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읽었던 책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올해라곤 해도 아직 4일이 남은만큼 여기에 몇 권이 더 추가될지는 모르죠. 그렇지만 따로 코멘트를 달만한 책이 추가될것 같진 않기에, 미리 쓰고자 합니다. 목록만 제시했던 전년도와는 다르게 이번년에는 분야별로 주목할만한 책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였습니다.

제목이 굵게 표시된 책은 이전에 제 블로그나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자세한 서평을 썼던 책들입니다. 그런 책들은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서평에 대한 링크가 뜹니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아보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년에 비해서는 좀 밋밋한 선정인 듯 싶어 아쉽군요.

이글턴『신을 옹호하다』강주헌, 모멘토
루카치『소설의 이론』김경식, 문예출판사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
보네거트『마더 나이트』김한영, 문학동네
보네거트『타임퀘이크』박웅희, 아이필드


총류
서평에서 잡다하게 쓰기는 했지만, 일본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굳이 찾아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종교
세 권 다 권할만 합니다. 다만 한국 교회의 복음주의적 경향에 깊이 공감하시는 분이라면 꽤나 난감해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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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는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개신교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다룬 책입니다. 구한말 '근대화'의 상징으로서의 교회, 북한과 교회(주로 감리교와 장로교)의 관계, 독재정권 시기 교회의 관점, 대형교회와 보수주의 세력간의 결탁 문제 등... 단점도 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개신교 특정 종파에 치중된 느낌이 강한데다 교회의 긍정적 역할을 발굴하려다 보니 부정적 역할에 대한 서술이 다분히 축소된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런 영역을 감수하고도 볼 가치는 있습니다. 어쨌거나 종교에 대해 세속적 접근을 시도하면서도 이 정도의 균형을 갖춘 책은 분명 드문 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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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문학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현대의 자본주의적·사회주의적 무신론을 비판한 책입니다. 무신론이 어떤 논리적 허점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의 본래 가치를 어떤 식으로 왜곡하는지 비판한 책이죠. 그와 동시에 본래의 기독교적 신이 어떤 미덕을 가지고 있는지 그만의 시선으로 포착해냅니다. 그가 복원해내는 '소외된 자로서의' 하느님은 비신자의 가슴마저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을 때는 아직 비신자였지요. 다만 그 아름다움은 즐거움과 동시에 슬픔 또한 가져옵니다. 어쨌거나 현실의 교회 공동체에서 이글턴이 말하는 하느님을 찾기란 어려울 게 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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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말하는 동성애』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성서 비평학에 의거한 보수주의 신학 비평서입니다. 가톨릭, 개신교 할 것 없이 기독교 신자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 근거는 많은 경우 성서에 기반합니다. 그런데 성서에서 동성애를 정말 그런 식으로 취급했냐 하는 거죠. 흔히 교회에서 동성애 혐오의 근거가 되는 구절들을 집어다가 그것이 왜곡되게 이해되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문학(이론)
  • 망구엘『독서일기』강수정, 생각의나무
  • 루카치『소설의 이론』김경식, 문예출판사
  • 복거일『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문학과지성사
  • 복거일『수성의 옹호』문학과지성사
  • 황호덕『프랑켄 마르크스』민음사
  • SF판타지도서관《미래경》(2) SF판타지도서관
딱히 권할만한 책은 게오르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뿐입니다. 『소설의 이론』은 소위 '전기 루카치'를 대변하는 이론서로 평가되는 책으로, 루카치가 근대 문학의 기원과 그 성격에 대해 규명하고자 한 책입니다. 근대 문학을 다루고자 하면서도 정작 이야기는 그리스 서사시에서부터 시작하는데다 독일 비평가들 특유의 비유적 표현으로 가득한 책이기 때문에 한두번 읽어서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근대 문학의 '리얼리즘'과 '장편 소설'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규명한, 고전적 이론서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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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복거일의 책들은 그가 여러 곳에 기고했던 쪽글들을 모은 책인데, 문학에 관련된 글들만 찾아 읽을 것을 권합니다. 특히 『수성의 옹호』에 실린 「전체주의 사회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가?」와 같은 글이 권할만 합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전혀 읽을 가치가 없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망구엘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적은 여행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책에 대해서라면 차라리 과거에 나왔던 『독서의 역사』가 더 낫습니다.

문학(한국)
  • 김보영『멀리 가는 이야기』행복한책읽기
  • 김보영『진화신화』행복한책읽기
  • 김이환『집으로 돌아가는 길』이타카
  •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
  • 배명훈『안녕, 인공존재』북하우스
  • 앤솔러지『백만 광년의 고독』오멜라스
  • 앤솔러지『소설 이천년대』생각의나무
  • 장정일『구월의 이틀』랜덤하우스
  • 정보라『문이 열렸다』새파란상상
  • 정이현『너는 모른다』문학동네
  • 최제훈『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퀴르발 남작의 성』이 권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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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기왕에 장난끼 넘치는 언어유희를 장기로 삼아왔던 박민규가 정색하고서 진지한 이야기를 시도한 장편 소설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겠고요. 단순히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사소한' 조롱들이 모여 한 개인에게 구조적 폭력으로 변화되는 과정과 그 폭력이 극복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다룬 소설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베스트로 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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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은 19세기 영국 고딕 문학의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쓴 8편의 단편을 모은 책입니다. 『드라큘라』, 『셜록 홈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프랑켄슈타인』 등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소설들이죠. 특히 연작을 염두에 쓴 책은 아닌 듯 한데도 통일된 구성을 보인다는 점 또한 재밌습니다. 특히 첫 단편과 마지막 단편을 보면 그게 드러나는데... 아울러 이 책이 스스로를 작가와 독자, 세계 사이에 위치시키는 방식 또한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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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는 김보영의 『진화신화』에 실린 「0과 1 사이」라는 단편도 권할만 합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이나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에도 견줄 수 있는 걸작 SF 단편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단편은 웹진 크로스로드에서 발표된 단편들을 묶은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라는 단편집에도 실려 있는데, 불행히도 이 책에는 김보영의 단편 외에 볼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구월의 이틀』과 『너는 모른다』는 권하지 않습니다. 전자는 보수주의자들을 풍자하고자 한 소설인데 그 정도가 과해서 독자들이 작가의 진의를 못알아볼 지경이고, 후자를 보느니 차라리 아침드라마를 보는게 더 낫습니다.

