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세계문학총서

한국문학계의 거물 출판사인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입니다. 세계문학전집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자기네 출판사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총서는 본래 문지가 아니라, 교보그룹 창업주인 대산 신용호 회장이 세운 대산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전집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일개 출판사가 아니라 교보생명이라는 거대 기업을 등에 업은 문화 재단에서 공익 사업으로 내는 문학 총서인 셈이죠. 실제로 출판계에서 번역자에 대한 대우를 가장 후하게 쳐주는 기획물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에 견줄만한 기획물이라면 국가기관인 학진에서 지원하는 《한국학술진흥재단 고전명저번역총서》정도?

기획 자체도 공모 형식으로 한다는게 재미있는 점이죠. 즉 번역자들이 이러이러한 작품을 번역하고 싶다고 응모를 해오면 심사를 해서 그 중에 선정을 해 번역을 의뢰합니다. 이렇다 보니 번역에 들어가는 공 자체도 타 출판사의 판본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인 것이죠. 이를테면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경우 이 총서 외에도 열린책들의 홍대화역이나 문예출판사의 박형규 역이 존재합니다만, 작가인 미하일 불가코프의 작품을 전공한 사람이 맡은 판본은 이 총서의 김혜란 역이 유일합니다. 주석을 비롯한 곁다리 자료들만 봐도 번역에 들어간 공력이 엄청나게 차이난다는걸 알 수 있죠.

그렇다면 문제가 뭔고 하니... 이 전집의 기본 명작이 '문학사적 가치가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 명작'에 대한 소개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지요. 물론 의의가 깊은 일이기야 한데, 덕분에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는 워낙 생소한 작품이 많습니다. 그만큼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기도 어렵고요. 이 총서의 책들 대부분이 워낙에 안팔리는 것도 아마 그런 사정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문학에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언젠가는 이 총서를 한번쯤 접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외에... 초기작에서는 이 총서가 흰색 표지에 제목만 덜렁 달아놓은, 무척 촌스러운 장정을 했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로 나온 책들은 무척 깔끔하고 보기 좋은 장정으로 바뀌었더군요.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얼마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전집인데... 사실 저는 접해본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유명 소설가 김영하에게 번역을 의뢰하는 등 이리저리 애를 쓰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 같은 출판사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소설가 김연수에게 번역하게 했던게 생각나서 좀 재밌었습니다 - 좀 더 두고 볼 일이지요. 『파우스트』처럼 예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좀 더 고급스러운 장정으로 나왔던 책을 전집에 편입시킨 경우도 있던데, 기왕 나왔던 책은 어떻게 될런지 좀 걱정되는게 사실입니다.


민음 세계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의 베스트셀러. 가장 널리 팔리는 전집이죠. 도서 관련 커뮤니티에서 번역본에 관련한 질문만 들어오면 무조건적으로 이 전집을 추천하는 광경도 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전집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워낙 많이 팔리는 전집이다 보니 부정적인 반응도 그만큼이나 많이 나오는 거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이른바 '세계명작' 즉 너무 잘 알려지다 못해 뻔하기까지 한 작품이 워낙 많다는 것이죠. 무려 200권이나 넘어가는 문학전집이고 보니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이겠지만, 가끔은 불만스러울 때도 있지요.

게다가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번역... 물론 문학전집의 특성상 좋은 번역도 있고 나쁜 번역도 있기 마련입니다만 민음사의 경우는 사실 그리 곱게 보이지 않더군요. 업계 매출 1,2위를 다투는 대형 출판사이면서도 역자에 대한 대우가 워낙 박하기로 유명해서, 마냥 번역자만 욕하기도 뭐하다는 게 가장 크지요. 왕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그대로 가져와 출간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특히 『중국신화전설』 같은 경우는 《대우학술총서》로 나왔던 책을 다시 내면서 주석과 본문 일부를 뚝 떼어먹었기로 유명합니다. 이런 판단을 설마 번역자 혼자서 했을리는 없죠. 소위 '보급판'이라는 미명 아래 출판사 측에서 저지른 짓이라고 봐야 할 텐데, 그런 황당한 사건을 목도하고 나면 사실 이 전집이 그렇게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뭐, 그렇다곤 해도 이 전집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200권을 넘어가는 방대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전집이다 보니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좋고, 뭣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싸거든요. 정가조차 7,000원밖에 안하는 책도 상당히 많습니다.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면 한 권에 5,000원이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이래저래 주머니 사정 어려운 독자들에게는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이라 할까요.


 《범우 비평판 세계 문학선

왕년에 많이들 봤던 세계문학전집. '훌륭한 작품을 양질의 번역에 싼 값으로 공급한다'라는 컨셉을 내세웠던 전집이고, 딴에는 《Mr.Know 세계문학》의 선배격(?)인 전집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으로 나왔던 번역서 중 김붕구의 『적과 흑』 번역을 비평가 김현이 제법 호평했던게 기억에 남는군요. 이 외에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으면서까지 연구에 몰두했다는 전설로 유명한 영문학자 김병철 선생도 이 출판사의 매니아로 유명했고... 다만 이 전집 자체는 워낙 구닥다리가 되어놔서 지금에 와서는 별로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취향 자체가 좀 옛스러운(?) 분들이 주로 찾으시죠. 게다가 『샤를마뉴 황제의 전설』처럼 여전히 이 전집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도 여럿 되니 아주 무시해버리기엔 아까운 전집입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Mr.Know 세계문학

얼마 전에 제가 이 전집에 대한 정보를 올렸었는데... 《Mr.Know 세계문학》이 《열린책들 세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나왔습니다. 글자 크기나 행간 등은 그대로고 표지와 가격만 바뀌었다더군요. 물론 전집의 라인업도 다소 달라지긴 했습니다. 원래 전집으로 내질 않았던 『미사고의 숲』같은 소설이 새로 전집에 포함되었고, 열린책들의 베스트셀러라 할 도끼 소설들도 여럿 포함되었죠. 아예 새로 번역된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만 이거야 두고 볼 일이죠. 다만... 기존에 단권이나 두권 분량으로 냈던 책을 두 권 내지 세 권으로 추가 분권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가뜩이나 양장으로 바뀌면서 오른 책값이 훨씬 더 올랐습니다. 열린책들이 정말로 저가정책을 포기했구나 싶어서 영 씁쓸했더랬죠.

뭐 늦은 말이긴 합니다만 《Mr.Know 세계문학》은 흔해빠진 세계문학전집 중에서도 자기 색을 갖춘, 상당히 괜찮은 문학전집이었더랬죠. 출판사 자체가 초기부터 '관련 언어 전공자에 의한 완역본'을 컨셉으로 밀고 다녔던 곳이기도 하고, 전집의 라인업 또한 기존의 전집들에 비하면 상당히 참신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장르문학 팬덤에게는 SF나 판타지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이 '세계문학전집'의 작품으로 소개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 깊은 일이었죠. 이 외에 비교적 최근에 나온 작품을 소개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해서, '고전'에 질린 독자들이 보기에는 그래도 썩 괜찮은 전집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번역서 특유의 희안망측한 고유명사 표기(특히 러시아문학)만큼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못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열린책들이 워낙에 판본 장난을 잘 쳐서 그렇지 전집 자체는 제법 쓸만하다는 이야기지요.


