되는 것으로 미뤘는데 언제나 출간될런지.
현재는 전집 1,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 어슐러 K. 르 귄 - 어스시의 마법사 5,6권

황금가지에서는 2002년 11월, 『어스시의 마법사』를 발매하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2권까지 동시 발간했기 때문에 어쨌든 끝까지 출간은 해주지 않을까 다들 기대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예상을 깨고 3권 출간이 2004년 3월로 미뤄지게 되더니 급기야 2006년에는 『어스시의 마법사』4권을 출간하면서 판형 자체를 바꿔버리기에 이릅니다. 당연히 기존에 출간되었던 1,2,3권도 신판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사건이었지만 다행히 황금가지가 구판본을 신판본으로 바꿔주겠다고 함으로써 똑같은 책을 두 권 구입해야 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5,6권의 출간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는 상황이죠. 어떤 팬이 황금가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어스시의 마법사』출간 일정에 대해 물었다가 다른 팬에 의해 "그런거 말고 『드래곤 라자』10주년 기념판이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도 있긴 합니다.

4권의 출간을 준비하던 와중에는 독립된 전집이 아닌 환상문학전집의 일부로나마 어슐러 K. 르 귄의 다른 작품들(『로캐넌의 세계』나 『유배 행성』등)을 출간해왔기 때문에 군말이 없었지만 5,6권의 출간 지연에 대해서는 여러 모로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그저 하루 빨리 책을 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가 연중한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중도에 끊겨버리면 (그것도 멀쩡히 잘 영업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요.

※ 현재는 완간되었습니다.
 (3) 토마스 말로리 - 아서왕의 죽음

『아서왕의 죽음』에 대해서는 제가 과거 올린 적 있는 모 추천 도서 목록에서 소개하기도 했으니 혹시 출간 예정 소식을 접한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토마스 말로리의 『아서왕의 죽음』은 아서왕 전설의 영국판 최종 버전이며, 사실상 아서왕 전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걸작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토마스 불핀치가 축약한 버전(이 역시 『아서왕의 죽음』이란 제목입니다)이 들어와 있지만 정작 토마스 말로리의 원전은 들어와 있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2005년, 연세대 이상섭 교수에 의해 드디어 원전이 완역되기에 이릅니다. 이에 황금가지에서는 출간일정만 잡으면 된다고 야심차게 선언한 상황이었지요. (『아서왕 이야기』라고 가제도 잡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현재까지도 『아서왕의 죽음』은 출간되지 못한 상황이지요. 물론 이해는 갑니다. 신화/중세 관련 서적이라는게 그렇게 잘 팔리는 책은 아니니까요. (저만 해도 작년인 2007년에 모 인터넷 서점에서 『샤를마뉴황제의 전설』을 구입했더니 생뚱맞게도 98년 초판이 날아오는걸 보고 기겁했던 적이 있습니다.)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도 본래 뮈토스라는 출판사에서 『아서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다가 출판사가 부도난 뒤에 다른 출판사(북스피어)에서 겨우 완간될 수 있었던 일화를 생각해보면 많이 망설여질법 하지요.

그러나 기왕에 기획이 이루어졌고, 또 번역까지 다 이루어진 상황에서 책이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나오기만 한다면 황금가지로서도 보기 드물게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저작일 텐데 공익성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빨리 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 현재는 민음사 쪽으로 넘아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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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후기를 쓸 생각은 없었는데 기왕에 써놓은 분량을 보니 도저히 쓰진 않을 수 없게 되었군요. 애초에는 A4 반페이지 정도로 간략하게 쓰려던 것이 A4 8페이지 분량(약 11,000자)으로 불었으니...