문학(중국)
  • 루쉰『루쉰 소설 전집』김시준, 을유문화사
딱히 권하지는 않습니다.

문학(영미)
  • (미상)『가윈 경과 녹색 기사』이동일, 문학과지성사
  • 딕  『유빅』한기찬, 문학수첩
  • 르 귄『날고양이들』김정아, 봄나무
  • 르 귄《서부 해안 연대기》이수현, 시공사
    • 1권『기프트』
  • 르 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미줄』최한림, 미래사
  • 르 귄《어스시》최준영/이지연, 황금가지
    • 5권『어스시의 이야기들』
    • 6권『또 다른 바람』
  • 르 귄《헤인 연대기》
    • 4권『어둠의 왼손』서정록, 시공사
  • 보네거트『갈라파고스』박웅희, 아이필드
  • 보네거트『고양이 요람』박웅희, 아이필드
  • 보네거트『마더 나이트』김한영, 문학동네
  • 보네거트『타임퀘이크』박웅희, 아이필드
  • 브래드버리『화성 연대기』김영선, 샘터
  • 브래드버리『화씨 451』박상준, 샘터
  • 스칼지『노인의 전쟁』, 이수현, 샘터
  • 앤솔러지『다른 늑대도 있다』정소연, 창비
  • 젤라즈니『드림 마스터』김상훈, 행복한책읽기
  • 젤라즈니《앰버 연대기》최용준, 예문
    • 1권『앰버의 아홉 왕자』
    • 2권『아발론의 총』
  • 젤라즈니『집행인의 귀향』김상훈, 북스피어
  • 파워스『낯선 조류』김민혜, 샘터
『마더 나이트』를 권할만 합니다. 평생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소재에 천착해온 커트 보네거트가 만년에 남긴 걸작이라 할 수 있죠. 보네거트 본인도 참전자였습니다. 포로병으로서 드레스덴 폭격을 목격했었죠. 여하간 이 책은 종전 이후 수십년이 지난 시점에서 전범 재판을 받게 된 나치 전범(주인공)을 중심으로 전쟁 당사자들의 심리 상황을 보여줍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이력에서도 짐작되듯 악인들의 평범성과 이중성에 대해 다루죠. 제게 유독 기억에 남는 대목은 이겁니다. 한 흑인이, 자신은 2차 대전 당시에 유색인종으로서 일본을 지지했다면서도 중국인은 혐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이 여기에 대해 되물으니까 그 흑인이 대답하죠.

"누가 중국놈들 따위를 유색인종이랍디까?"

따로 글을 쓰진 않겠지만 같은 작가의 『타임퀘이크』도 아주 좋습니다. 『제5도살장』과 더불어, 작가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탁월하게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죠.

-
이외에 스릴러 소설을 찾으시는 분이라면 『유빅』과 『집행인의 귀향』도 괜찮습니다. 둘다 반전이 일품인 소설이죠. 『낯선 조류』도 괜찮은 해적물이긴 합니다. 특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에 준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영화의 팬들도 읽어볼만 하죠. 공식적으로는 4편의 원작이 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미 1~3편에 다 써먹은 소설을 뭐 새삼스레 원작으로 삼겠다는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다만 극중 해적들의 어조가 영 해적답잖게 번역되었고, 작가가 섬세하게 집어넣은 카리브해의 역사·종교·정치에 대한 주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프트』는 같은 작가의 『어스시』시리즈 1~3권을 생각하면 영 함량 미달의 소설이고... 『어둠의 왼손』이나 『화씨 451』, 『화성 연대기』 또한 SF 팬 사이에서는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지만 지금에 와서 읽기에는 다소 낡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젤라즈니의 중단편집 『드림 마스터』에는 작가가 사랑해마지 않는 '정체 불명의 다크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가 지겹도록 나옵니다. 어떤 의미에선 『앰버 연대기』도 이 연장선에 서 있죠.

문학(프랑스)
  • 뒤마『몬테크리스토 백작』오증자, 민음사
권할만 합니다. 쓸데없으리만큼 긴 장광설들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설렁설렁 건너뛰어가며 읽으면 그야말로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불릴만한 흡입력을 보이죠. 후대의 복수극들은 대부분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아류작이라는 소릴 듣는데, 그럴만한 매력을 지닌 소설입니다.