 《월드북

동서문화사에서 내는 책인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런 책이 여전히 시장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일 아닐까 합니다. 물론 동서문화사가 한창 활약하던 시절(그러니까 사상계사의 뒤를 이어 동인문학상을 인수하던 시절)에는 이 출판사에서 내는 중역본들도 나름의 의의가 있었습니다. 워낙 책이 부족하던 시절이니까요. 이 출판사에서 냈던 《ACE88》등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그런 사정 때문 아니었겠습니까? 중역본이니 완역본이니 하는걸 따지기 이전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지금이야 굳이 번역도 이상한 이 출판사의 책을 사서 볼 필요가 없습니다. 보다 훌륭한 번역서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아무리 싸다곤 해도 이런 책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출판사 자체도 좀 이상한 소문이 많이 들리던 곳이죠. 90년대에 백과사전을 출간하면서 직원들을 사정없이 착취했다는 둥... 이 출판사 사장이 보여온 정치적 행보도 영 못미더운게 사실입니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출판사의 나이로 따지면 범우사(1966~)보다도 훨씬 오래된 을유문화사(1945~)의 전집. 얼핏 기억하기로 이 전집 이전에도 을유문화사에서 낸 전집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질 않는군요. 여튼 지금 소개하는 전집 자체는 2008년에 출간되기 시작한 전집입니다. 사실 저로서도 이 문서 준비하면서 새삼스럽게 기억했다 뿐 직접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는 전집인데... 찾아보니 출판사에서 50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전집이라는군요. 그만큼 출판사에서도 나름 정성을 기울였던 모양인데, 물론 저는 직접 읽어본 바가 없으니 평가야 생략. 다만 최근에 크래티앵 드 트루아의 『그라알 이야기』를 내놓은 건 굉장히 이채롭더군요. 번역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책인데 나와줘서 굉장히 기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참 묘했더랬습니다. 좌우간 귀추를 주목해볼만한 전집이라는 점은 확실하지요.


 《펭귄 클래식

세계적으로 유명한 '펭귄 클래식' 전집의 한국어판이긴 한데... 그 모양새가 좀 이상합니다. 본래 펭귄 클래식은 저작권이 풀린 고전들을 - 모양새를 포기하는 대신 - 염가에 판매한다는 기획을 내세웠던 전집이지요. 책을 서점이 아닌 슈퍼마켓에서 판다는 판매 전략을 최초로 도입했던 전집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국어판은 요게 '값이 싼 것도 아니오 장정이 고급스러운 것도 아닌' 요상한 꼴이 되었습니다. 펭귄 클래식 답지 않은 고급화 전략을 꾀하면서도 그게 좀 어설프게 되었달까요. 저도 읽어본 게 얼마 없어서 판단은 보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겉모양새만 보면 어째 찜찜... 한 것도 사실입니다.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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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은 2009년에 읽은 책. 만화나 과제 도서는 제외했다.

사실 '2009년에 읽은 책'을 말하기엔 조금 이른 때이기야 하다. 내 독서 패턴 상 월 말쯤 되면 이왕의 목록에 못해도 7,8권쯤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한해 독서 현황을 정리한다는게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니고 하니 일단 공개부터 해서 기정사실화한 다음 차차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예년과는 달리 각 작품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일일히 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왕에 이 블로그나 거울 웹진, 북시 위키 등에 썼던 해당 작품 관련 글들을 링크하고자 하니 해당 작품에 대한 내 코멘트가 궁금한 분들은 그 링크를 찾아보면 되겠다. 제목에 링크된 것은 블로그에 썼던 '서평'이고, 그 뒤에 괄호쳐진 '(북시)', '(거울)' 등의 링크들은 해당 공간에 썼던 글들을 지칭한다. '(잡글)'은 그 작품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썼던 잡설을 이야기한다. 아예 따로 그 작품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만 링크했고, '근황' 류의 글에 넣었던 코멘트는 링크하지 않았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경우처럼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가도 그 성과를 북시 위키 등으로 집약시킨 경우에는 '최종 버전'만을 소개했다. 

'올해의 베스트 5'는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다. 제시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머나먼 바닷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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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캐넌의 세계(환상문학전집 5)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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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엘리자베스 문 (북스피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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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하일 불가코프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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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서 클라크 (시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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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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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2009년 10월 근황'에 넣으려다가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밖에 뺀 이야기-.

홍대화의 열린책들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끼워넣었다. 번역서 본문을 비교하는 대목부터 읽으면 된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한 『거장과 마르가리타』 판본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박형규 씨의 번역본이었다. 이 판본에 대해서는 읽기 전부터도 여러 곳에서 많이 들었다. 역자 박형규 씨는 과거 1982년부터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번역하여 출간했던 사람이다 운운. 이 번역본이 여러 출판사를 거쳐 1992년에 삼성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을 마지막으로 거의 14년간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새 번역본이 없다가 2005년에 러시아에서 나온 드라마가 그야말로 대박을 치는 바람에 이 드라마가 한국에 수입되는 시점에 즈음하여 문예출판사에서 재출간되게 되었다 운운. 거개는 벌거지님을 통해 접했던 정보들이다.

가장 최근에 들었던 정보 중에는 이 번역본이 사실은 저작권 관련 사항조차 불명확한 일어 중역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이야기 관련해서는 내 기억이 불확실하니 넘기도록 하고... 중역본들이 대개 그렇듯 매끄럽게 읽히는데 치중한 번역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이 판본으로 읽을 때만 하더라도 그게 무슨 소린가 했었는데, 불가코프 전공자가 작업한 다른 번역본들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확실히 그렇게 충실하다고는 보기 어려운 번역본이다. 2권 말미에 들어간 벌거지님의 서평은 꽤 훌륭했지만 번역에 들어간 정성 자체가 이리 부실해서야.

그 뒤에 접한 판본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나온 김혜란의 번역본, 그리고 열린책들에서 나온 홍대화의 번역본. 뒤의 두 판본은 이전에 나온 문예출판사 판에 비하면 정말 정성스럽게 제작된 판본이라 그저 감탄하면서 볼 뿐이다. 요 며칠간 나도 해외의 불가코프 팬 사이트를 뒤지며 나름 공부를 하긴 했다지만 이 두 사람의 번역서에 달린 주석들은 상당 부분 나로서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것도 작품 이해에는 거의 필수적인 주석들이어서, 문예출판사 판만 봤다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이를테면 2장에서 예슈아 하-노츠리가 유다 이스카리옷과의 인연을 설명하는 부분을 보자.

