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0/12/27 2010년에 읽은 책 (8)
  2. 2010/03/03 《판타스틱》
  3. 2009/12/08 2009년에 읽은 책
  4. 2009/04/27 『멋진 징조들』의 한정 재간...
  5. 2008/12/24 2008년에 읽은 책
  6. 2008/01/22 『바람의 열두 방향』
제가 올해 읽었던 책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올해라곤 해도 아직 4일이 남은만큼 여기에 몇 권이 더 추가될지는 모르죠. 그렇지만 따로 코멘트를 달만한 책이 추가될것 같진 않기에, 미리 쓰고자 합니다. 목록만 제시했던 전년도와는 다르게 이번년에는 분야별로 주목할만한 책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였습니다.

제목이 굵게 표시된 책은 이전에 제 블로그나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자세한 서평을 썼던 책들입니다. 그런 책들은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서평에 대한 링크가 뜹니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아보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년에 비해서는 좀 밋밋한 선정인 듯 싶어 아쉽군요.

이글턴『신을 옹호하다』강주헌, 모멘토
루카치『소설의 이론』김경식, 문예출판사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
보네거트『마더 나이트』김한영, 문학동네
보네거트『타임퀘이크』박웅희, 아이필드


총류
서평에서 잡다하게 쓰기는 했지만, 일본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종교
세 권 다 권할만 합니다. 다만 한국 교회의 복음주의적 경향에 깊이 공감하시는 분이라면 꽤나 난감해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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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는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개신교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다룬 책입니다. 구한말 '근대화'의 상징으로서의 교회, 북한과 교회(주로 감리교와 장로교)의 관계, 독재정권 시기 교회의 관점, 대형교회와 보수주의 세력간의 결탁 문제 등... 단점도 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개신교 특정 종파에 치중된 느낌이 강한데다 교회의 긍정적 역할을 발굴하려다 보니 부정적 역할에 대한 서술이 다분히 축소된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런 영역을 감수하고도 볼 가치는 있습니다. 어쨌거나 종교에 대해 세속적 접근을 시도하면서도 이 정도의 균형을 갖춘 책은 분명 드문 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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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문학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현대의 자본주의적·사회주의적 무신론을 비판한 책입니다. 무신론이 어떤 논리적 허점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의 본래 가치를 어떤 식으로 왜곡하는지 비판한 책이죠. 그와 동시에 본래의 기독교적 신이 어떤 미덕을 가지고 있는지 그만의 시선으로 포착해냅니다. 그가 복원해내는 '소외된 자로서의' 하느님은 비신자의 가슴마저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을 때는 아직 비신자였지요. 다만 그 아름다움은 즐거움과 동시에 슬픔 또한 가져옵니다. 어쨌거나 현실의 교회 공동체에서 이글턴이 말하는 하느님을 찾기란 어려울 게 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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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말하는 동성애』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성서 비평학에 의거한 보수주의 신학 비평서입니다. 가톨릭, 개신교 할 것 없이 기독교 신자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 근거는 많은 경우 성서에 기반합니다. 그런데 성서에서 동성애를 정말 그런 식으로 취급했냐 하는 거죠. 흔히 교회에서 동성애 혐오의 근거가 되는 구절들을 집어다가 그것이 왜곡되게 이해되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문학(이론)
  • 망구엘『독서일기』강수정, 생각의나무
  • 루카치『소설의 이론』김경식, 문예출판사
  • 복거일『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문학과지성사
  • 복거일『수성의 옹호』문학과지성사
  • 황호덕『프랑켄 마르크스』민음사
  • SF판타지도서관《미래경》(2) SF판타지도서관
딱히 권할만한 책은 게오르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뿐입니다. 『소설의 이론』은 소위 '전기 루카치'를 대변하는 이론서로 평가되는 책으로, 루카치가 근대 문학의 기원과 그 성격에 대해 규명하고자 한 책입니다. 근대 문학을 다루고자 하면서도 정작 이야기는 그리스 서사시에서부터 시작하는데다 독일 비평가들 특유의 비유적 표현으로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한두번 읽어서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근대 문학의 '리얼리즘'과 '장편 소설'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규명한, 고전적 이론서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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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복거일의 책들은 그가 여러 곳에 기고했던 쪽글들을 모은 책인데, 문학에 관련된 글들만 찾아 읽을 것을 권합니다. 특히 『수성의 옹호』에 실린 「전체주의 사회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가?」와 같은 글이 권할만 합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전혀 읽을 가치가 없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망구엘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적은 여행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책에 대해서라면 차라리 과거에 나왔던 『독서의 역사』가 더 낫습니다.

문학(한국)
  • 김보영『멀리 가는 이야기』행복한책읽기
  • 김보영『진화신화』행복한책읽기
  • 김이환『집으로 돌아가는 길』이타카
  •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
  • 배명훈『안녕, 인공존재』북하우스
  • 앤솔러지『백만 광년의 고독』오멜라스
  • 앤솔러지『소설 이천년대』생각의나무
  • 장정일『구월의 이틀』랜덤하우스
  • 정보라『문이 열렸다』새파란상상
  • 정이현『너는 모른다』문학동네
  • 최제훈『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퀴르발 남작의 성』이 권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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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기왕에 장난끼 넘치는 언어유희를 장기로 삼아왔던 박민규가 정색하고서 진지한 이야기를 시도한 장편 소설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겠고요. 단순히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사소한' 조롱들이 모여 한 개인에게 구조적 폭력으로 변화되는 과정과 그 폭력이 극복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다룬 소설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베스트로 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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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은 19세기 영국 고딕 문학의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쓴 8편의 단편을 모은 책입니다. 『드라큘라』, 『셜록 홈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프랑켄슈타인』 등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소설들이죠. 특히 연작을 염두에 쓴 책은 아닌 듯 한데도 통일된 구성을 보인다는 점 또한 재밌습니다. 특히 첫 단편과 마지막 단편을 보면 그게 드러나는데... 아울러 이 책이 스스로를 작가와 독자, 세계 사이에 위치시키는 방식 또한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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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는 김보영의 『진화신화』에 실린 「0과 1 사이」라는 단편도 권할만 합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이나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에도 견줄 수 있는 걸작 SF 단편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단편은 웹진 크로스로드에서 발표된 단편들을 묶은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라는 단편집에도 실려 있는데, 불행히도 이 책에는 김보영의 단편 외에 볼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구월의 이틀』과 『너는 모른다』는 권하지 않습니다. 전자는 보수주의자들을 풍자하고자 한 소설인데 그 정도가 과해서 독자들이 작가의 진의를 못알아볼 지경이고, 후자를 보느니 차라리 아침드라마를 보는게 더 낫습니다.

문학(중국)
  • 루쉰『루쉰 소설 전집』김시준, 을유문화사
딱히 권하지는 않습니다.