문학(이탈리아)
  • 칼비노『반쪼가리 자작』이현경, 민음사 (재독)
  • 칼비노『존재하지 않는 기사』이현경, 민음사 (재독)
칼비노의 소설에는 화끈한 박진감이나 흡입력은 없지만 두고 두고 곱씹을만한 매력이 있죠. 『반쪼가리 자작』은 몸 자체가 두 개로 나뉘어서 한쪽에는 선한 인격이, 다른 한쪽에는 악한 인격이 담긴 자작의 이야기입니다. 마냥 선이 좋게만, 악이 나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악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담긴 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몸이 없고 갑옷만으로 존재하는 '인간같지 않은 이상적인 기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만 보면 두 소설 모두 '몸'이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는 셈이죠. 이 두 소설이 포함된 《우리 선조들》삼부작은 오래 전에 절판되어서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올해에 위의 두 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재간됨으로서 모두 편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학(러시아)
  • 불가코프『거장과 마르가리타』정보라, 민음사 (재독)
  • 앤솔러지『무도회가 끝난 뒤』박현섭/박종소, 창비
  • 체호프 『벚나무 동산』강명수, 지만지고전천줄
  • 크릴로프『끄르일로프 우화집』정막래, 문학과지성사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권할만 합니다. 러시아 매직 리얼리즘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도 할 수 있죠.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낮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컬트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요. 아마존 러시아문학 코너에서는 이 소설이 『전쟁과 평화』, 『죄와 벌』과 함께 판매순위 최고위를 다툴 정도입니다. 여하간 이 소설은 소비에트 정권 시절의 모스크바에 현현한 악마와 탄압받는 예술가, 고뇌하는 본디오 빌라도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합니다.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풍자, 불변하는 예술의 가치, 인간의 구원 가능성과 그 주체 등에 대한 주제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죠. 다만 불가코프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들을 참고했기 때문에(중세 유럽 민담, 당대 모스크바와 고대 예루살렘의 지명·인명 등) 소설만 봐선 그 참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시중에서 나온 책 중에선 문학과지성사판의 주석과 민음사판의 역자 해설이 이 부분을 가장 상세하게 해결해주는 편인데, 사실 그것만으론 많이 부족하죠.

문학(터키)
  • 케말『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오은경, 문학과지성사
그냥저냥 읽을만합니다. 중편 소설 두 작품을 모은 책입니다. 과거의 전통이 현재의 인간을 어떻게 얽어매는지 다룬 소설들이죠. 명예살인을 다룬 표제작,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가 인상적입니다. 유사한 소재를 다룬 메리메의 「마테오 팔콘느」완 정반대로 나가죠. 두 소설에서 다루는 사건 자체는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다루는 방식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와 정 반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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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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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은 2009년에 읽은 책. 만화나 과제 도서는 제외했다.

사실 '2009년에 읽은 책'을 말하기엔 조금 이른 때이기야 하다. 내 독서 패턴 상 월 말쯤 되면 이왕의 목록에 못해도 7,8권쯤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한해 독서 현황을 정리한다는게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니고 하니 일단 공개부터 해서 기정사실화한 다음 차차 수정해나갈 생각이다.

예년과는 달리 각 작품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일일히 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왕에 이 블로그나 거울 웹진, 북시 위키 등에 썼던 해당 작품 관련 글들을 링크하고자 하니 해당 작품에 대한 내 코멘트가 궁금한 분들은 그 링크를 찾아보면 되겠다. 제목에 링크된 것은 블로그에 썼던 '서평'이고, 그 뒤에 괄호쳐진 '(북시)', '(거울)' 등의 링크들은 해당 공간에 썼던 글들을 지칭한다. '(잡글)'은 그 작품에 대해 이 블로그에 썼던 잡설을 이야기한다. 아예 따로 그 작품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만 링크했고, '근황' 류의 글에 넣었던 코멘트는 링크하지 않았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경우처럼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가도 그 성과를 북시 위키 등으로 집약시킨 경우에는 '최종 버전'만을 소개했다. 