짧은 분량에 걸맞게 그냥 우스갯소리 삼아 "황금가지의 흑역사를 뒤져보자"고 썼던 것이 어째 황금가지의 치부(!)를 후벼파는 듯한 글이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저는 황금가지 측에 별 악감정이 없습니다. 일단 저도 이영도 씨의 팬이거든요. 좀비를 자처하는 사람 치고 황금가지를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죠. :)

그나저나 황금가지에서는 어서 좋은 책들을 많이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왕년에 <황금 드래곤 문학상>을 기획하던 시절의 정성을 기대할 순 없다손 치더라도 전집 등의 대형 기획에서 실패를 하거나 좋은 책의 원고를 거의 다 묵혀두고 있으니...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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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장르출판사 황금가지의 우울

    Tracked from 여행자가 담배피면서 쉬는 느티나무 - 암흑의 거래처- 2008/05/13 12:57  삭제

    http://gkman1.tistory.com/68황금가지, 그 영광과 우울 1. 이 글의 링크및 트랙백은 작성자이신 아프락사스님께 허락을 받고 트랙백및 링크를 합니다. 2. 황금가지라는 출판사의 허실을 훓어볼 글이라고 여겨서 링크를 걸어둡니다. 3. 이 글은 현재 팬커그, 아프락사스님의 블로그에 게시 되어 있습니다. 덧, 아프 아저씨 다름 시리즈 나오면 공개하라능! 관련 이야기 - 개인적으로 뤼팽이나...

  2. Subject : 아이 깜짝아...

    Tracked from 바르지 않은 것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법 2008/11/17 15:00  삭제

    블로그에 접속하고 보니 리퍼러에 똑같은 주소가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확인해 보니 네이버의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였다. 예전에 썼던 황금가지 이야기를 누군가가 해당 카페에 옮겨놨던 모양. 링크를 타고 가 보니 글 쓴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망해할만한 반응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었다. 글쎄... 사실 그 반응 자체는 예상했던 바다. 장르문학계의 큰손인 황금가지에 대해 이래저래 안좋은 소리들을 써놨으니 그 팬들 입장에서 좋은 말이 나..

최근 며칠간 방문자 수가 꽤 늘어났다. 판타지 비평 대회 공고문에 블로그 주소를 실어놓았더니, 그걸 보고 사람들이 들어온 모양이다. 이오공감에까지 올라간 글을 내 블로그 홍보하는데 쓴 셈이 되어버렸으니...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문자들에게 괜히 쑥쓰럽고 미안하다. 링크한 주소로는 '판갤의 예비 작가들을 위한 안내서(판작안)'가 열리도록 해놨으니 그들이 낚인 기분이라도 느끼지 않았기를 바랄 따름.

 판타지 비평 대회 공고문을 실은 후 닷새동안 내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 약 400이 넘게 올랐다. 고무적인 상황이다. 내 스스로 홍보글을 여기저기 실어나르긴 했지만 판타지란 장르에 이 정도나마의 관심이 쏠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으니까. 더욱이, 그 공고는 심사기준조차 확정되지 않은 엉성한 글이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부상품 사진도 며칠 뒤에야 업데이트되었다)

 그런 관심에 비해 주최 측(이라고 해봐야 거의 나 혼자지만)의 준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불과 3일이 남았을 뿐이건만 심사기준은 커녕 같이 의논해야 할 심사위원부터 충분히 섭외하지 못한 상황이고... 어떻게 면식은 터고 지내는 분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분이 상당히 뼈아픈 이야기를 하셨다.

 "남의 소설을 비평한다는 것만 해도 어려운 일인데 그 비평을 다시 비평해야 한다니...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죠. -_- "


 ...난 그걸 듣고서야 깨달았다. 한 편으론 내가 정말 '대책없이' 나섰구나 싶기도 하고.

P.S.

 이 포스트를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 김에 메일함을 뒤져봤는데, 황금가지 출판사 온 메일이 있었다. 황금가지에서 최근에 낸 『티가나』 3질을 스폰해주겠다고 하는데,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다. 무슨 공신력 있는 대회도 아니고 일개 팬이 진행하는 비평 대회에 스폰을 해주겠다 자청하는 것 자체가 매우 고마운 일이긴 하나, 한편으로는 제법 부담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금가지도 국내의 팬덤들에게 아주 관심을 끊은 것이 아니었구나 싶어서 내심 기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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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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