문학(영미)
  • (미상)『가윈 경과 녹색 기사』이동일, 문학과지성사
  • 딕  『유빅』한기찬, 문학수첩
  • 르 귄『날고양이들』김정아, 봄나무
  • 르 귄《서부 해안 연대기》이수현, 시공사
    • 1권『기프트』
  • 르 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최한림, 미래사
  • 르 귄《어스시》최준영/이지연, 황금가지
    • 5권『어스시의 이야기들』
    • 6권『또 다른 바람』
  • 르 귄《헤인 연대기》
    • 4권『어둠의 왼손』서정록, 시공사
  • 보네거트『갈라파고스』박웅희, 아이필드
  • 보네거트『고양이 요람』박웅희, 아이필드
  • 보네거트『마더 나이트』김한영, 문학동네
  • 보네거트『타임퀘이크』박웅희, 아이필드
  • 브래드버리『화성 연대기』김영선, 샘터
  • 브래드버리『화씨 451』박상준, 샘터
  • 스칼지『노인의 전쟁』, 이수현, 샘터
  • 앤솔러지『다른 늑대도 있다』정소연, 창비
  • 젤라즈니『드림 마스터』김상훈, 행복한책읽기
  • 젤라즈니《앰버 연대기》최용준, 예문
    • 1권『앰버의 아홉 왕자』
    • 2권『아발론의 총』
  • 젤라즈니『집행인의 귀향』김상훈, 북스피어
  • 파워스『낯선 조류』김민혜, 샘터
『마더 나이트』를 권할만 합니다. 평생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소재에 천착해온 커트 보네거트가 만년에 남긴 걸작이라 할 수 있죠. 보네거트 본인도 참전자였습니다. 포로병으로서 드레스덴 폭격을 목격했었죠. 여하간 이 책은 종전 이후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서 전범 재판을 받게 된 나치 전범(주인공)을 중심으로 전쟁 당사자들의 심리 상황을 보여줍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이력에서도 짐작되듯 악인들의 평범성과 이중성에 대해 다루죠. 제게 유독 기억에 남는 대목은 이겁니다. 한 흑인이, 자신은 2차 대전 당시에 유색인종으로서 일본을 지지했다면서도 중국인은 혐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이 여기에 대해 되물으니까 그 흑인이 대답하죠.

"누가 중국놈들 따위를 유색인종이랍디까?"

따로 글을 쓰진 않겠지만 같은 작가의 『타임퀘이크』도 아주 좋습니다. 『제5도살장』과 더불어, 작가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탁월하게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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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스릴러 소설을 찾으시는 분이라면 『유빅』과 『집행인의 귀향』도 괜찮습니다. 둘다 반전이 일품인 소설이죠. 『낯선 조류』도 괜찮은 해적물이긴 합니다. 특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에 준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영화의 팬들도 읽어볼만 하죠. 공식적으로는 4편의 원작이 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미 1~3편에 다 써먹은 소설을 뭐 새삼스레 원작으로 삼겠다는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다만 극중 해적들의 어조가 영 해적답잖게 번역되었고, 작가가 섬세하게 집어넣은 카리브해의 역사·종교·정치에 대한 주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프트』는 같은 작가의 『어스시』시리즈 1~3권을 생각하면 영 함량 미달의 소설이고... 『어둠의 왼손』이나 『화씨 451』, 『화성 연대기』 또한 SF 팬 사이에서는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지만 지금에 와서 읽기에는 다소 낡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젤라즈니의 중단편집 『드림 마스터』에는 작가가 사랑해마지 않는 '정체 불명의 다크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가 지겹도록 나옵니다. 어떤 의미에선 『앰버 연대기』도 이 연장선에 서 있죠.

문학(프랑스)
  • 뒤마『몬테크리스토 백작』오증자, 민음사
권할만 합니다. 쓸데없으리만큼 긴 장광설들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설렁설렁 건너뛰어가며 읽으면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불릴만한 흡입력을 보이죠. 후대의 복수극들은 대부분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아류작이라는 소릴 듣는데, 그럴만한 매력을 지닌 소설입니다.

문학(이탈리아)
  • 칼비노『반쪼가리 자작』이현경, 민음사 (재독)
  • 칼비노『존재하지 않는 기사』이현경, 민음사 (재독)
칼비노의 소설에는 화끈한 박진감이나 흡입력은 없지만 두고 두고 곱씹을만한 매력이 있죠. 『반쪼가리 자작』은 몸 자체가 두 개로 나뉘어서 한쪽에는 선한 인격이, 다른 한쪽에는 악한 인격이 담긴 자작의 이야기입니다. 마냥 선이 좋게만, 악이 나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악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담긴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몸이 없고 갑옷만으로 존재하는 '인간같지 않은 이상적인 기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만 보면 두 소설 모두 '몸'이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는 셈이죠. 이 두 소설이 포함된 《우리 선조들》삼부작은 오래 전에 절판되어서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올해에 위의 두 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재간됨으로서 모두 편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학(러시아)
  • 불가코프『거장과 마르가리타』정보라, 민음사 (재독)
  • 앤솔러지『무도회가 끝난 뒤』박현섭/박종소, 창비
  • 체호프 『벚나무 동산』강명수, 지만지고전천줄
  • 크릴로프『끄르일로프 우화집』정막래, 문학과지성사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권할만 합니다. 러시아 매직 리얼리즘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도 할 수 있죠.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낮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컬트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요. 아마존 러시아문학 코너에서는 이 소설이 『전쟁과 평화』, 『죄와 벌』과 함께 판매순위 최고위를 다툴 정도입니다. 여하간 이 소설은 소비에트 정권 시절의 모스크바에 현현한 악마와 탄압받는 예술가, 고뇌하는 본디오 빌라도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합니다.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풍자, 불변하는 예술의 가치, 인간의 구원 가능성과 그 주체 등에 대한 주제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죠. 다만 불가코프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들을 참고했기 때문에(중세 유럽 민담, 당대 모스크바와 고대 예루살렘의 지명·인명 등) 소설만 봐선 그 참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시중에서 나온 책 중에선 문학과지성사판의 주석과 민음사판의 역자 해설이 이 부분을 가장 상세하게 해결해주는 편인데, 사실 그것만으론 많이 부족하죠.

문학(터키)
  • 케말『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오은경, 문학과지성사
그냥저냥 읽을만합니다. 중편 소설 두 작품을 모은 책입니다. 과거의 전통이 현재의 인간을 어떻게 얽어매는지 다룬 소설들이죠. 명예살인을 다룬 표제작,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가 인상적입니다. 유사한 소재를 다룬 메리메의 「마테오 팔콘느」완 정반대로 나가죠. 두 소설에서 다루는 사건 자체는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와 정 반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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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TAG 2010년, SF&판타지도서관, 《미래경》, 《서부 해안 연대기》, 《앰버 연대기》, 《어스시》, 《헤인 연대기》, 『갈라파고스』, 『거장과 마르가리타』, 『고양이 요람』, 『구월의 이틀』,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기프트』, 『끄르일로프 우화집』, 『날고양이들』, 『낯선 조류』, 『너는 모른다』, 『노인의 전쟁』, 『다른 늑대도 있다』,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독서일기』, 『드림 마스터』, 『또 다른 바람』, 『루쉰 소설 전집』, 『마더 나이트』, 『멀리 가는 이야기』, 『몬테크리스토 백작』, 『무도회가 끝난 뒤』, 『문이 열렸다』, 『반쪼가리 자작』, 『백만 광년의 고독』, 『벚나무 동산』,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 『소설 이천년대』, 『소설의 이론』, 『수성의 옹호』, 『신을 옹호하다』, 『아발론의 총』, 『안녕 인공존재』, 『앰버의 아홉 왕자』, 『어둠의 왼손』, 『어스시의 이야기들』, 『유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지의 정원』, 『진화신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행인의 귀향』, 『퀴르발 남작의 성』, 『타임퀘이크』, 『프랑켄 마르크스』,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 『화성 연대기』, 『화씨 451』, 가윈 경과 녹색 기사』, 강명수, 강수정, 강주헌, 김강일, 김경식, 김민혜, 김보영, 김상훈, 김영선, 김이환, 김정아, 김한영, 다치바나 다카시, 뒤마, , 랜덤하우스, 루쉰, 루카치, 류대영, 르귄, 망구엘, 모멘토, 문예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문학수첩, 미래사, 민음사, 박민규, 박상준, 박연정, 박웅희, 박종소, 박현섭, 배명훈, 보네거트, 복거일, 봄나무, 북스피어, 북하우스, 불가코프, 브래드버리, 새파란상상, 샘터, 생각의나무, 서정록, 스칼지, 시공사, 아이필드, 앤솔러지, 예문, 오멜라스, 오은경, 오증자, 위즈덤하우스, 을유문화사, 이글턴, 이동일, 이수현, 이지연, 이타카, 이현경, 장정일, 정막래, 정보라, 정소연, 정이현, 젤라즈니, 지만지고전천줄, 창비, 체호프, 최용준, 최제훈, 최준영, 최한림, 칼비노, 케말, 크릴로프, 파워스, 푸른역사, 한기찬, 해울, 행복한책읽기, 헬미니악, 황금가지, 황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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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모 커뮤니티에서 판타스틱이 대화 주제로 나왔었습니다. 저도 평소 그 잡지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풀어냈었죠. 2010년 2~3월호는 딱히 의식하지 않았고요. 글을 쓰다 보니 현재 상태가 지속되는 한 제가 《판타스틱》에 관심을 가질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판타스틱》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그 때 썼던 글을 고쳐 내놓습니다.