'올해의 베스트 5'는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다. 제시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머나먼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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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캐넌의 세계(환상문학전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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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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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엘리자베스 문 (북스피어,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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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하일 불가코프 (문학과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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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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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읽은 책  (0) 2008/12/24
Posted by 최진석
TAG 《미래경》, 《뱀파이어 연대기》, 《서부 해안 연대기》, 《아발론 연대기》, 《어스시》, 《위험한 경제학》, 《타임 패트롤》, 《판타스틱》, 《퍼언 연대기》, 《헤인 연대기》, 『갈라하드와 어부왕』, 『갈릴레오의 아이들』, 『개혁의 덫』, 『거장과 마르가리타』,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경계선 성격장애』, 『공기 위를 걷는 사람들』, 『광장』, 『국가의 역할』, 『그리고 죽음』, 『그림자 잭』, 『기형도 전집』, 『낯선 조류』, 『누군가를 만났어』, 『뉴라이트 사용후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독서의 역사』, 『동화가 재미있는 이유』, 『드래곤의 비상』, 『드래곤의 탐색』, 『로캐넌의 세계』, 『만들어진 현실』, 『머나먼 바닷가』, 『민들레 와인』,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바다의 별』, 『바다의 전설』, 『반지의 제왕』, 『백색 드래곤』, 『뱀파이어 레스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별을 쫓는 자』, 『보이지 않는 도시들』, 『부동산 계급사회』, 『부동산의 비밀』, 『빼앗긴 자들』, 『살아있는 우리 헌법 이야기』,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 『서재 결혼 시키기』, 『성배의 기사 퍼시발』, 『성찰하는 진보』,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시간 여행자의 아내』,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아누비스의 문』, 『아더 왕의 죽음』,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아투안의 무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어둠의 속도』, 『어스시의 마법사』,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오만과 편견』, 『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요정들의 사랑』, 『유년기의 끝』, 『유배 행성』, 『유학과의 짧은 만남』, 『이런 꿈을 보았다』, 『잎 속의 검은 잎』, 『장준하 민족주의자의 길』, 『절망의 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5도살장』,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중국고대사상사론』, 『지방은 식민지다!』, 『최고의 변론』,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커피잔을 들고 재채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타워』, 『테하누』, 『파우스트』,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하이브리드시대의 문학』, 『학벌사회』,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한국의 책쟁이들』, 『환영의 도시』, 강준만, 개마고원, 경향신문, 고호관, 괴테, 그라닌, 기형도, 김민혜, 김상봉, 김상훈, 김서정, 김석희, 김성곤, 김안나, 김이환, 김인순, 김정란, 김혜란, 김혜림, 노블레스클럽, 니페네거, 더난출판, 더쇼비츠, 돌베개, , 라이스, 르귄, 르카레, 리쩌허우, 마르칼, 망구엘, 매직하우스, 맥카프리, , 문사철, 문예출판사,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민음사, 박경수, 박상훈, 박웅희, 박형규, 배명훈, 뱅크스, 변용란, 보네거트, 부키, 북스피어, 불가코프, 브래드버리, 살림, 삼인, 샘터, 서울대학교, 선대인, 세종서적, 셰퍼, 손낙구, 스미스, 시공사, 시작, 씨앗을뿌리는사람, 아이필드, 앤더슨, 여울, 열린책들, 오멜라스, 오스틴, 웅진, 웅진지식하우스, 워커, 위즈덤하우스, 유은경, 윤지관, 이규현, 이동현, 이미애, 이미지박스, 이상원, 이선주, 이수현, 이인웅, 이정인, 이지연, 이충호, 이현경, 이형식, 임종업, 장하준, 전승희, 정도원, 정명진, 정병석, 정소연, 정영목, 정진영, 정창, 정희준, 젤라즈니, 조국, 조금석, 조성호, 조애리, 주니어파랑새, 지만지, 지만지고전천줄, 지호, , 책세상, 청림출판, 최인자, 최인훈, 최장집, 최준영, 칼비노, 크레이스, 클라크, 톨킨, 파워스, 판타스틱, 패디먼, 페이퍼하우스, 학지사, 한길사, 한상범, 한윤형, 해냄, 해토, 행복한책읽기, 향연, 홍기빈, 홍대화, 황금가지, 황매, 황소자리,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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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든 번째 생일을 맞은 어슐러 K. 르 귄 여사 인터뷰

내가 재미있게 봤던 부분은 크게 다섯 가지.

1. 질문도 그렇고 답변도 그렇고, 하나같이 안전하기만 하다. 르 귄 작품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그리 새롭지는 않을 내용들이 대부분. 인터뷰 자체가 르 귄의 작품들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르 귄을 새로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황금가지의 현 편집장이 어슐러 K. 르 귄의 지독한 팬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는 걸 감안하면, 사실 그 자신은 이번 인터뷰의 질문들을 마련하면서도 영 섭섭해하지 않았을지. 《셜록 홈즈》시리즈 전집 때와는 가히 상전벽해 수준으로 다른 《어스시》시리즈의 장정만 보더라도 그가 르 귄의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느껴지지 않던가. 그래도 일개 팬으로서의 입장과 편집자로서의 입장은 분리해야 할 테니...

Q : 게드의 스승인 오지언이 다른 마법사들처럼 비구름을 마법으로 쫓지 않고 그냥 맞고 있는 걸 한심해 하는 어린 게드의 모습을 보면 노자의 무위자연이 떠오르는데요, 다른 책에서도 가끔 동양 사상에 대해 선생님의 관심이 드러나곤 합니다. 동양 사상이 실제로 어스시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인가요?

A : 제 작품은 모두 노자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들이에요. 노자의 사상과 정신은 제가 소녀였을 적부터 저의 길잡이였지요.
『도덕경(道德經)』을 영어로 옮겨 발표한 적도 있어요. (그 책은 머지않아 미국의 샴발라 프레스 출판사에서 다시 출판할 예정이에요.) 중국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단어 대 단어로 직역을 하는 등 여러 번역 방식을 동원했고, 고대 중국 문헌을 읽을 수 있는 학자이자 시인인 지인과 힘을 모아 작업했어요.

2. 르 귄이 도가 사상에 빠졌다는 건 이미 알았던 부분이다. 『환영의 도시』(1967)에도 『도덕경』의 주요 구절들을 소설의 주요 키워드로 써먹었고 - 그다지 성공적인 장치였다고 보진 않지만 -, 실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97년엔가는 주석까지 곁들여진 『도덕경』 번역본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척 신기했더랬다. 한문 깨나 한다고 자처하는 한국 문인들도 때론 오역으로 범벅된 책을 내놓곤 하는게 동양 철학 고전인데, 무려 서양인이기까지 한 르 귄이 대체 어떻게 작업을 했을지 신기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르 귄은 한문을 못한다는 모양이다. 글자 대 글자로 해석했다는 걸 보면 그래도 한자 정도는 알았던 듯 하지만(뭐, 이거야 사전만 봐도 노가다로 해결 가능하지만) 그 정도 소양을 가진 사람이 번역본까지 내다니... '그럼 그렇지' 싶으면서도 빠심이라는게 참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

Q : 어스시 전집은 여러 차례 영상화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작자의 작품이 영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 작가에게 꽤 독특한 경험일 거 같아요. 최근 할리우드가 SF나 판타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상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혹시 들을 수 있을까요? 또한 긍정적이라면 개인 작품 중 영상화된 걸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는지요?