 박형규 역(45~46p, 1권)  김혜란 역(44~45p)  홍대화(49~50p, 上권)
  "그럼," 총독이 말했다. "이 질문에 대답해봐라. 가리옷 사람 유다를 아느냐? 그와 얘기한 적이 있다면, 케사르에 대하여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있습니다." 죄수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저께 저녁 저는 성전 근처 가리옷 마을에서 온 유다라는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같이했습니다."
  "그는 선량한 사람인가?" 빌라도가 묘한 눈빛을 띄고 물었다.
 "매우 선량하며,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한 사람입니다." 죄수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는 저의 사상에 커다란 관심을 나타냈으며 즐거이 저를 환영했습니다."
 "촛불까지 켜고……." 빌라도가 이를 악문 채로 죄수에게 말했다. 그의 눈이 번득였다.
  "예." 예슈아는 총독이 그토록 소상한 것까지 잘 알고 있는 데 놀라면서 말했다." 그는 저에게 정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그 문제에 대단히 관심이 많더군요."
  "그래서 너는 무슨 말을 했느냐?" 빌라도가 물었다. 
 "아니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잊어버렸다고 대답하려느냐?" 그러나 이미 빌라도의 목소리에는 체념한 듯한 기분이 나타났다. 
  "그럼," 그가 말했다. "이 질문에 대답해봐라. 너는 키리아트에서 온 유다라는 자를 알고 있느냐, 그리고 그자에게, 그러니까 만일 말을 했다면, 카이사르에 대한 무슨 말인가를 했느냐?"
 "그 일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죄수는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엊그제 저녁 성전 옆에서 키리아트 시에서 온 유다라는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그는 도시 남쪽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저를 초대하여 대접해주었습니다……."
 "그자도 선량한 사람이었겠지?" 빌라도가 물었다. 그의 눈에 불꽃이 타오르듯이  이글거렸다.
 "무척 선량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죄수가 대답했다. "그는 제 생각에 아주 큰 관심을 보였고, 매우 정성스럽게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작은 불꽃들도 켜두었고……." 빌라도는 거의 입을 벌리지 않고 죄수와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두 눈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그렇습니다." 예슈아는 총독이 그 사실을 벌써 알고 있다는 것에 다소 놀라며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국가 권력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 문제에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빌라도가 물었다. "아니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텐가?" 빌라도의 어조에는 이미 절망이 담겨 있었다.
  「그러니 대답해라.」 그는 말했다. 「너는 기리앗 출신의 유다38라는 자를 아느냐? 말한 적이 있다면, 네가 카이사르에 대해 한 말은 참으로 어떠한 것이냐?」
 「일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죄수는 기꺼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저께 저녁 나는 기리앗 출신의 유다라고 하는 한 젊은이를 성전 옆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를 도시 아래쪽에 있는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대접했지요…….」
 「그는 선한 사람이냐?」 빌라도가 물었다. 그의 눈빛에서 악마 같은 불꽃이 튀었다.
 「아주 선량하고 상냥한 사람이지요.」 죄수는 맞장구를 쳤다. 「그는 나의 생각에 큰 관심을 보이고, 나를 아주 정성스럽게 맞이했습니다…….」
 「등불을 밝혔겠지…….」39 빌라도는 이를 악물고 죄수의 톤에 맞추어 말했다. 이때 그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렇습니다.」 총독이 그것을 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면서 예슈아가 말을 이었다. 「나에게 국가 권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 했어요 그는 그 문제에 지극한 관심을 보였지요.」
 「그래서 넌 뭐라고 대답했느냐?」 빌라도가 물었다.
 「혹은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렸다고 하려느냐?」 그러나 이미 빌라도의 말투에는 기대감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촛불', 혹은 '불꽃'에 대한 묘사이다. 사실 이 부분은 다소 생뚱맞게 삽입된 부분이다.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총독이 대체 어떻게 그 자리에서 불을 켰다는 사실을 짐작한단 말인가? 별다른 주석을 제시하지 않는 박형규 역에서는 이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만, 김혜란 역과 홍대화 역에서는 미주와 각주를 통해 이렇게 설명한다.

『탈무드』에 따르면, 유대의 율법은 누군가 종교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유혹'의 죄로 고소된 경우, 두 증인으로 하여금 벽 뒤에서 숨어 지켜보게 하고, 그 옆방에 피고인을 들어가게 하여, 피고인이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증인들이 그의 말을 듣게 했다. 그리고 이 때 피고인 곁에는 촛불 두 개를 켜두어, 증인들이 피고인의 얼굴을 분명히 알아보도록 했다. (김혜란, 619p)

로마법에 따르면 숨겨 놓은 증인들이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등불을 밝히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홍대화, 상권 50p)

유다가 예수를 초대하면서 촛불을 켰다는 사실은 결국 이 때 이미 유다가 예슈아 하-노츠리(곧 예수)를 팔아넘기고자 했다는 뜻이고, 본디오 빌라도가 이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는 건 그러한 사실을 본디오 빌라도가 알아차렸다는 것을 뜻한다. 주석이 없는 다른 판본에서는, 본인이 이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지 않은 이상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대목이다.

기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저자 자신이 살았던 당대, 스탈린 정권 치하의 러시아에 대한 풍자 소설일 뿐만 아니라 성경, 중세 파우스트 전설 등 숱한 배경지식들이 녹아난 소설이기도 하다. 결국 작품들이 품고 있는 맥락들을 집어내지 못한다면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충실한 주석이 곁들여진 번역본들의 가치가 단연 높을 수밖에 없다.

남은 문제라면 기왕에 나온 두 주석본 중 어떤 책의 주석이 더 탁월하느냐의 여부가 되겠는데... 사실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인용한 구절에서는 김혜란 역의 주석이 훨씬 상세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홍대화 역에서 훨씬 상세하거나, 아예 홍대화 역에만 실린 주석도 적지 않다. 정말 재미있는 건, 두 번역본 모두 같은 원서와 같은 주석서를 참고하여 주석을 달았다는 점이다. (1990년에 출간된 불가코프 전집과 2007년에 출간된 벨로브롭체바의 주석서) 일단 쉽게 확인 가능한 차이라면 문학과지성사판은 주석을 미주로 달아 죄다 책 뒤로 밀어냈고, 열린책들판은 각주로 달아 그 때 그 때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는 점 정도.

물론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러시아문학 특유의 독자적인(?) 인명 표기는 좀 더 생각을 해야 할 부분이고...

결국 문예출판사의 번역본을 까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는데, 사실 그 번역본도 나름 번역사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다. 일단 2006년에 이 번역본이 재간되고 나서 최근 들어 갑자기 문학과지성사판이니 열린책들판이니 하는게 번역되기 시작했고, 모 출판사에도 번역 원고가 넘어갔다고는 하니 말이다. 번역 자체의 수준이야 어떻든 불가코프 번역 붐(?)을 일으킨 공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할까? 그렇다곤 해도 문예출판사의 번역본만 보겠다고 하면 썩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또,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모 출판사에도 2007년에 번역 원고가 넘어갔다고 들었다. 언제 나올지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번역자 분이 소설가로서는 내 나름 주목하는 분이기도 해서 제법 궁금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원고가 2007년에 넘어갔다 하니 문학과지성사나 열린책들에서 나온 원고보다는 주석이 상세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뭐 모 출판사에서 현직 교수인 이상섭 씨가 번역한 『아서 왕의 죽음』조차 2005년에 원고를 받아놓고서는 올해 말에 낸다니 만다니 하는 상황이라는 걸 감안하면 과연 언제 나올지 궁금할 따름이다.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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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아온, '2008년에 읽은 책'

예전에 읽었던 걸 다시 읽은 책, 수험 서적(토플, 한자 등), 만화, 아직 밝힐 수 없는 책들은 제외. 도색잡지는 없으니 의심 마시라.

...그러고 나니 쓸 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건 우째서...