0. 기획 : 방향성/정체성이 없다

따지고 보면 판타스틱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획과 정체성의 부재입니다. 

판타스틱이 창간된게 2007년 4월입니다. 기간으로만 치면 나온지가 거의 3년이 다 된 잡지죠. 그런데도 저는 아직까지 판타스틱이 무슨 잡지인지 모르겠습니다. 장르문학 잡지라고는 하지만 판타스틱이 장르문학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진 잡지인지, 어떤 장르를 다루고자 하는지, 또 잡지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지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거죠. 

이런 현상을 두고 예전에 판타스틱 측에서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하기도 하던데, 말도 안되는 소리죠. 독자들에게 내놓을 말이 아닙니다. 베타 서비스판을 돈 받고 파는 회사도 있습니까. 애당초 잡지의 지향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결과가 방향성 상실, 우왕좌왕, 좌충우돌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을 뿐인데 그걸 '실험'이라는 말로 떼우려 한다면 너무 안일한 거죠.

그 '실험'들이 문제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고정 독자층이 안생기거든요. 요즘의 '장르문학'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만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근래 들어 SF도 보는 판타지 독자들이 늘었다지만 그거야 요새 판타지가 하도 죽다 보니까 궁여지책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고요. 그렇다면 '다양한' 장르를 취급한다는 판타스틱은 장르문학의 독자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합니다. 앞으로 나올 권에서 어떤 장르를 다뤄줄지 알지도 못하겠는데 무슨 깡으로 정기 구독을 합니까. 장르문학에 막 입문해서 정보가 절실한 초보 독자나 아예 후원 차원에서 정기 구독을 해주는 파워 유저 아니면 굳이 정기 구독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왕년에 판타스틱이 휴간하기 전에 정기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 이런 저런 경품을 제공하는 등 상당히 많이 애를 썼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게 다 헛짓이죠. 왕년에야 장르문학이라는 이름 하에 SF 독자가 판타지도 보고 추리도 보고 그랬다지만 그거야 정말 전설 같은 이야기죠. 장르문학 진영 자체가 워낙에 협소하던 시절의 이야기기도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독자들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이번에 판타스틱에서 라이트노벨 특집을 내면서 상당히 이례적인 표지를 쓰기도 했지만, 그게 판타스틱의 독자층 확대로 이어지진 못할 겁니다. 이번 호에 관심을 갖고 사본 독자라 하더라도 그 다음호에 라노베 관련 기사가 없다면 안사겠지요. 그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니까요.

1. 기사 : 내용이 부실하다

그러한 정체성의 문제는 기획 기사의 부실함으로도 연결됩니다. 딱히 집중하는 장르가 없으니 역량이 집중되지 않고, 그러다보니 기사도 좌충우돌인거죠. 원체 실린 기사 자체도 적지만 그나마도 볼만한 기사가 많지 않습니다. 몇호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커피 관련 기사가 실렸을 때는 정말 골때렸었죠. 그래도 2009년 봄호의 김내성 특집은 괜찮았지만, 그걸로 끝이었죠. 그나마 중국 전설 관련 기사와 아서왕 전설 관련 기사가 종료된 뒤에는 뭐 볼게 있나 모르겠습니다. 어쩌다가 운좋게 내공 좋은 필진이 걸린 경우라면 모를까 그 외에는...

이를테면 지난 호에는 외국의 장르문학상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더군요. 저야 지난호를 보지 않아서 기사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평으로는 대충 이러저러한 상이 있다고 소개하는 수준이었던 모양이더군요. 그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보긴 어렵죠. 막말로 인터넷만 뒤져도 다 나오는 정보입니다. 판타스틱까지 사볼 정도의 SF 독자라면 거기에 대해 대충은 알기 마련이고요. 설령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가 있었다고 해도 그 기사에 무슨 의미가 있었겠어요. 휴고상이니 네뷸러상이니 하는 걸 수상했다고 (장르 밖의) 독자들이 눈길이나 주던가요? 굳이 장르문학상에 대한 기사를 싣고자 했다면 한국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장르문학상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 장르문학계의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작업이 더 유효했을 겁니다.

예전에 거울에 실린 판타스틱 2009년 여름호 비평 기사에서 "이따위로 할 거면 차라리 소설 번역할 고료로 외국 장르 칼럼이나 번역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가벼이 넘길 말이 아닙니다. '장르문학' 잡지로서의 명확한 정체성도 없는 상황에서 값싼 가격에 후려친 원고나 실어대는 잡지라면 굳이 오프라인에서 나올 필요도 없기 때문이죠.


2. 소설 : 수록이 절실하진 않고, 작가에 대한 다른 방식의 보상이 필요하다

제 주변에서는 판타스틱의 소설 비중에 대한 말이 좀 많이 오가는 편입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의견이 분분한데, 저는 일단 판타스틱이 굳이 소설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스틱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연재할 공간은 충분하니까요. 크로스로드, 문장, 다음, 네이버... 비정기 공모전도 많이 늘었습니다. 고료를 주지 않는 연재공간까지 더한다면 훨씬 많아지고요. 굳이 판타스틱까지 소설 연재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판타스틱에 소설이 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간 잡지 못팔죠. 다만 굳이 거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굳이 소설을 싣겠다면 잡지, 특히 오프라인 잡지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판타스틱이 그러한 자신들의 특색을 잘 살리는지는 실로 의문입니다. 가령 장편 연재가 주를 이루는 상황부터가 그렇죠. 이건 판타스틱이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기는 커녕 단점조차 분석하지 못했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체 무슨 깡으로 장편 비중을 늘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장편 비중이 커질수록 신규 독자의 진입 장벽은 더 커질 텐데요. 

또 한가지, 판타스틱이 좋은 원고를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소설가들이 작품에 대한 보상으로 가장 원하는게 뭘까요? 돈과 평가입니다. 창작에 대한 경제적 보상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인만큼 자신의 작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평가받고 싶어하는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판타스틱이 작가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비금전적 보상은 뭐가 있을까요.

판타스틱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크로스로드도 아니고 막강한 조회수를 안겨줄 포털 사이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문장처럼 투고한 작가들을 '작가 지망생' 취급하는 피드백을 해줄 수도 없어요. 그렇지만 오프라인 잡지인 판타스틱만이 가능한 영역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수록된 작품에 대한 분석 기사나 토론회(합평회?)를 제공할 수도 있겠고, 판타스틱과 관계된 작가들끼리의 워크샵을 열 수도 있겠죠. 미국에서야 테드 창을 배출한 클라리온 워크샵이니 하는게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워크샵이 그렇게까지 크게 이루어지지는 않는게 현실이죠. 물론 저도 판타스틱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그러한 시도를 해볼 명분은 있을 겁니다.