A : 아쉽게도 할리우드와 일본에서 ‘어스시’라는 이름으로 만든 영화들은 책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고, 등장인물의 성격까지 바꿨어요. 게다가 영화에 나오는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폭력은 경악스럽고 화가 날 정도이더군요.
저는 영화를 하나의 매체로서 무척 좋아하고, 영화 극본도 두 편 써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 제작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배신당하고 보니 앞으로는 제 글을 영화로 만들도록 허락할 때 아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3. 원래는 굳이 인터뷰 본문을 인용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 부분을 보고서는 다른 항목에서까지 인용구를 끼워넣게 되었다. 아아, 르 귄 여사. 정말 상심하셨었군요! 하기사 디즈니사 애니메이션조차 싫어한다는 양반이 서로 팬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를 믿고 영화화를 맡겼는데 정작 그리 해괴하게 리메이크를 해놨으니... 정말 배신이라고 표현할만 하겠다. 르 귄이 쓴 인터뷰 원문은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Q :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과는 그동안 인터뷰나 팬레터를 통해 몇 차례 교감을 나눈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가장 최신 인터뷰가 될 테니, 한국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근황과 집필 중인 작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새 책 『라비니아』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쓴 걸작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읽다가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주인공 라비니아는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인물로서, 영웅 아이네이아스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젊은 왕녀이지요. 『아이네이스』에는 라비니아가 한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아이네이스』의 이야기를 ‘그녀 자신’이 본 대로 얘기해 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자리에 앉아 그녀한테 들은 얘기를 쓸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로 즐거운 경험이었지요.
저는 오는 10월에 여든 살 생일을 맞게 되었어요. 갈수록 조금씩 게을러지는 기분이 들어요. 소설은 안 쓰고 시만 쓰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법! 노자는 이렇게 말했지요.

“조금만 갖고,
적게 원하라.
규칙을 잊어라.
근심을 버려라.”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도는 늘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다.”

친애하는 한국 독자 여러분, 부디 규칙을 잊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은 이루어질 테니까요.

4. 한국 독자들과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걸 보면 과거 판갈이나 황금가지에서 진행했던 펜레터 이벤트는 르 귄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던 모양이다. 한국 독자들만 펜레터를 보내는게 아닐 테니 딴에는 당연한 일이기야 한데... 

미국과 영국에서 백만 부 이상 판매되고 16개국에 번역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르귄의 저작은 판타지와 SF가 중심이지만 그 외에도 에세이, 어린이를 위한 책, 비평, 시 등 백여 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5.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인터뷰 뒤의 저자 약력이다. 그놈의 세계 3대 판타지 드립 좀 그만 칠 수 없나? '3대 판타지' 운운하는 표현 자체가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상쩍은 표현 아닌가 말이다. (모르지. 일본 베껴오기 좋아하는 우리 문화 특성상 일본에는 있을런가도) 그나마도 '세계 3대 판타지'라는 표현이 『황금 나침반』시리즈의 홍보 문구로 쓰이면서부터는 그 표현 자체가 코미디가 된 느낌마저 들고. 차라리 따로 근사한 추천 문구라도 만들어낼 일이지 저런 식의 아무 알맹이 없는 줄세우기가 무슨 의미인가 모르겠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은 충분히 먹히고, 독자들에게 인정받기 마련이다. 노벨상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 그래, 노벨상을 수상하기라도 하면 기왕 출판된 작품이 갑자기 두 배는 더 재밌어지기라도 하나?

다른 이야기를 하려다가 전혀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은 꼴이 되었는데, 기왕 '세계 3대 판타지'에서 언급된 다른 작품들과 《어스시》시리즈가 가장 구분되는 지점은 《어스시》시리즈만이 긴 세월동안 꾸준히 창작된 이야기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톨킨도 중간계 이야기는 계속해서 썼지만 『반지의 제왕』 자체는 (12년에 걸쳐) 한번에 쓴 작품 아닌가. 르 귄의 《어스시》처럼 긴 세월에 걸쳐 꾸준히 작품을 내고, 그렇게 하여 작가의 변화된 인간관을 반영해나가면서도 좋은 평가를 들었던 작품은 흔하지 않는다. 『뱀파이어 연대기』만 보더라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른 어느 작품보다도 '성장'이라는 테마에 천착하는 작품이기에, 이런 식의 창작이 의미 있었던게 아닐지.


Posted by 최진석
TAG 르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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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어슐러 K. 르귄 (황금가지, 2006년)
상세보기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자니 아직 황금가지 홈페이지가 살아있을 때 누군가가 "『어스시』시리즈 나머지는 언제 번역되나요?" 하고 질문을 올렸다가 - 아마도 이영도의 팬이 아닐까 추정되는 누군가에게 - "그딴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드래곤 라자』 양장본이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리플을 얻어들은 걸 본 게 생각난다. 해당 리플을 실시간으로 본 게 아니라 다른 일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이라 제때에 화를 내지는 못했고, 그 때문에 그날 내내 기분이 꽤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까지도 내가 이영도의 팬 때문에 불쾌함을 맛봐야 했던 두 경험 중 하나로 꼽는 사건이고. (또 하나는 뭐냐고? 음... 이영도가 한국문학사에서 따라올 위인이 없는 최고의 작가라고 강변하던 작가지망생과 키워를 벌였던 추억.)