총류
교수신문『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1』생각의나무
목차(도서 창고 위키)
학술언론, 교수신문에서 연재되었던 번역 비평 특집 기사를 (1차로) 묶어냈던 책들이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의 내게는 꽤 비싼 가격이었던지라(요즘에 와선 책의 가격에도 제법 무덤덤해졌다) 제법 고심한 뒤에 샀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고 난 직후에는 대만족. 한동안은 이 책에 실려 있는 번역 비평들을 신처럼 신봉하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지만, 번역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들춰보게 되는 책이라는 것은 여전하다. 현재는 2권까지 출간.
모색 『계간 모색 5호 : 학문후속세대의 새로운 전망을 꿈꾼다』이후
리뷰(2008/09/06)
학문하며 산다는 것의 우울함을 가르쳐주었던 책... 그러고보니, 모 번역자가 로스쿨로 진학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인문학자의 길은 인생의 특정 시점에서 특정한 공간에 서 있어야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게 생각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던 것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야르『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김병욱, 여름언덕
내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아직까지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올해 중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1월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 아니던가. (정말 의아해서 지난 글들을 뒤져보니, 두어번 언급하긴 했었다) 
열린책들『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열린책들
리뷰(2008/03/19)
정가는 3천원밖에 하지 않는 이 책이 중고 시장에서는 5만원도 넘게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거래가 성사되는 걸 본 적은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가격으로 팔고 싶어하는 이가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게다. 좋은 책이 일찍 절판되어버린 통에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하나 영 마음이 편치는 않다. 

철학
김상봉『도덕교육의 파시즘』길
도갤에선가 우연히 알게 되어 읽었던 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책 치고는 제법 딱딱하지 싶더라만, 그래도 읽을만 하다. 주제 자체가 워낙 심각하고 중요하니까. 모 웹진에 서평을 보내려고 골랐던 책이기도 하다. (늦게 쓰는 바람에 결국 싣지는 못했지만. 이번달에는 다른 원고를 보낼 예정이다.)
신동준『공자와 그의 제자들』한길사
리뷰(2008/06/30)
얄롬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시그마프레스
이훈진『편집성 성격장애』학지사
확실히 그런 시절이 있긴 했다. 혹여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안좋게 보진 않을까, 못마땅히 여기지 않을까, 내쳐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던 때가. 물론 그게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쉽사리 떨쳐내기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급기야 선택한 것이 심리학을 공부하는 거였다. 차라리 내 현재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걸 극복하기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원래 의도했던 것은 얻지 못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편집성 성격장애'와 내 증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법 도움을 얻기도 했다. 증세가 같지 않다는 것에 - 다시 말해 내가 앓는 것이 '병'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 안심했으니까.

종교
이강엽『신화』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신화의 개념과 그 요소에 대해 다룬 책이다. 작년에 읽었던 『신화의 역사』보다는 좀 딱딱하긴 해도, 신화학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데는 굉장히 쓸만한 책이지 싶다. 특히 「신화와 현대문화」 챕터를 보고 나선 같은 총서의 『현대문화와 신화』도 이 저자가 집필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이 정도의 퀄리티만 유지된다면 '문학의 기본 개념' 총서의 미래도 밝으련만.
이윤기『뮈토스 1』고려원
언제 읽었는지는 고사하고 내용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
정재서『이야기 동양 신화 1』황금부엉이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2)
김산해『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
리뷰(2008/12/21)
김지방『정치교회』교양인
리뷰(2008/12/22)

경제학
우석훈『88만원 세대』레디앙
리뷰(2008/04/26)
우석훈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88만원 세대』의 핀트를 약간 바꿔서 20대 젊은이들이 힘든 건 그들이 못났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책을 썼다면 책이 훨씬 잘팔렸을 거다'라고 주장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웃기시네. 우석훈이 문장만 좀 더 근사하게 뽑아내는 사람이었어도 책이 두 배는 더 잘팔렸을 거다. 사실 이 정도로 엉망인 문장을 봐야 한다는 건 거의 재앙에 가깝다. 『괴물의 탄생』은 이보다는 훨씬 낫더라.
우석훈『괴물의 탄생』개마고원
"경제학자로서 현재의 위기에 어떤 해결책을 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전제했던 책. 그 결론에는 썩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그런 자세 자체는 퍽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인문학자가 비슷한 어조로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장하준『사다리 걷어차기』형성백, 부키
글 자체는 흥미로운데 이상스레 영 읽히지는 않았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우상을 떠받드는 이들을 조금은 더 똑똑하게 가소로워할 수 있게 해준 책.
샤피로『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공혜진, 서돌
adios777 형님이 추천해 주셨던 책. 그러고보면 그 분은 지금 어디서 뭘 하시는지...

법학
김두식『헌법의 풍경』교양인
법학 교양서. 그냥 법조계 전반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사담 형식으로 푼 책이다. 그런 책에 『헌법의 풍경』이라는 제목은 좀 과하지... '전관예우'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밀하게 쌓아올려진다는 사실을 안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임종인外『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
사실 이 책도 서평을 쓰려고 준비는 해뒀었는데 결국 쓰질 못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책인데도 정작 글은 쓰질 못했으니...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과 맞서야 하는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를 알려준 책이었다. 총과 마약으로 무장한 건달들보다도, 펜과 명함으로 치장한 와이셔츠 군단이 훨씬 마피아에 가깝다는 걸 가르쳐준 책이기도 하고...
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책세상
제목'은' 훌륭하다. 허나 굳이 말하자면 개론서 성격을 띄는 책에 '~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닐지. 나온지 제법 되는 책인지라(2001년) 내용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게 없다만 그내용을 '생각보다는' 쉽게 풀어내는 데 놀랐다. 조국 교수는 그저 잘생긴 얼굴로 유명한 교수 정도로 알고 있었다만 이만하면 다른 저술에도 관심가져볼만 하다 싶을 정도였다.

교육학
강성민『학계의 금기를 찾아서』살림
살림지식총서. 좋은 책이긴 했다만 『모색』에 비하면 좀 충격이 덜하긴 했다. 분량 자체가 워낙 짧은 책이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서도.
Bain 『What the best college teachers do』Harvard Univ.
밤 중에 하릴 없이 TV 채널을 돌려보다 우연히 보게 된 EBS 다큐멘터리... 거기서 참고 문헌으로 제시되었던 책이다. 알고 보니 그때쯤 유행하던 소위 '긍정의 힘'이라는 게 교육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가 다룬 책이었다. 좀 호기심이 생겨서 일부러 원서를 구해다 보긴 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책을 덮을 때까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짐작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부분은 없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반성하긴 한다. 과연 이 책의 출판사가 "Havard Univ."가 아니었다면 굳이 원서를 구입했겠는가 하고) 