3. 서평 : 홍보 기사 수준 좀 넘어서라

현재 실리는 서평 관련 기사라고는 박도빈 씨가 그리는 만화 정도가 전부인데... 말이 서평 기사지 사실은 책 광고라고 봐도 무방하죠. 특정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일전에 판타스틱에서 『싸우는 사람』의 서평 기사를 써줄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결과물이 어찌 나왔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청탁해서 받은 작품도 투고작 취급한다는 그네들만의 관례를 생각해보면 썩 좋은 의도에서 받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신간 홍보 기사나 써달라는 식이었겠지요.

따지고 보면 장르문학계에서 비평 기사가 필요한 건 그런 신간이 아닙니다. 장르문학 시장, 특히 SF&판타지 쪽이 원체 홍보가 부실한 편이라지만 그나마 신간은 사정이 낫습니다. 팬들이 열심히 소식을 퍼날라주니까요. 하지만 출간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구간 서적들은 그나마의 관심도 받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절판된 다음에야 어쩌다 누구 눈에 띄어서 희귀본이니 절판본이니 하는 소리 듣고 끝인 거죠.

특히 SF 계열의 출간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작품들이 소모되는 경향이 훨씬 심해졌어요. 심지어는 SF 팬들조차 출간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툭 튀어나왔다가 사라지는 작품도 있을 정도죠. SF가 기본적으로 팬덤 마케팅에 기대는 면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책이 나올 때마다 무슨 분야의 거장이니 무슨 상을 수상한 걸작이니 하며 떠들어대지만 그 '거장'의 '걸작'들은 나오자마자 잊혀집니다. 팬덤 외부는 차치하더라도 팬덤 내부에서조차 그에 걸맞는 대접과 관심을 쏟아주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됩니까? 지금의 장르문학 팬덤에게 필요한건 어느 작가의 작품이 새로 출간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출간된 작품에 대한 관심과 분석입니다. 장르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와 평론을 통해 평가를 축적하고, 그렇게 하여 '장르의 고전'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지요.

마크 트웨인이 고전을 두고 '모두가 좋다고 말하지만 모두가 읽지 않는 책' 뭐 이런 식의 시니컬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지만, 고전의 가치는 가볍지 않습니다. 고전은 해당 장르의 성격을 말해주는 존재이면서, 독자들에게 해당 장르의 독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라인도 하거든요. 그렇기에 고전은 매 시대마다 새로 정의되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의 SF 팬들은 여전히 그리폰 북스니 아이디어회관문고니 하는 전설이나 회상하는 판국이지요. 중고시장에 가봐도 이제는 절판본으로 장사해보려고 환장한 장사치들이나 돌아다니는 판국이고요. 우리가 언제까지 똑같은 염불이나 외야 합니까. 

그나마 이런 풍토에서는 '그리폰 북스'의 전설 같은건 재현되지 못합니다. 알아야 대접도 해주죠. 

따라서 판타스틱이 관심을 쏟아야 하는 부분은 신간 소개가 아닙니다. 물론 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칫 묻히기 쉬운 작품들을 자꾸 발굴해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함으로서 한국 SF 팬덤의 '고전'을 형성하고, 장르의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는 거죠. 그건 장르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런 게시판에는 써봐야 금새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버리고, 그나마의 반향도 해당 공간 안에서밖에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이런 심도있는 작업은 오프라인 잡지가 더 효율적입니다. 판타스틱은 판타스틱 2009년 봄호의 '김내성 특집'에 대해 사람들이 보여준 호평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4. 인터뷰 : 업계 전반이 다 부실하다

판타스틱의 인터뷰 수준에 대한 불만도 의외로 크더군요. 왕년의 홍정훈 씨 인터뷰라던가. 사실 인터뷰 기사들이 시원찮은 거야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판타스틱만의 문제도 아니니까요. 장르문학 작가를 데리고 쓸만한 인터뷰를 뽑아낼만한 리포터 자체가 얼마 없습니다. 장르문학에 대해 깊이 아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으니 당연한 노릇이죠. 판타스틱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이 바닥 자체의 역량이 부족한 탓이라고 봐야 합니다.

예전에 다치바나 다카시가 인터뷰 대상과 그 분야에 대한 기자의 이해 수준에 따라 인터뷰의 질도 천지차이로 달라진다고 했는데, 장르문학판이라 해서 별 다르지 않아요. 리포터가 해당 작가에 대해 잘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인터뷰의 질문과 답변 내용은 천지차이로 달라집니다.

특히 거울 작가들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 확실히 드러납니다. 거울에 실린 인터뷰 기사와 외부 기사의 질적 수준이 민망하리만큼 차이나는 경우를 많이 보고, 인터뷰하는 작가들도 거울 인터뷰와 다른 공식적 인터뷰와의 차이를 많이 거론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거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분들이 전문 리포터는 아닙니다. 단지 평소 사적인 교류를 해왔고, 작품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게 인터뷰에도 깊게 반영되었을 뿐이죠. 잘 모르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질문은 한정되기 마련이거든요. 『타워』 출간 후 배명훈 씨가 외부 인터뷰만 20회 이상 하다 보니 이젠 무슨 질문이 나올지 짐작할 정도가 되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판타스틱은 뭐 잘못한 게 없단 말인가. 많죠. 장르문학 잡지라면서 왕비호, 레진, 쿄코 등을 인터뷰했다는 것 자체가 미쳤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그나마 레진이나 쿄코는 장르문학에 대한 포스팅을 '어쩌다가' '가끔'이라도 하는 수준이 되었으니 어떤 경위에서 인터뷰에 들어갔는지 이해는 되는데 왕비호는 대체 무슨 짓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왕비호 그 사람도 딱해요. 무슨 잡지랑 인터뷰하는지는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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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은 2009년에 읽은 책. 만화나 과제 도서는 제외했다.

사실 '2009년에 읽은 책'을 말하기엔 조금 이른 때이기야 하다. 내 독서 패턴 상 월 말쯤 되면 이왕의 목록에 못해도 7,8권쯤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한해 독서 현황을 정리한다는게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니고 하니 일단 공개부터 해서 기정사실화한 다음 차차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예년과는 달리 각 작품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일일히 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왕에 이 블로그나 거울 웹진, 북시 위키 등에 썼던 해당 작품 관련 글들을 링크하고자 하니 해당 작품에 대한 내 코멘트가 궁금한 분들은 그 링크를 찾아보면 되겠다. 제목에 링크된 것은 블로그에 썼던 '서평'이고, 그 뒤에 괄호쳐진 '(북시)', '(거울)' 등의 링크들은 해당 공간에 썼던 글들을 지칭한다. '(잡글)'은 그 작품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썼던 잡설을 이야기한다. 아예 따로 그 작품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만 링크했고, '근황' 류의 글에 넣었던 코멘트는 링크하지 않았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경우처럼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가도 그 성과를 북시 위키 등으로 집약시킨 경우에는 '최종 버전'만을 소개했다. 

'올해의 베스트 5'는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다. 제시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머나먼 바닷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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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캐넌의 세계(환상문학전집 5)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5년)
상세보기
어둠의 속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엘리자베스 문 (북스피어, 2007년)
상세보기
거장과 마르가리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하일 불가코프 (문학과지성사, 2008년)
상세보기
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서 클라크 (시공사, 2002년)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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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원 『유학과의 짧은 만남』문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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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멋진 징조들 - 그리폰 북스  
닐 게이먼테리 프래쳇 (지은이), 이수현 (옮긴이) | 시공사 | 2003년 9월 
13,000원 → 6,500원(50%할인) / 마일리지 0원(0%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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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징조들』이 재간되었다. 이미 수년 전에 절판된 작품을 출판사 측에서 알라딘에서 하는 반값 이벤트 참가용으로 잠깐 재간한 듯 하다. 중고책 장사치들이 이상하리만큼 높게 프리미엄이 붙이곤 해서 (5만원에서 8만원 정도) 장르문학 팬덤들을 애태우던 책인데, 이번 재간 덕에 그 목마름이 상당 부분 가실 듯 하다. 장르문학 진영에서 본다면 알라딘 반값 이벤트 최대의 성과가 아닐지.