지금 시점에서는 그 기억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문제의 그 팬이 그리도 떠받드는 이영도라면 절대 르 귄의 작품을 '그런 거'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부를 수도 없고. 이영도가 이 정도로 대놓고 빌려온 작가를 그 팬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대우한다는 건 도저히 말이 안되는 일 아닌가 말이다. (『어스시』의 '진짜 이름'과 『눈마새』의 '신명'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까?) 예전 기억에서의 그 양반이 기껏해야 '철딱서니 없는 것' 정도였다면 지금은 '무례한 놈' 쯤으로 평가가 하향조정되었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좋은 작품을 점점 더 많이 접할 수록 이영도 '팬덤'에 대한 평가는 점점 떨어져가는게... 정말이지 광신도는 장르를 불문하고 만인의 적이라는 게 진리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독서 경험이다.

...라고 써놓고 보니 작품 이야기는 하나도 안했군. 작품 이야기는 나중에,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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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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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판입니다. 올해 1월 20일부터 7월 24일까지 여러 차례에 거쳐 올렸던 항목들을 모두 통합했고, 각 항목에 출처를 표시했습니다. 간혹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너무나 널리 퍼져서 굳이 출처를 달 필요가 없는 항목에는 출처를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말따나마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작가 이름을 두들겨보기만 해도 나오는 내용이니까요.

본 문서를 쓰는데 주로 도움 받았던 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WikipediaI(영문판)
- 엔젤하이로 위키
- 하우미스테리
- 도서갤러리
- Djuna의 영화 낙서판

어쨌든 이번 갱신을 마지막으로, 이 문서는 더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잘못된 내용을 제보해주면 가끔 수정은 하겠죠.

여담으로... 이 문서는 본디 제가 도서 정보 위키 사이트(http://booksea.pe.kr/ )를 운영하던 중에 나온 산물이기도 합니다. 이 문서에 실린 정보들은 저 위키에서도 검색 가능하고, 업데이트가 된다면 아마 그 쪽에서 이루어지겠죠. 시간 나면 가끔씩 놀러오세요.



국내편

일본편


영국편

아일랜드 및 영연방편

미국편

독일편

프랑스편

러시아 및 소련편

그리스편

기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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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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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아온, '2008년에 읽은 책'

예전에 읽었던 걸 다시 읽은 책, 수험 서적(토플, 한자 등), 만화, 아직 밝힐 수 없는 책들은 제외. 도색잡지는 없으니 의심 마시라.

...그러고 나니 쓸 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건 우째서...



총류
교수신문『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1』생각의나무
목차(도서 창고 위키)
학술언론, 교수신문에서 연재되었던 번역 비평 특집 기사를 (1차로) 묶어냈던 책들이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의 내게는 꽤 비싼 가격이었던지라(요즘에 와선 책의 가격에도 제법 무덤덤해졌다) 제법 고심한 뒤에 샀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고 난 직후에는 대만족. 한동안은 이 책에 실려 있는 번역 비평들을 신처럼 신봉하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지만, 번역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들춰보게 되는 책이라는 것은 여전하다. 현재는 2권까지 출간.
모색 『계간 모색 5호 : 학문후속세대의 새로운 전망을 꿈꾼다』이후
리뷰(2008/09/06)
학문하며 산다는 것의 우울함을 가르쳐주었던 책... 그러고보니, 모 번역자가 로스쿨로 진학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인문학자의 길은 인생의 특정 시점에서 특정한 공간에 서 있어야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게 생각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던 것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야르『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김병욱, 여름언덕
내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아직까지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올해 중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1월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 아니던가. (정말 의아해서 지난 글들을 뒤져보니, 두어번 언급하긴 했었다) 
열린책들『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열린책들
리뷰(2008/03/19)
정가는 3천원밖에 하지 않는 이 책이 중고 시장에서는 5만원도 넘게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거래가 성사되는 걸 본 적은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가격으로 팔고 싶어하는 이가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게다. 좋은 책이 일찍 절판되어버린 통에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하나 영 마음이 편치는 않다. 

철학
김상봉『도덕교육의 파시즘』길
도갤에선가 우연히 알게 되어 읽었던 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책 치고는 제법 딱딱하지 싶더라만, 그래도 읽을만 하다. 주제 자체가 워낙 심각하고 중요하니까. 모 웹진에 서평을 보내려고 골랐던 책이기도 하다. (늦게 쓰는 바람에 결국 싣지는 못했지만. 이번달에는 다른 원고를 보낼 예정이다.)
신동준『공자와 그의 제자들』한길사
리뷰(2008/06/30)
얄롬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시그마프레스
이훈진『편집성 성격장애』학지사
확실히 그런 시절이 있긴 했다. 혹여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안좋게 보진 않을까, 못마땅히 여기지 않을까, 내쳐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던 때가. 물론 그게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쉽사리 떨쳐내기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급기야 선택한 것이 심리학을 공부하는 거였다. 차라리 내 현재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걸 극복하기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원래 의도했던 것은 얻지 못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편집성 성격장애'와 내 증상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법 도움을 얻기도 했다. 증세가 같지 않다는 것에 - 다시 말해 내가 앓는 것이 '병'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 안심했으니까.