문학(총류)
고장원『SF의 법칙』살림
살림지식총서. 책 초반에 SF의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 평소 절대 SF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작가들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보곤 잠시 책을 덮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쥘 베른보다도 앞선 시대에 속하는 작가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책을 산건가 싶어서. 끝까지 읽고 나니 그렇게 나쁘지도, 어렵지도 않은책도 아니었다만 초장에 당했던 떨떠름한 기억은 영 지우기 어렵다. 그런 식으로까지 자신의 가치를 부풀려야 하는 걸까. SF라는 장르는.
린드버그『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박혜숙『소설의 등장인물』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등장인물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에 꽤 좋았던 책. 물론 정말 심도있는 논의야 전문적인 비평서들을 뒤져야 하겠지만, 이만하면 책값은 한 셈이다.
에코 『논문 잘쓰는 방법』김운찬, 열린책들
리뷰(2008/02/28)
안정효『글쓰기 만보』(메멘토)
번역으로도 유명한 작가의 작법서. 해서 번역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했었다만 그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했다며 잘 안하려 하는 것에 약간은 실망하기도... (물론 이해는 한다) 출판사에서는 글쓰기 전반에 대한 참고서인양 광고를 해대서 샀는데 정작 읽어보니 '소설' 창작에 대한 글이었다. 음... 확실히 그 분야에서는 제값할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더이상 소설 창작에는 관심 갖지 않게 된 내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윤오영『수필 문학 입문』태학사
작법서. 도갤에 어떤 이가 도서 추천을 부탁하자('남에게 안알려주고 자기만 읽던 책이 있다면?') 다른 도갤러가 답한 책이었다. 호기심에 한 번 사서 봤는데... 제법 괜찮다. 
이태준『문장강화』이형택, 창작과비평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가. 책 자체가 워낙 낡아서 그럴 테지만 『수필 문학 입문』이나 『글쓰기 만보』에 비하면 그닥.., 아, 인터넷 서점에서의 가격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우월하더라만.
지라르『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김치수外, 한길사
작고한 비평가 김현이 무척이나 좋아했다던 평론가... 덕분에 한국 문단에서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제법 큰 영향도 끼쳤다고 하는데, 김현의 팬을 자처하는 내가 이 평론가를 접한 건 올해에 들어서다. 책에서 다루는 작품 대부분을 읽지 않았던 것에 상당히 자신없어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놀라우리만큼 만족스럽다. 세상에. 비평이 이리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적과 흑』의 경우는 지라르의 설명이 워낙 훌륭해서 중간에 참지 못하고 『적과 흑』을 사서 읽은 다음에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었을 정도다. 그가 제시했던 '욕망의 삼각형'이라는 이론도, 근본적으로는 그 이론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솜씨가 있었기 때문에 훨씬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문학(앤솔러지)
김이환外『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황금가지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다만 문장에 개재된 김보영 씨의 단편 「스크립터」(링크)를 보고는 기겁해하며 황급히 주문했더랬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절대 책값 아까워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물론 그렇기는 했다. 하지만 「스크립터」만큼이나 충격적이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단 말씀. 수록된 작품들이 대개 작가의 데뷔작이거나 초기작이라는 걸 감안해야 할까. 그래도 「초록 연필」같은 단편도 건졌으니 손해는 안봤다 싶지만.
박민규外『앱솔루트 바디』해토
저자 중 한 분에게서 선물받은 책... 딱히 그 분과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열었던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된 것 뿐이다. 사실 수록된 작품들이 그렇게 괜찮다는 인상은 받질 못했다.
이문열『세계명작산책』살림
예전에 이 책을 두고 '이문열이라는 이름에 이를 박박 갈면서도 어쨌든 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국에 출간된 세계명작 앤솔러지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앤솔러지가 아닐까. 물론 선정자의 정신나간 취향이 드러나긴 한다. 가령 1권 「사랑의 여러 빛깔」에는 정작 제대로 된 로맨스 작품이 거의 없고, 2권 「죽음의 미학」에는 초장부터 미시마 유키오의 정신나간 단편 「우국」이 수록되어 있는 식으로.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 해도 정말 최정상급의 앤솔러지인 것만큼은 분명...

한국문학
강명관外『공부의 즐거움』위즈덤하우스
공부 좋아하기로 유명한 명사들을 모아둔 건 좋은데, 그래놓고서 시킬 짓이 '난 어떻게 성공했소' 하는 식의 자기자랑밖에 없었을까? 그저 목차에서 필진들의 이름을 확인해두었다가 그들의 저서를 하나씩 읽어보는게 더 내실있는 독서가 되리라.
김훈 『남한산성』학고재
일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김훈만큼이나 내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는 드물다. (링크) 굳이 꼽자면 이영도 정도나 들 수 있을까. 여하간 이 사람에게서 소설가로서의 가능성을 접게 된 건 『개』 때부터였다고 기억한다. 해서 『남한산성』이 발표되었을 때도 좀 심드렁한 심정으로 들으며 주문했었다. 글쎄. 물론 『개』보다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언론에서 호들갑 떨던 것처럼 '끝내주는' 글은 아니었다. 그저 그냥 그대로 가면 밥은 안 굶고 살만하겠다 싶은 정도랄까...
기형도『기형도 전집』문학과지성사
작년에 휴학하기 전, 숙소 인근의 모 서점에 들렀다가 그냥 나오기가 마땅치 않아 짚히는대로 사들고 온 책이었다. 정작 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몇 번 들춰보다 만 상태로 묵혀두다 올해 들어서야 읽은 것인데... 그냥 괜히 샀지 싶었다. 여전히 시는 내 분야가 아니니 평가할 부분은 아니지만 산문은... 글쎄다. 비범한 시재(詩材)를 확인하기엔 영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김수영『김수영 전집』민음사
「시」 편은 진작에 생일 선물로 받아서 읽었었고, 올해 읽은 책은 「산문」편이었다. 시인의 외모 때문인가.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필치를 예상했거늘 정작 그의 필치는 수더분하기 그지 없었으니... 비유하자면 '젖은 88 라이트'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물론 그런 느낌도 나쁘지 않더랬다. 확실히 좋은 시인은 좋은 산문을 쓸 줄 안다. 『김수영 전집』을 읽다 알게 된 사실 하나. 김수영이 번역했다고 알려진 작품 중에서 적어도 한 작품은 그가 직접 번역한게 아니다.
김이환『양말 줍는 소년』황금가지
리뷰(2008/06/26)
나승규『해한가』시드노벨
꽤 오래전부터 쓰겠다고 설레발쳐댔으면서도 결국 나는 이 소설의 리뷰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써놓은게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써놓은게 A4 7페이지 분량. 나머지로 계획했던게 4,5페이지 쯤 남았긴 하지만, 지금 상태로도 업로드하기에 부족한 분량은 아니다. (심히 허접할 거라는게 문제지...). 글쎄. 이 소설에 대한 내 입장 변화는좀 묘한 구석이 있다. 읽을 때는 굉장히 몰입했으면서도 읽고 나서는 사정없이 후드려까댔고, 그러면서도 장문의 리뷰를 썼다. 그러다 이글루스 등지에 『해한가』리뷰가 수두룩하게 올라오게 되면서부터는 나도 그냥 시들해졌고... 앞으로도 그 미완성 원고가 완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가끔 사람들이 "왜 서평 안써요?"하고 놀릴 때나 이야기하게 되겠지.
듀나 『용의 이』북스피어
다 읽긴 읽었으되... 작가로서의 듀나는 서서히 하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평양 횡단특급>에서 그가 구사하던 군더더기 없고 정갈한 문체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가 쓰는 글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지지만 그만큼 씁쓸함도 늘어간다. 그건 그렇고 듀나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는데, 신비주의 전략도 이제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이미 듀나가 자신의 비밀을 비싸게 팔 수 있는 시기는 지난 듯 한데.
정은궐『해를 품은 달』시공사
그놈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판평대...때문에 읽어야 했던 작품. 로맨스 소설은 전혀 읽어보질 않았던 지라 내심 걱정했다가, 의외로 잘 읽히는 것에 신기해하며 읽었었다. (최근에 『타임 패트롤』을 읽으면서도 느꼈었지만, 나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내 자신의 적응력을 지나치게 낮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꼴에 전공자랍시고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한문 경구들에 감탄하기도 했고. 작가가 공부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중국문학
풍몽룡『동주 열국지』김구용, 솔
리뷰(2008/02/28)
오승은『서유기』서울대, 솔
리뷰(2008/06/05)
포송령『요재지이』김혜경, 민음사
청나라 때 엮인 중국 괴기담 모음집. 뜻밖에 골때리는 이야기가 많다. 예컨대 주인공 사내가 여행을 하던 중에 왠 미소년이 자기를 꼬시길래 관계를 맺었는데 주인공 사내의 '그것'이 엄청난 대물이었던지라 미소년이 뒷구멍으로 피를 쏟아냈다는 이야기라던가... 이처럼 외설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이야기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던 작품. 이런 원전에서 기껏 《천녀유혼》같은 로맨스물이나 뽑아낸 걸 보면 참... 