도갤과 행책 게시판에서 듣기로는 한시적 재간에 그치지 않고, 아예 출판사를 옮겨 개정판이 나올 모양이다. 물론 번역자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실은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해도 기획 자체가 뒤엎어질 가능성도 있으니 아직 '풍문' 이상으로 믿을만한 건 못된다. 허나 성사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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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아온, '2008년에 읽은 책'

예전에 읽었던 걸 다시 읽은 책, 수험 서적(토플, 한자 등), 만화, 아직 밝힐 수 없는 책들은 제외. 도색잡지는 없으니 의심 마시라.

...그러고 나니 쓸 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건 우째서...



총류
교수신문『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1』생각의나무
목차(도서 창고 위키)
학술언론, 교수신문에서 연재되었던 번역 비평 특집 기사를 (1차로) 묶어냈던 책들이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의 내게는 꽤 비싼 가격이었던지라(요즘에 와선 책의 가격에도 제법 무덤덤해졌다) 제법 고심한 뒤에 샀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고 난 직후에는 대만족. 한동안은 이 책에 실려 있는 번역 비평들을 신처럼 신봉하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지만, 번역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들춰보게 되는 책이라는 것은 여전하다. 현재는 2권까지 출간.
모색 『계간 모색 5호 : 학문후속세대의 새로운 전망을 꿈꾼다』이후
리뷰(2008/09/06)
학문하며 산다는 것의 우울함을 가르쳐주었던 책... 그러고보니, 모 번역자가 로스쿨로 진학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인문학자의 길은 인생의 특정 시점에서 특정한 공간에 서 있어야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게 생각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던 것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야르『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김병욱, 여름언덕
내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아직까지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올해 중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1월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 아니던가. (정말 의아해서 지난 글들을 뒤져보니, 두어번 언급하긴 했었다) 
열린책들『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열린책들
리뷰(2008/03/19)
정가는 3천원밖에 하지 않는 이 책이 중고 시장에서는 5만원도 넘게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거래가 성사되는 걸 본 적은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가격으로 팔고 싶어하는 이가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게다. 좋은 책이 일찍 절판되어버린 통에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하나 영 마음이 편치는 않다. 

철학
김상봉『도덕교육의 파시즘』길
도갤에선가 우연히 알게 되어 읽었던 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책 치고는 제법 딱딱하지 싶더라만, 그래도 읽을만 하다. 주제 자체가 워낙 심각하고 중요하니까. 모 웹진에 서평을 보내려고 골랐던 책이기도 하다. (늦게 쓰는 바람에 결국 싣지는 못했지만. 이번달에는 다른 원고를 보낼 예정이다.)
신동준『공자와 그의 제자들』한길사
리뷰(2008/06/30)
얄롬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시그마프레스
이훈진『편집성 성격장애』학지사
확실히 그런 시절이 있긴 했다. 혹여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안좋게 보진 않을까, 못마땅히 여기지 않을까, 내쳐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던 때가. 물론 그게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쉽사리 떨쳐내기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급기야 선택한 것이 심리학을 공부하는 거였다. 차라리 내 현재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걸 극복하기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원래 의도했던 것은 얻지 못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편집성 성격장애'와 내 증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법 도움을 얻기도 했다. 증세가 같지 않다는 것에 - 다시 말해 내가 앓는 것이 '병'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 안심했으니까.

종교
이강엽『신화』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신화의 개념과 그 요소에 대해 다룬 책이다. 작년에 읽었던 『신화의 역사』보다는 좀 딱딱하긴 해도, 신화학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데는 굉장히 쓸만한 책이지 싶다. 특히 「신화와 현대문화」 챕터를 보고 나선 같은 총서의 『현대문화와 신화』도 이 저자가 집필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이 정도의 퀄리티만 유지된다면 '문학의 기본 개념' 총서의 미래도 밝으련만.
이윤기『뮈토스 1』고려원
언제 읽었는지는 고사하고 내용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
정재서『이야기 동양 신화 1』황금부엉이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2)
김산해『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
리뷰(2008/12/21)
김지방『정치교회』교양인
리뷰(2008/12/22)

경제학
우석훈『88만원 세대』레디앙
리뷰(2008/04/26)
우석훈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88만원 세대』의 핀트를 약간 바꿔서 20대 젊은이들이 힘든 건 그들이 못났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책을 썼다면 책이 훨씬 잘팔렸을 거다'라고 주장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웃기시네. 우석훈이 문장만 좀 더 근사하게 뽑아내는 사람이었어도 책이 두 배는 더 잘팔렸을 거다. 사실 이 정도로 엉망인 문장을 봐야 한다는 건 거의 재앙에 가깝다. 『괴물의 탄생』은 이보다는 훨씬 낫더라.
우석훈『괴물의 탄생』개마고원
"경제학자로서 현재의 위기에 어떤 해결책을 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전제했던 책. 그 결론에는 썩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그런 자세 자체는 퍽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인문학자가 비슷한 어조로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장하준『사다리 걷어차기』형성백, 부키
글 자체는 흥미로운데 이상스레 영 읽히지는 않았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우상을 떠받드는 이들을 조금은 더 똑똑하게 가소로워할 수 있게 해준 책.
샤피로『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공혜진, 서돌
adios777 형님이 추천해 주셨던 책. 그러고보면 그 분은 지금 어디서 뭘 하시는지...

법학
김두식『헌법의 풍경』교양인
법학 교양서. 그냥 법조계 전반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사담 형식으로 푼 책이다. 그런 책에 『헌법의 풍경』이라는 제목은 좀 과하지... '전관예우'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밀하게 쌓아올려진다는 사실을 안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임종인外『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
사실 이 책도 서평을 쓰려고 준비는 해뒀었는데 결국 쓰질 못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책인데도 정작 글은 쓰질 못했으니...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과 맞서야 하는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를 알려준 책이었다. 총과 마약으로 무장한 건달들보다도, 펜과 명함으로 치장한 와이셔츠 군단이 훨씬 마피아에 가깝다는 걸 가르쳐준 책이기도 하고...
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책세상
제목'은' 훌륭하다. 허나 굳이 말하자면 개론서 성격을 띄는 책에 '~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닐지. 나온지 제법 되는 책인지라(2001년) 내용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게 없다만 그내용을 '생각보다는' 쉽게 풀어내는 데 놀랐다. 조국 교수는 그저 잘생긴 얼굴로 유명한 교수 정도로 알고 있었다만 이만하면 다른 저술에도 관심가져볼만 하다 싶을 정도였다.