종교
이강엽『신화』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신화의 개념과 그 요소에 대해 다룬 책이다. 작년에 읽었던 『신화의 역사』보다는 좀 딱딱하긴 해도, 신화학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데는 굉장히 쓸만한 책이지 싶다. 특히 「신화와 현대문화」 챕터를 보고 나선 같은 총서의 『현대문화와 신화』도 이 저자가 집필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이 정도의 퀄리티만 유지된다면 '문학의 기본 개념' 총서의 미래도 밝으련만.
이윤기『뮈토스 1』고려원
언제 읽었는지는 고사하고 내용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
정재서『이야기 동양 신화 1』황금부엉이
새로 산 책도 다 안읽었으면서 무턱대고 새로 책을 사 모으고, 다른 책을 살 명분을 얻기 위해 허겁지겁 읽어내던 시절의 흔적.(2)
김산해『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
리뷰(2008/12/21)
김지방『정치교회』교양인
리뷰(2008/12/22)

경제학
우석훈『88만원 세대』레디앙
리뷰(2008/04/26)
우석훈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88만원 세대』의 핀트를 약간 바꿔서 20대 젊은이들이 힘든 건 그들이 못났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책을 썼다면 책이 훨씬 잘팔렸을 거다'라고 주장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웃기시네. 우석훈이 문장만 좀 더 근사하게 뽑아내는 사람이었어도 책이 두 배는 더 잘팔렸을 거다. 사실 이 정도로 엉망인 문장을 봐야 한다는 건 거의 재앙에 가깝다. 『괴물의 탄생』은 이보다는 훨씬 낫더라.
우석훈『괴물의 탄생』개마고원
"경제학자로서 현재의 위기에 어떤 해결책을 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전제했던 책. 그 결론에는 썩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그런 자세 자체는 퍽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인문학자가 비슷한 어조로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장하준『사다리 걷어차기』형성백, 부키
글 자체는 흥미로운데 이상스레 영 읽히지는 않았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우상을 떠받드는 이들을 조금은 더 똑똑하게 가소로워할 수 있게 해준 책.
샤피로『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공혜진, 서돌
adios777 형님이 추천해 주셨던 책. 그러고보면 그 분은 지금 어디서 뭘 하시는지...

법학
김두식『헌법의 풍경』교양인
법학 교양서. 그냥 법조계 전반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사담 형식으로 푼 책이다. 그런 책에 『헌법의 풍경』이라는 제목은 좀 과하지... '전관예우'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밀하게 쌓아올려진다는 사실을 안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임종인外『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
사실 이 책도 서평을 쓰려고 준비는 해뒀었는데 결국 쓰질 못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책인데도 정작 글은 쓰질 못했으니...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과 맞서야 하는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를 알려준 책이었다. 총과 마약으로 무장한 건달들보다도, 펜과 명함으로 치장한 와이셔츠 군단이 훨씬 마피아에 가깝다는 걸 가르쳐준 책이기도 하고...
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책세상
제목'은' 훌륭하다. 허나 굳이 말하자면 개론서 성격을 띄는 책에 '~를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닐지. 나온지 제법 되는 책인지라(2001년) 내용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게 없다만 그내용을 '생각보다는' 쉽게 풀어내는 데 놀랐다. 조국 교수는 그저 잘생긴 얼굴로 유명한 교수 정도로 알고 있었다만 이만하면 다른 저술에도 관심가져볼만 하다 싶을 정도였다.

교육학
강성민『학계의 금기를 찾아서』살림
살림지식총서. 좋은 책이긴 했다만 『모색』에 비하면 좀 충격이 덜하긴 했다. 분량 자체가 워낙 짧은 책이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서도.
Bain 『What the best college teachers do』Harvard Univ.
밤 중에 하릴 없이 TV 채널을 돌려보다 우연히 보게 된 EBS 다큐멘터리... 거기서 참고 문헌으로 제시되었던 책이다. 알고 보니 그때쯤 유행하던 소위 '긍정의 힘'이라는 게 교육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가 다룬 책이었다. 좀 호기심이 생겨서 일부러 원서를 구해다 보긴 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책을 덮을 때까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짐작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부분은 없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반성하긴 한다. 과연 이 책의 출판사가 "Havard Univ."가 아니었다면 굳이 원서를 구입했겠는가 하고) 