영미문학
르귄 『바람의 열두 방향』최용준, 시공사
리뷰(2008/01/22)
마리니外『드라큘라』이병수, 이룸
피귀르 미틱 총서 13번. 흡혈귀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다룬 책이다. 물론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스토커의 『드라큘라』. 꽤 흥미로운 책이다. 다른 책도 이 정도라면 피귀르 미틱 총서를 다 사는 것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스토커『드라큘라』이세욱, 열린책들
정보(도서 창고 위키)
영화나 만화 등 곁다리 작품들로만 접해오다 올해 들어서야 겨우 원전을 읽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다. 한 편의 근사한 작품이 후대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알려준 작품. 
애덤스『워터십다운의 열한마리 토끼』햇살과나무꾼, 사계절
출근 중에 읽다가 몇 번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게 만들었던 소설. 띠지의 광고 문구가 과장 광고로 보이지 않은 경우도 정말 오랜만이다.
앤더슨『타임 패트롤』김상훈&이정인, 행복한책읽기
리뷰(2008/12/22)
1권은 좀 심드렁하게 읽었다만 2권에선 정말 기절초풍해하며 읽었었다. 원 세상에 내가 SF소설에 이렇게 빠져드는 날이 올 거라고는...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정영목, 민음사
리뷰(2008/05/22)
위벌리『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박중서, 뜨인돌
이래저래 호평을 많이 듣기도 했다만, 50년이나 지나서도 읽힐만한 글은 아니지 싶다. 딱 1950년대 미국에서나 공감을 살만한 그런 정치적 유머가 담긴 책이라 해야 하나.
톨킨 『북극에서 온 편지』김상미, 씨앗을뿌리는사람
간만에 Yes24에 들어갔다가 무려 50% 할인 이벤트를 하는 걸 보고 어이 없어하며 사온 책일 게다. 세상에 아무리 출판계가 어렵다 해도 그렇지 톨킨의 책이 그런 대접을 받는 걸 그대로 넘기기는 어렵다.
홀드스톡『미사고의 숲』김상훈, 열린책들
번역자로서의 김상훈 씨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책...

독일문학
호프만『악마의 묘약』박계수, 황금가지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묵은 책이 아닐까 싶다. 2004년에 샀던 책을 2008년에야 읽었으니. (정말 생각 없다 싶을 정도로 책을 무작정 사모으던 시절이라, 우리 집 서가에는 아직도 그 시절에 사놓고 못 다 읽은 책들이 여러 권 된다) 그닥 신통찮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이런 식으로도 써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프랑스문학
스탕달『적과 흑』김붕구, 범우사
지라르의 비평 때문에 읽게 된 책. 그 전에 한 번도 읽은 바 없고 한 번도 들은 바 없었건만, 지라르의 비평 속에서 이 소설은 정말 재밌어보였다! 과연, 나로서는 상당히 호의를 두고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한 때 플로베르를 흉내내어 "쥘리앙 소렐은 바로 나다!"라고 외치고 다니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허나 역시 재미로 따지면 비평보다도 덜했던게 사실.
아미엘『아미엘의 일기』김욱, 바움
어디에선가 '평생 고독하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막장 인생을 보낸 남자의 일기'라는 설명을 듣고는 사서 본 책이다. 상당히 기대(?)를 갖고 사봤다만, 결과는 그저 그랬다. 그 전에 『최강전설 쿠로사와』나 『죄와 벌』 같은 작품들을 읽었던 탓인가도 모르겠으나, 글만 봐선 뭐 심드렁할 따름인지라. 물론 그의 인생 자체는 우울하기 그지 없지만. 그러고보면 프레데릭 아미엘은 평생 '1만 7천 페이지의 일기'를 남겼다는데 국내에 출간된 책은 어찌 500페이지가 좀 안되는 '얄팍한' 책 뿐인가. 필시 발췌본일 텐데, 거기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출판사가 괴씸할 다름이다.
에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이세욱, 문학동네
리뷰(2008/02/28)
사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보다는 『세계명작산책』에 실린 「사빈느」가 훨씬 근사했었다.

러시아문학
도스토예프스키『분신 / 가난한 사람들』석영중, 열린책들
서간체 연애 소설. 예전에 본 중역본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놀랐엇다. 그 판본에서는 서로 좀 더 노골적이고 '연인' 같은 분위기도 더 컸었다. 그에 비하면 열린책들 판본은 좀 무뚝뚝하게 옮겨진 편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여자 쪽에서 전해오는 '어릴 때 좋아했던 가정교사'가 더 기억에 남는다. 질척질척하고 음울하고 슬픈 이야기.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홍대화, 열린책들
리뷰(2008/03/17)
조유선編『도스또예프스끼 읽기 사전』열린책들
알라딘 중고샵에서 놀다가 우연히 발견하곤 덥썩 물어온 물건. '도서 창고 위키'의 러시아문학 파트는 이 사전이 없었다면 거의 채워지질 못했을 게다.

역사
츠바이크『광기와 우연의 역사』안인희, 휴머니스트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적 장면을 극화한 단편 모음 정도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싶다. 하기사 시오노 나나미의 책도 일단은 역사서라고 하는 판국이니...
플루타르코스『플루타르코스 영웅전』천병희, 숲
다 좋은데 편집 미스. 『그리스를 만든 영웅들』에서「테미클레토스 전」끝부분이 뭉텅 잘려나가고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가격을 비싸게 매기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런 건 좀 용납하기 어렵다. 출판사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항의하려 해도 영 찾을 수 없으니...