교육학
강성민『학계의 금기를 찾아서』살림
살림지식총서. 좋은 책이긴 했다만 『모색』에 비하면 좀 충격이 덜하긴 했다. 분량 자체가 워낙 짧은 책이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서도.
Bain 『What the best college teachers do』Harvard Univ.
밤 중에 하릴 없이 TV 채널을 돌려보다 우연히 보게 된 EBS 다큐멘터리... 거기서 참고 문헌으로 제시되었던 책이다. 알고 보니 그때쯤 유행하던 소위 '긍정의 힘'이라는 게 교육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가 다룬 책이었다. 좀 호기심이 생겨서 일부러 원서를 구해다 보긴 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책을 덮을 때까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짐작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부분은 없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반성하긴 한다. 과연 이 책의 출판사가 "Havard Univ."가 아니었다면 굳이 원서를 구입했겠는가 하고) 

문학(총류)
고장원『SF의 법칙』살림
살림지식총서. 책 초반에 SF의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 평소 절대 SF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작가들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보곤 잠시 책을 덮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쥘 베른보다도 앞선 시대에 속하는 작가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책을 산건가 싶어서. 끝까지 읽고 나니 그렇게 나쁘지도, 어렵지도 않은책도 아니었다만 초장에 당했던 떨떠름한 기억은 영 지우기 어렵다. 그런 식으로까지 자신의 가치를 부풀려야 하는 걸까. SF라는 장르는.
린드버그『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박혜숙『소설의 등장인물』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등장인물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에 꽤 좋았던 책. 물론 정말 심도있는 논의야 전문적인 비평서들을 뒤져야 하겠지만, 이만하면 책값은 한 셈이다.
에코 『논문 잘쓰는 방법』김운찬, 열린책들
리뷰(2008/02/28)
안정효『글쓰기 만보』(메멘토)
번역으로도 유명한 작가의 작법서. 해서 번역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했었다만 그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했다며 잘 안하려 하는 것에 약간은 실망하기도... (물론 이해는 한다) 출판사에서는 글쓰기 전반에 대한 참고서인양 광고를 해대서 샀는데 정작 읽어보니 '소설' 창작에 대한 글이었다. 음... 확실히 그 분야에서는 제값할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더이상 소설 창작에는 관심 갖지 않게 된 내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윤오영『수필 문학 입문』태학사
작법서. 도갤에 어떤 이가 도서 추천을 부탁하자('남에게 안알려주고 자기만 읽던 책이 있다면?') 다른 도갤러가 답한 책이었다. 호기심에 한 번 사서 봤는데... 제법 괜찮다. 
이태준『문장강화』이형택, 창작과비평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가. 책 자체가 워낙 낡아서 그럴 테지만 『수필 문학 입문』이나 『글쓰기 만보』에 비하면 그닥.., 아, 인터넷 서점에서의 가격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우월하더라만.
지라르『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김치수外, 한길사
작고한 비평가 김현이 무척이나 좋아했다던 평론가... 덕분에 한국 문단에서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제법 큰 영향도 끼쳤다고 하는데, 김현의 팬을 자처하는 내가 이 평론가를 접한 건 올해에 들어서다. 책에서 다루는 작품 대부분을 읽지 않았던 것에 상당히 자신없어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놀라우리만큼 만족스럽다. 세상에. 비평이 이리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적과 흑』의 경우는 지라르의 설명이 워낙 훌륭해서 중간에 참지 못하고 『적과 흑』을 사서 읽은 다음에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었을 정도다. 그가 제시했던 '욕망의 삼각형'이라는 이론도, 근본적으로는 그 이론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솜씨가 있었기 때문에 훨씬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문학(앤솔러지)
김이환外『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황금가지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다만 문장에 개재된 김보영 씨의 단편 「스크립터」(링크)를 보고는 기겁해하며 황급히 주문했더랬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절대 책값 아까워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물론 그렇기는 했다. 하지만 「스크립터」만큼이나 충격적이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단 말씀. 수록된 작품들이 대개 작가의 데뷔작이거나 초기작이라는 걸 감안해야 할까. 그래도 「초록 연필」같은 단편도 건졌으니 손해는 안봤다 싶지만.
박민규外『앱솔루트 바디』해토
저자 중 한 분에게서 선물받은 책... 딱히 그 분과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열었던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된 것 뿐이다. 사실 수록된 작품들이 그렇게 괜찮다는 인상은 받질 못했다.
이문열『세계명작산책』살림
예전에 이 책을 두고 '이문열이라는 이름에 이를 박박 갈면서도 어쨌든 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국에 출간된 세계명작 앤솔러지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앤솔러지가 아닐까. 물론 선정자의 정신나간 취향이 드러나긴 한다. 가령 1권 「사랑의 여러 빛깔」에는 정작 제대로 된 로맨스 작품이 거의 없고, 2권 「죽음의 미학」에는 초장부터 미시마 유키오의 정신나간 단편 「우국」이 수록되어 있는 식으로.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 해도 정말 최정상급의 앤솔러지인 것만큼은 분명...

한국문학
강명관外『공부의 즐거움』위즈덤하우스
공부 좋아하기로 유명한 명사들을 모아둔 건 좋은데, 그래놓고서 시킬 짓이 '난 어떻게 성공했소' 하는 식의 자기자랑밖에 없었을까? 그저 목차에서 필진들의 이름을 확인해두었다가 그들의 저서를 하나씩 읽어보는게 더 내실있는 독서가 되리라.
김훈 『남한산성』학고재
일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김훈만큼이나 내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는 드물다. (링크) 굳이 꼽자면 이영도 정도나 들 수 있을까. 여하간 이 사람에게서 소설가로서의 가능성을 접게 된 건 『개』 때부터였다고 기억한다. 해서 『남한산성』이 발표되었을 때도 좀 심드렁한 심정으로 들으며 주문했었다. 글쎄. 물론 『개』보다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언론에서 호들갑 떨던 것처럼 '끝내주는' 글은 아니었다. 그저 그냥 그대로 가면 밥은 안 굶고 살만하겠다 싶은 정도랄까...
기형도『기형도 전집』문학과지성사
작년에 휴학하기 전, 숙소 인근의 모 서점에 들렀다가 그냥 나오기가 마땅치 않아 짚히는대로 사들고 온 책이었다. 정작 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몇 번 들춰보다 만 상태로 묵혀두다 올해 들어서야 읽은 것인데... 그냥 괜히 샀지 싶었다. 여전히 시는 내 분야가 아니니 평가할 부분은 아니지만 산문은... 글쎄다. 비범한 시재(詩材)를 확인하기엔 영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김수영『김수영 전집』민음사
「시」 편은 진작에 생일 선물로 받아서 읽었었고, 올해 읽은 책은 「산문」편이었다. 시인의 외모 때문인가.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필치를 예상했거늘 정작 그의 필치는 수더분하기 그지 없었으니... 비유하자면 '젖은 88 라이트'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물론 그런 느낌도 나쁘지 않더랬다. 확실히 좋은 시인은 좋은 산문을 쓸 줄 안다. 『김수영 전집』을 읽다 알게 된 사실 하나. 김수영이 번역했다고 알려진 작품 중에서 적어도 한 작품은 그가 직접 번역한게 아니다.
김이환『양말 줍는 소년』황금가지
리뷰(2008/06/26)
나승규『해한가』시드노벨
꽤 오래전부터 쓰겠다고 설레발쳐댔으면서도 결국 나는 이 소설의 리뷰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써놓은게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써놓은게 A4 7페이지 분량. 나머지로 계획했던게 4,5페이지 쯤 남았긴 하지만, 지금 상태로도 업로드하기에 부족한 분량은 아니다. (심히 허접할 거라는게 문제지...). 글쎄. 이 소설에 대한 내 입장 변화는좀 묘한 구석이 있다. 읽을 때는 굉장히 몰입했으면서도 읽고 나서는 사정없이 후드려까댔고, 그러면서도 장문의 리뷰를 썼다. 그러다 이글루스 등지에 『해한가』리뷰가 수두룩하게 올라오게 되면서부터는 나도 그냥 시들해졌고... 앞으로도 그 미완성 원고가 완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가끔 사람들이 "왜 서평 안써요?"하고 놀릴 때나 이야기하게 되겠지.
듀나 『용의 이』북스피어
다 읽긴 읽었으되... 작가로서의 듀나는 서서히 하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평양 횡단특급>에서 그가 구사하던 군더더기 없고 정갈한 문체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가 쓰는 글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지지만 그만큼 씁쓸함도 늘어간다. 그건 그렇고 듀나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는데, 신비주의 전략도 이제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이미 듀나가 자신의 비밀을 비싸게 팔 수 있는 시기는 지난 듯 한데.
정은궐『해를 품은 달』시공사
그놈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판평대...때문에 읽어야 했던 작품. 로맨스 소설은 전혀 읽어보질 않았던 지라 내심 걱정했다가, 의외로 잘 읽히는 것에 신기해하며 읽었었다. (최근에 『타임 패트롤』을 읽으면서도 느꼈었지만, 나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내 자신의 적응력을 지나치게 낮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꼴에 전공자랍시고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한문 경구들에 감탄하기도 했고. 작가가 공부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중국문학
풍몽룡『동주 열국지』김구용, 솔
리뷰(2008/02/28)
오승은『서유기』서울대, 솔
리뷰(2008/06/05)
포송령『요재지이』김혜경, 민음사
청나라 때 엮인 중국 괴기담 모음집. 뜻밖에 골때리는 이야기가 많다. 예컨대 주인공 사내가 여행을 하던 중에 왠 미소년이 자기를 꼬시길래 관계를 맺었는데 주인공 사내의 '그것'이 엄청난 대물이었던지라 미소년이 뒷구멍으로 피를 쏟아냈다는 이야기라던가... 이처럼 외설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이야기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던 작품. 이런 원전에서 기껏 《천녀유혼》같은 로맨스물이나 뽑아낸 걸 보면 참... 

영미문학
르귄 『바람의 열두 방향』최용준, 시공사
리뷰(2008/01/22)
마리니外『드라큘라』이병수, 이룸
피귀르 미틱 총서 13번. 흡혈귀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다룬 책이다. 물론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스토커의 『드라큘라』. 꽤 흥미로운 책이다. 다른 책도 이 정도라면 피귀르 미틱 총서를 다 사는 것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스토커『드라큘라』이세욱, 열린책들
정보(도서 창고 위키)
영화나 만화 등 곁다리 작품들로만 접해오다 올해 들어서야 겨우 원전을 읽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다. 한 편의 근사한 작품이 후대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알려준 작품. 
애덤스『워터십다운의 열한마리 토끼』햇살과나무꾼, 사계절
출근 중에 읽다가 몇 번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게 만들었던 소설. 띠지의 광고 문구가 과장 광고로 보이지 않은 경우도 정말 오랜만이다.
앤더슨『타임 패트롤』김상훈&이정인, 행복한책읽기
리뷰(2008/12/22)
1권은 좀 심드렁하게 읽었다만 2권에선 정말 기절초풍해하며 읽었었다. 원 세상에 내가 SF소설에 이렇게 빠져드는 날이 올 거라고는...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정영목, 민음사
리뷰(2008/05/22)
위벌리『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박중서, 뜨인돌
이래저래 호평을 많이 듣기도 했다만, 50년이나 지나서도 읽힐만한 글은 아니지 싶다. 딱 1950년대 미국에서나 공감을 살만한 그런 정치적 유머가 담긴 책이라 해야 하나.
톨킨 『북극에서 온 편지』김상미, 씨앗을뿌리는사람
간만에 Yes24에 들어갔다가 무려 50% 할인 이벤트를 하는 걸 보고 어이 없어하며 사온 책일 게다. 세상에 아무리 출판계가 어렵다 해도 그렇지 톨킨의 책이 그런 대접을 받는 걸 그대로 넘기기는 어렵다.
홀드스톡『미사고의 숲』김상훈, 열린책들
번역자로서의 김상훈 씨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책...

독일문학
호프만『악마의 묘약』박계수, 황금가지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묵은 책이 아닐까 싶다. 2004년에 샀던 책을 2008년에야 읽었으니. (정말 생각 없다 싶을 정도로 책을 무작정 사모으던 시절이라, 우리 집 서가에는 아직도 그 시절에 사놓고 못 다 읽은 책들이 여러 권 된다) 그닥 신통찮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이런 식으로도 써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프랑스문학
스탕달『적과 흑』김붕구, 범우사
지라르의 비평 때문에 읽게 된 책. 그 전에 한 번도 읽은 바 없고 한 번도 들은 바 없었건만, 지라르의 비평 속에서 이 소설은 정말 재밌어보였다! 과연, 나로서는 상당히 호의를 두고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한 때 플로베르를 흉내내어 "쥘리앙 소렐은 바로 나다!"라고 외치고 다니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허나 역시 재미로 따지면 비평보다도 덜했던게 사실.
아미엘『아미엘의 일기』김욱, 바움
어디에선가 '평생 고독하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막장 인생을 보낸 남자의 일기'라는 설명을 듣고는 사서 본 책이다. 상당히 기대(?)를 갖고 사봤다만, 결과는 그저 그랬다. 그 전에 『최강전설 쿠로사와』나 『죄와 벌』 같은 작품들을 읽었던 탓인가도 모르겠으나, 글만 봐선 뭐 심드렁할 따름인지라. 물론 그의 인생 자체는 우울하기 그지 없지만. 그러고보면 프레데릭 아미엘은 평생 '1만 7천 페이지의 일기'를 남겼다는데 국내에 출간된 책은 어찌 500페이지가 좀 안되는 '얄팍한' 책 뿐인가. 필시 발췌본일 텐데, 거기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출판사가 괴씸할 다름이다.
에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이세욱, 문학동네
리뷰(2008/02/28)
사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보다는 『세계명작산책』에 실린 「사빈느」가 훨씬 근사했었다.

러시아문학
도스토예프스키『분신 / 가난한 사람들』석영중, 열린책들
서간체 연애 소설. 예전에 본 중역본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놀랐엇다. 그 판본에서는 서로 좀 더 노골적이고 '연인' 같은 분위기도 더 컸었다. 그에 비하면 열린책들 판본은 좀 무뚝뚝하게 옮겨진 편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여자 쪽에서 전해오는 '어릴 때 좋아했던 가정교사'가 더 기억에 남는다. 질척질척하고 음울하고 슬픈 이야기.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홍대화, 열린책들
리뷰(2008/03/17)
조유선編『도스또예프스끼 읽기 사전』열린책들
알라딘 중고샵에서 놀다가 우연히 발견하곤 덥썩 물어온 물건. '도서 창고 위키'의 러시아문학 파트는 이 사전이 없었다면 거의 채워지질 못했을 게다.

역사
츠바이크『광기와 우연의 역사』안인희, 휴머니스트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적 장면을 극화한 단편 모음 정도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싶다. 하기사 시오노 나나미의 책도 일단은 역사서라고 하는 판국이니...
플루타르코스『플루타르코스 영웅전』천병희, 숲
다 좋은데 편집 미스. 『그리스를 만든 영웅들』에서「테미클레토스 전」끝부분이 뭉텅 잘려나가고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가격을 비싸게 매기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런 건 좀 용납하기 어렵다. 출판사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항의하려 해도 영 찾을 수 없으니...

기타
김욱동『번역인가 반역인가』문학수첩
번역 테크닉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 김욱동 씨가 번역한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영어 공부하는데 제법 도움은 되겠다 싶었다. 영어 공부가 뜸한 요즈에 와선 잘 안보는 책.
바우텔『무기의 역사』박광순, 가람기획
순전히 판작안 때문에 사봤던 책. 내가 밀덕후는 못되는구나 하는 것만 자각하고 끝났을 뿐이다.
줄레조『아파트 공화국』길혜연, 후마니타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실패한 주거 모델로 치부되는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에서는 그런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규명한 책. 지지세력이 필요했던 군부 정권과 귀족적 삶·재산 증식을 원했던 중산층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통찰은 날카롭다. 앞으로 한국의 '~방' 문화(찜질방, 노래방, 피시방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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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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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 작성해뒀던 평을 뒤늦게나마 올린다. 가능한한 읽자마자 올리는 것이 책의 예의겠지만, 판평대를 진행하는 도중에 그 심사 대상의 평을 올린다는 것은 그다지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으리라. 그것이 호평이건 악평이건. 끝나고서 하는 말이지만, <바람의 열두 방향>이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여름달님 말씀대로, 재미있기는 한데 영 지루하다. 아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해야 하리라. 작품 수준도 괜찮고, 번역도 깔끔하다 여기면서도(읽을 때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바닥에서 보기 드물게 신뢰받는 역자 중 하나란다) 영 내키질 않아 쉬어가며 4일만에 겨우 읽었으니... 이런 책이 이리도 안읽힐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작품의 수준이 반드시 가독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것일까?