기타
김욱동『번역인가 반역인가』문학수첩
번역 테크닉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 김욱동 씨가 번역한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영어 공부하는데 제법 도움은 되겠다 싶었다. 영어 공부가 뜸한 요즈에 와선 잘 안보는 책.
바우텔『무기의 역사』박광순, 가람기획
순전히 판작안 때문에 사봤던 책. 내가 밀덕후는 못되는구나 하는 것만 자각하고 끝났을 뿐이다.
줄레조『아파트 공화국』길혜연, 후마니타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실패한 주거 모델로 치부되는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에서는 그런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규명한 책. 지지세력이 필요했던 군부 정권과 귀족적 삶·재산 증식을 원했던 중산층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통찰은 날카롭다. 앞으로 한국의 '~방' 문화(찜질방, 노래방, 피시방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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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TAG 2008년, 『88만원 세대』, 『SF의 법칙』, 『가난한 사람들』, 『공부의 즐거움』, 『공자와 그의 제자들』, 『광기와 우연의 역사』, 『괴물의 탄생』, 『글쓰기 만보』, 『기형도 전집』, 『길가메쉬 서사시』, 『김수영 전집』,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 『남한산성』,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논문 잘 쓰는 방법』, 『도덕교육의 파시즘』, 『도스또예프스끼 읽기 사전』, 『동주 열국지』, 『드라큘라』, 『모색』, 『무기의 역사』, 『문장강화』, 『뮈토스』, 『미사고의 숲』, 『바람의 열두 방향』, 『번역인가 반역인가』, 『법률사무소 김앤장』,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북극에서 온 편지』, 『뼛속가지 내려가서 써라』, 『사다리 걷어차기』, 『서유기』, 『세계명작산책』, 『소설의 등장인물』, 『수필 문학 입문』, 『신화』, 『아미엘의 일기』, 『아파트 공화국』, 『악마의 묘약』, 『앱솔루트 바디』,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양말 줍는 소년』,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요재지이』, 『용의 이』, 『워터십 다운』, 『이야기 동양 신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적과 흑』, 『정치교회』, 『죄와 벌』,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카탈로니아 찬가』, 『타임 패트롤』, 『편집성 성격장애』,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학계의 금기를 찾아서』, 『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해를 품은 달』, 『해한가』, 『헌법의 풍경』,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가람기획, 강명관, 강성민, 개마고원, 고려원, 고장원, 공혜진, 교수신문, 교양인, 기형도, , 길혜연, 김두식, 김병욱, 김붕구, 김상미, 김상봉, 김상훈, 김수영, 김욱, 김욱동, 김운찬, 김이환, 김지방, 김치수, 김훈, 나승규, 도스토예프스키, 독서, 듀나, 뜨인돌, 레디앙, 르귄, 린드버그, 마리니, 메멘토, 모색,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문학수첩, 민음사, 바야르, 바우텔, 바움, 박계수, 박광순, 박민규, 박중서, 박혜숙, 부키, 북스피어, 사계절, 살림, 생각의나무, 샤피로, 서돌, 서울대학교, 석영중, , , 스탕달, 스토커, 시공사, 시그마프레스, 시드노벨, 신동준, 씨앗을뿌리는사람, 아미엘, 안인희, 안정효, 애덤스, 앤더슨, 얄롬, 에메, 에코, 여름언덕, 연세대학교, 열린책들, 오승은, 오웰, 우석훈, 위벌리, 위즈덤하우스, 윤오영, 이강엽, 이룸, 이문열, 이병수, 이세욱, 이윤기, 이정인, 이태준, 이형택, 이후, 이훈진, 임종인, 장하준, 정영목, 정은궐, 정재서, 조국, 조유선, 줄레조, 지라르, 창작과비평, 책세상, 천병희, 최용준, 츠바이크, 태학사, 톨킨, 포송령, 풍몽룡, 플루타르코스, 학고재, 학지사, 한길사, 해토, 햇살과나무꾼, 행복한책읽기, 형성백, 호프만, 홀드스톡, 홍대화, 황금가지, 황금부엉이, 후마니타스,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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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입
    300페이지도 넘는 분량에 색깔도 세가지나 쓰면서 정가를 3,500원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지난주에도 비슷한 크기의 (텍스트는 외려 더 적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9,800원에 샀던 전력이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터미널의 서점에서 이 책을 집은 것도 실은 내용보다는 '그 가격으로 어떤 책을 낼 수 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사실 책 편집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으니, 어찌보면 책 가격에 낚인(?) 셈이다.
      
  2. 가격
    3,500원이라는 가격에 별다른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출판사 측에서 이 책으로 돈을 벌기를 포기했을 뿐이다. (거기에 인쇄소와 타 출판사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한다.) 즉, 출판계의 공익(公益)을 위해 업계에서 적자를 부담해가며 책을 펴낸 것이다. 굳이 출판계의 오랜 불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묘한 감동을 주는 일임은 분명하다.
     
  3. 목차
    1. 제1부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2장 자모
      제3장 소리에 관한 것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5장 띄어쓰기
      제6장 그 밖의 것
      제7장 문장 부호
    2. 제2부 표준어 규정
      제1장 총칙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3장 어휘 선택의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3. 제3부 외래어 표기법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2장 표기 일람표
      제3장 표기 세칙
      제4장 인명, 지명의 표기 원칙
      제5장 기타 언어의 표기
    4. 제4부 열린책들 편집 및 조판 원칙
      제1장 열린책들 편집 원칙
      제2장 열린책들 조판 원칙
    5. 제5부 편집자가 알아야 할 제작의 기초
      제1장 책에 대하여
      제2장 책 만들기
    6. 부록 1
      간기면 구성
      저작권 계약
      ISBN 부여 방법
      편집 체크 리스트
      편집 기초 지식 테스트
    7. 부록 2
      간행물 납본
      각종 추천 도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개정법)
       
  4. 편집
    이 책을 소개하는 몇몇 블로그를 가보니(우연인지, 모두가 번역자였다) 대체로 호평이었다. 원래는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하는 여러 규정들을 한곳에 - 그것도 제법 깔끔하게 - 묶어놨다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고 있었다. 하기사, 3부「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고 있는 언어만 해도 23종에 달하니 그 친절함에 감사할 법 하다.[각주:1] 4~5부에서 열린책들의 편집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도 초보 편집자라면 고마워할 대목이다. 특히 인쇄 용어를 언급할 때 혼 가케, 돈 뎅 같은 업계 은어를 함께 언급해주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혼 가케는 따로 터잡기sheetwise, 돈 뎅은 같이 터잡기half sheet을 의미한다고 한다)
  5. 논쟁
    사실 이 책은 편집 일에 관심이 없는 일반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책은 아니다. 그중 드물게 일반 독자들에게도 읽힐만한 부분이 3부의 「외래어 표기법」이다. 이 장에서 열린책들은 외래어 표기에 있어서의 오랜 논란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외국의 고유명사를 어떤 발음으로 번역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1988년에 문교부에서 외래어 표기법을 고시한 후에도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교부 고시 외래어 표기법의 미국식 표기를 지지하는 이들과 해당 국가의 원음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쟁이 20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열린책들에서는 3부의 도입부에 외래어 표기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놓고 있다. (아마 그 짧은 꼭지들이, 나같은 일반 독자들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읽힐 만한 부분일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린책들은 문교부 고시 외래어 표기법을 지지하는 쪽이라고 한다. 러시아문학에서는 '도스예프스'나 ' 등 원음에 가까운 표기를 선호해왔던 출판사로서는 의외스러운 일이다. 열린책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다소 길긴 하지만 원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강조 표시는 인용자의 것이다.

    (전략) 이러한 쟁점이 있기는 하지만, 문교부 고시 외래어 표기법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대안은 없다고 생각된다. 이미 이 표기법은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푸틴>을 <뿌찐>이라고 굳이 표기하는 데에 관념적인 만족감 외에 어떤 이점이 있다고 생각되지 앟는다. 문교부 고시 외래어 표기법을 반대하는 입장은 논리적으로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문교부 고시 외래어 표기법이 발음 기호 [k, p, t]에 <ㅋ, ㅌ, ㅍ>를 대응시키는 간편한 방법을 따르고 있다. 원칙적으로 발음 기호만 주어진다면 그 이상은 알 필요 없다. 그러나 된소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여기에 해당 언어의 <국적>을 파악해서 발음 정보를 변형시키는 2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발음 기호 [k]가 영어, 독일어라면 <ㅋ>, 프랑스어, 혹은 스페인어라면 <ㄲ>를 대응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프랑스어, 스페인어에서 [k]가 언제나 <ㅋ>보다 <ㄲ>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국적에 따른 된소리 표기를 고집할 경우, 몇 가지 정황에 비추어 한두 개의 언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언어의 파열음을 된소리로 적어야 한다(남구 국가 전부, 동구 국가 전부, 스칸디나비아 일부). 그렇다면 영어와 독일어 정도만 남는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도 <쁠라똔, 쏘끄라때스, 까이싸르>라고 해야 한다. 
    셋째, 관념적으로 <격음 언어>에 속할 것 같은 영어나 스웨덴어에도 경음 발음이 존재한다(영어에서 <s> 뒤에 오는 파열음, 영어의 유성 자음, 스웨덴어의 <t, ck> 발음). 그러나 이 발음들이 <경음주의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한 듯 하다.
    넷째, 해당 언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알바니아의 수도 Tirana가 <티라나>인지 <띠라나>인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일단 티라나라고 쓰고 알바니아어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면 띠라나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인가. (중략)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된소리를 한글로 적어 보려는 것과 같은 표기법은 <쏘끄라떼스>, <쁠라똔>에 오면서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 기원전 4세기 아티카 방언의 된소리 여부를 누가 판정할 것인가. 이미 <원음주의>라고 보기엔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르는 <국적주의>를 이렇게 전(全) 역사 시대로 확장 적용해도 괜찮은 것인지, 그로 얻어지는 실익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후략)