근래에 하도 책더미에 묻혀 살았던 탓에 머리에 쥐가 나 있었던 걸까? 마지막 단편을 다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제 지라르를 읽을 수 있겠구나!" 였던 걸 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아마, 판평대 때문에 책을 억지로 읽어야 했던 사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치바나 다카시가 책을 빨리 읽으려면 '그 책을  서둘러 읽지 않으면 안될 환경을 조성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라'고 이야기했던게 생각나는데, 그것도 역시 사람 나름인 모양이다. 좋은 책도 의무로 읽으려면 영 못 읽어내는 걸 보니...

 아래는 단편집에 실린 작품에 대한 단평.
 
 

  1. 샘 레이의 목걸이 : '신선놀음 하다 보니 도끼 자루 썩었네' 류의 시간여행물. 서사도 <술이기(述異記>에 실려 있다는 그 고사과 별 차이가 없다. <로캐넌의 세계>의 애독자라면 그 작품의 발단이 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로워 하겠지만, 작품 자체로는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 헌데 이 경우는 고대 중국인들의 상상력에 감탄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르귄의 상상력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2. 파리의 4월 : 역시 시간여행물이지만 <샘 레이의 목걸이>에 비해서는 상당히 유쾌한 작품. 타임머신을 통해 먼 과거와 먼 미래의 인물과 사귄다는 상상은, 꽤 흔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근사한 공상이다. 단편집에 실린 시간여행물 중에서는 드물게 유쾌한 색채를 띄고 있는 작품인데, 아마 이것은 주인공이 '원래 세계에서 별로 존중받지 못하던' 인물이라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3. 명인들 : 제목에서 얼핏,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떠올리게 했던 작품. 이 작품도 '예술가 소설군'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니 크게 달리 해석한건 아니리라. '예술가는 억압과 통제 너머에 있는 진리를 꿈꾼다'는 주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책에서 시간여행 다음으로 가장 즐겨 쓰이는 소재다. 보통 작가들이 이런 장르에서 자신을 투영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이런 작품들에서  르귄의 속마음을 짐작해볼 법도 한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그 결론이 일관되지 않아 르귄이 무얼 말하고 싶어하는지  파악하기가 썩 쉽지 않다.
     
  4. 어둠상자 : 어둠이 왕에게서 왕자로 계승되는 것을 보면 '어둠'이란 권력자 사이에서 대물림되기 마련인 어떤 상처 같은 것을 상징하는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다. 영웅 서사시에서 영웅 앞에 으레 등장하곤 하는 정신적 장애물 같은 것이 아닐까. 극복해낸다면 '왕'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몰락을 가져다줄 그런.
     
  5. 해제의 주문 : <샘 레이의 목걸이>와 마찬가지로 작자의 다른 작품과 연결지을 수 있다는 데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 굳이 카테고리를 부여한다면 '성장물' 정도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6. 이름의 법칙 : 역시 다른 작품과 연결지을 수 있다는데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 고유명사를 의역하는 시도가 돋보였던 작품. 르귄의 작품에서는 '진짜 이름'이라는게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나온다는데, 르귄은 'Underhill'에 대한 번역으로 '언더힐'과 '언덕아래'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톨킨이라면 후자 쪽이 확실하지만.
     
  7. 겨울의 왕 : 시간여행물. 시간 여행이 행인지 불행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아르가벤 왕에게 있어 그것은 강제된 여행이면서도, '왕이 아닌 아르가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좋은 기회였을 테니. (이것은 이 단편집에 실린 시간여행물중에서 시간여행이 '자아상실'이 아닌 '자아 발견'을 위해 사용된 거의 유일한 예다) 빠른 귀국을 하며 아르가벤 왕이 느겼을 감정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한편으로, 이 작품은 내 자신에 잠재된 성편견을 깨우쳐준 '유익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의 식중에 등장인물들에 '성별'을 넣어 상상하다가, 역자 후기를 읽고서야 그들에게 성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이란.
     
  8. 멋진 여행 : 마약...을 소재로 한 글인데, 사실 별로 관심 가는 부분이 아니었다. 도통 글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어서 그냥 넘거버렸던 작품.
     
  9. 아홉 생명 : (작자의 말에 따르면) '클론'에 대해 다룬 하드 SF. <플레이보이 SF 걸작선>(황금가지)을 통해 본 적이 있는 작품인데, 당시 그 책을 상당히 지루하게 읽었던지라 그냥 새로 읽는 작품처럼 읽었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클론들은 인간보다는 차라리 개미같은 군집 생명체를 연상시키던데, 그렇다면 '아홉 생명'이라는 제목도 살짝은 어폐가 있는게 아닐까?
     
  10. 물건들 : 넓게 보면 이것 또한 '예술가 소설군'에 집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결정적 도약은 남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마음에 안들긴 해도.
     
  11. 머리로의 여행 : 이것도 시간여행물이라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 단편집에 담긴 시간여행물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지난 세계와의 단절'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자아 상실'을 그리고 있는 것도 다른 시간여행물들과의 특징과 일치한다. 생각해보면 시간여행에 대한 르귄의 태도는 <파리의 4월>이나 <겨울의 왕>만 제외하면 대체로 부정적인 편인데, 아마 시간 여행으로 인한 '자아 상실'을,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루이스 캐롤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비슷한 부분을 찾았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알아봐야겠다)
     
  12.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 시간여행물. 다른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시종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유독 뒷맛이 씁쓸했던 작품이다. <파리의 4월>과는 달리 '원래세계로의 복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일까? 주인공의 '선택'이 차라리 '강요'된 것에 가깝게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어찌보면 <파리의 4월>과 유사한 결론을 맺은 셈이지만, 그 색채는 전혀 다른 것 또한.
     
  13. 땅속의 별들 : 죽은 뒤에야 가치를 인정받았던 예술가들(특히 필립 K. 딕)을 생각하게 했던 작품. 독자된 입장에서는 '명작'을 발굴해내는 것이 더 기쁜 일이겠지만 과연 예술가들 또한 그리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14. 시야 : 다소 삐뚤어진 예술가물? "우자들은 언제나 선각자를 이해하지 못하노라~" 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15. 길의 방향 : 주인공 나무에게 선생님이 있다면 물리학 점수는 0점을 주지 않을까? :) 어린 시절에 간혹 하곤 했던 상상이지만, 그걸 또 작품으로 보니 재미있다. 어린 딸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어둠 상자>보다도 훨씬 동화에 가까운 작품이다.
     
  16.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 방금 목차를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 <희생양>이라는 제목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민망스런 일이긴 해도, 그다지 이상하다 할 것은 없는 일이다. 사실인즉슨, 이 작품은 온전히 '희생양'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우화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프랭크 오코너의 <나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설명하기 위한 우화나 다름없는 것처럼.
     
  17. 혁명 전날 :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나는 이 작품을 좌파 출신 - 혹은 좌파에서 전향한 - 작가의 정치적 히스테리가 녹아난 작품으로 여겼을 것이다. (실은 지금도 의심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에 가장 투철했던 자가 결국 자기 신념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현장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마르크스가 살아서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봤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과 비슷한 심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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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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