    비단 업계 관련 인사가 아니더라도 번역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주제임은 분명하다.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글꼭지를 하나 더 소개한다. 알라딘의 로쟈님이 쓴 「라스콜리니코프의 표기에 대하여」다.
     
  6. 덧글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총 방문자 수가 아직 네 자릿수였는데, 올리고 보니 그 사이에 다섯 자리로 성큼 올라섰다. 별로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라 따로 포스팅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 번 언급할 필요는 있겠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스팸 머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은(는) 훼이크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햇수로 3년간 운영했던 미니홈피의 총 방문자 수도 아직 네 자리 수인데 블로그로는 3개월만에 10,000을 넘고 보니 그냥 멍해지는군요. 스팸머신에 의한 조회수가 9,000쯤 된다 하더라도 다른 1,000분은 정말로 이 블로그를 클릭해서 들어와주신 분들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소심한 블로거에게는 그것도 큰 기쁨입니다.
  1. (그리스어, 네덜란드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독일어, 라틴어, 러시아어, 루마니아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세르보크로트아트어, 스웨덴어,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체코어, 타이어, 포르투칼어, 폴란드어, 프랑스어, 헝가리어. 이상 가나다 순.) [본문으로]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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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도서/문학 2008/03/17 20:08

모든 소설은 읽는 자의 공감을 살 수 있을 때 온전히 감상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도스또예프스키를 읽기 위해서는 그가 소설에 그려내는 '구질구질한' 모습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과거 우리 사회에서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이 그리 잘 읽히곤 했던 것은 그만큼이나 그 시대가 '구질구질'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도스또예프스키가 잘 읽히던 때는 정말 그런 시대였다) 또한 내가 라스꼴리니꼬프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아마 그러한 것에서이리라. 어찌보면 슬픈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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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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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외국 작가의 작법서를 번역해오는 출판사들에게는 한 가지 법칙이 있지 않나 싶다. 가능한한 선정적으로 옮겨라! 정도의. 외국 작가들의 작법서 치고 그 원제를 정확히 살리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On Writting>, 딘 쿤츠의 <How To Write Best Selling Fiction>, 로널드 토비아스의 <20 Masters Plots>이 그 예다. 각각 <유혹하는 글쓰기>,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란 제목을 달고 소개되었다. 아무래도 내용을 잘 모르는 독자로서는 '낚이기' 십상이다. 그렇게 바꾼 제목 치고 원제보다 책의 내용을 잘 함축한 경우가 드문 탓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을 읽으며 느꼈던 것도 대강 그런 것이었다. 책을 제법 재미있게 - 그리고 의미있게 - 읽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과장된 제목을 사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뒤늦게 인기 몰이를 시작한 - 그렇다곤 해도 벌써 10년이지만 - 작가의 이름을 빌리고 싶었던 것인지... 94년도에는 같은 책이 <논문 작성법 강의>라는 다소 심심한 제목을 달고 나왔던 걸 보면 그런 경향이 없진 않을 듯 하다. 출판사의 사정은 이해되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는 없다.
     
  3.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이 - 제목과는 달리 - 3분 요리 마냥 뚝딱 논문을 써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는 논문 작성자를 향한 여러 가지 조언들이 담겨 있지만, 대개는 지엽적이며 부차적인 것이다. 그나마도 초판연도에서 30년이나 지난 통에 의미를 잃은 조언들도 제법 된다. (저자 서문에서는 '이 책에 그런 기술들을 기대하지 마라'고 미리 경고하기까지 한다.) <논문 잘 쓰는 방법>이란 제목을 통해 마케팅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저자의 의도를 살리는데는 실패한 셈이다.
     
  4. 사실 <논문 잘 쓰는 방법>의 진짜 의의는 움베르토 에코는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떤 주제의 논문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글쟁이라면 누구라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문제지만, 논문 쓰기에서는 의무감과 부담감 때문에 종종 잊혀지는 그것 말이다.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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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sh list의 '도서' 카테고리를 정리하기 위해 yes24에 들렀다가 재미있는 리뷰를 발견했다. 열린책들에서 이세욱 씨가 번역한 '드라큘라'에서였다.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angela7751&artseqno=259224) 그 블로거는 '드라큘라'의 번역에 대해 두 가지 불만을 표시했다. 오타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과 일반 독자에게 생소한 어휘를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2. 사실 첫번째 사항에 대한 불만은 나도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오타는 거의 오역만큼이나 독자의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오타가 '오타를 찾기 위해 다시 정독'하게 할 정도로 많다면 출판사의 교정팀 뿐만 아니라 역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하다못해 맞춤법 검사만 돌려도 고칠 수 있는 오타가 얼마나 많은가.

  3. 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생소한 어휘를 사용했다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는 나로서도 모르겠다.  전공 서적들이 종종 그러하듯 고유 명사나 전문 용어를 단순 음역한 경우라면 모르겠는데 그 블로거가 '생소한 어휘'의 예시로서 든 것들이 사위스럽다, 버성기다, 웅숭깊다 따위여서야 납득이 될 리가 있는가.

  4. 물론 그 블로거에게는 그 어휘들이 정말 '생소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렇게 자주 사용되는 말은 아니니까. 그러나 그것을 토대로 역자의 자질 시비를 걸 수는 없다. 번역자와 마찬가지로 독자는 끊임없는 공부를 필요로 하는 존재고, 문학 독자에게 있어서 '어휘'는 그 핵심에 있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실 아무리 어려운 단어라 해도 대개의 경우는  앞뒤의 문맥을 따져 그 의미를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기 마련이니까. 정 모르겠다 싶으면 사전을 들춰봐도 되고. 번거롭고 귀찮으며 사소한 작업이지만, 중요한 일이다. 그 정도의 노력조차 들이지 않는다면 독자로서의 수준은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5. 그러니 이세욱 씨가 고전의 번역에 '생소한 어휘'들을 번역한 것은 그렇게 비난할 일도 아닌 셈이다. 오히려 그 블로거가 주장하는 것처럼 작품에다 '생소한 어휘'에 대한 주석을 달았다면 독자의 학습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P.S.

  1.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내가 지적하기에 앞서 그 블로거에게 이러한 점들을 지적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지적에는 '그렇게 애써 오타를 잡았으면 여기에 올리지 말고 열린책들 홈페이지에라도 올리라'는게 포함되어 있었지만) 거기에 대한 그 블로거의 답변은 "혹시 번역자나 출판사와 관계있는 분이 아닙니까?" 였기에, 나는 그 블로그에 답변 남기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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