문학(총류)
고장원『SF의 법칙』살림
살림지식총서. 책 초반에 SF의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 평소 절대 SF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작가들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보곤 잠시 책을 덮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쥘 베른보다도 앞선 시대에 속하는 작가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책을 산건가 싶어서. 끝까지 읽고 나니 그렇게 나쁘지도, 어렵지도 않은책도 아니었다만 초장에 당했던 떨떠름한 기억은 영 지우기 어렵다. 그런 식으로까지 자신의 가치를 부풀려야 하는 걸까. SF라는 장르는.
린드버그『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박혜숙『소설의 등장인물』연세대학교
연세대 문학의 기본개념 총서.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등장인물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기에 꽤 좋았던 책. 물론 정말 심도있는 논의야 전문적인 비평서들을 뒤져야 하겠지만, 이만하면 책값은 한 셈이다.
에코 『논문 잘쓰는 방법』김운찬, 열린책들
리뷰(2008/02/28)
안정효『글쓰기 만보』(메멘토)
번역으로도 유명한 작가의 작법서. 해서 번역에 대한 이야기도 기대했었다만 그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했다며 잘 안하려 하는 것에 약간은 실망하기도... (물론 이해는 한다) 출판사에서는 글쓰기 전반에 대한 참고서인양 광고를 해대서 샀는데 정작 읽어보니 '소설' 창작에 대한 글이었다. 음... 확실히 그 분야에서는 제값할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더이상 소설 창작에는 관심 갖지 않게 된 내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윤오영『수필 문학 입문』태학사
작법서. 도갤에 어떤 이가 도서 추천을 부탁하자('남에게 안알려주고 자기만 읽던 책이 있다면?') 다른 도갤러가 답한 책이었다. 호기심에 한 번 사서 봤는데... 제법 괜찮다. 
이태준『문장강화』이형택, 창작과비평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가. 책 자체가 워낙 낡아서 그럴 테지만 『수필 문학 입문』이나 『글쓰기 만보』에 비하면 그닥.., 아, 인터넷 서점에서의 가격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우월하더라만.
지라르『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김치수外, 한길사
작고한 비평가 김현이 무척이나 좋아했다던 평론가... 덕분에 한국 문단에서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제법 큰 영향도 끼쳤다고 하는데, 김현의 팬을 자처하는 내가 이 평론가를 접한 건 올해에 들어서다. 책에서 다루는 작품 대부분을 읽지 않았던 것에 상당히 자신없어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놀라우리만큼 만족스럽다. 세상에. 비평이 이리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적과 흑』의 경우는 지라르의 설명이 워낙 훌륭해서 중간에 참지 못하고 『적과 흑』을 사서 읽은 다음에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었을 정도다. 그가 제시했던 '욕망의 삼각형'이라는 이론도, 근본적으로는 그 이론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솜씨가 있었기 때문에 훨씬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문학(앤솔러지)
김이환外『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황금가지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다만 문장에 개재된 김보영 씨의 단편 「스크립터」(링크)를 보고는 기겁해하며 황급히 주문했더랬다.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절대 책값 아까워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물론 그렇기는 했다. 하지만 「스크립터」만큼이나 충격적이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단 말씀. 수록된 작품들이 대개 작가의 데뷔작이거나 초기작이라는 걸 감안해야 할까. 그래도 「초록 연필」같은 단편도 건졌으니 손해는 안봤다 싶지만.
박민규外『앱솔루트 바디』해토
저자 중 한 분에게서 선물받은 책... 딱히 그 분과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열었던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된 것 뿐이다. 사실 수록된 작품들이 그렇게 괜찮다는 인상은 받질 못했다.
이문열『세계명작산책』살림
예전에 이 책을 두고 '이문열이라는 이름에 이를 박박 갈면서도 어쨌든 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국에 출간된 세계명작 앤솔러지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앤솔러지가 아닐까. 물론 선정자의 정신나간 취향이 드러나긴 한다. 가령 1권 「사랑의 여러 빛깔」에는 정작 제대로 된 로맨스 작품이 거의 없고, 2권 「죽음의 미학」에는 초장부터 미시마 유키오의 정신나간 단편 「우국」이 수록되어 있는 식으로.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 해도 정말 최정상급의 앤솔러지인 것만큼은 분명...

한국문학
강명관外『공부의 즐거움』위즈덤하우스
공부 좋아하기로 유명한 명사들을 모아둔 건 좋은데, 그래놓고서 시킬 짓이 '난 어떻게 성공했소' 하는 식의 자기자랑밖에 없었을까? 그저 목차에서 필진들의 이름을 확인해두었다가 그들의 저서를 하나씩 읽어보는게 더 내실있는 독서가 되리라.
김훈 『남한산성』학고재
일전에도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김훈만큼이나 내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는 드물다. (링크) 굳이 꼽자면 이영도 정도나 들 수 있을까. 여하간 이 사람에게서 소설가로서의 가능성을 접게 된 건 『개』 때부터였다고 기억한다. 해서 『남한산성』이 발표되었을 때도 좀 심드렁한 심정으로 들으며 주문했었다. 글쎄. 물론 『개』보다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언론에서 호들갑 떨던 것처럼 '끝내주는' 글은 아니었다. 그저 그냥 그대로 가면 밥은 안 굶고 살만하겠다 싶은 정도랄까...
기형도『기형도 전집』문학과지성사
작년에 휴학하기 전, 숙소 인근의 모 서점에 들렀다가 그냥 나오기가 마땅치 않아 짚히는대로 사들고 온 책이었다. 정작 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몇 번 들춰보다 만 상태로 묵혀두다 올해 들어서야 읽은 것인데... 그냥 괜히 샀지 싶었다. 여전히 시는 내 분야가 아니니 평가할 부분은 아니지만 산문은... 글쎄다. 비범한 시재(詩材)를 확인하기엔 영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김수영『김수영 전집』민음사
「시」 편은 진작에 생일 선물로 받아서 읽었었고, 올해 읽은 책은 「산문」편이었다. 시인의 외모 때문인가.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필치를 예상했거늘 정작 그의 필치는 수더분하기 그지 없었으니... 비유하자면 '젖은 88 라이트'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물론 그런 느낌도 나쁘지 않더랬다. 확실히 좋은 시인은 좋은 산문을 쓸 줄 안다. 『김수영 전집』을 읽다 알게 된 사실 하나. 김수영이 번역했다고 알려진 작품 중에서 적어도 한 작품은 그가 직접 번역한게 아니다.
김이환『양말 줍는 소년』황금가지
리뷰(2008/06/26)
나승규『해한가』시드노벨
꽤 오래전부터 쓰겠다고 설레발쳐댔으면서도 결국 나는 이 소설의 리뷰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써놓은게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써놓은게 A4 7페이지 분량. 나머지로 계획했던게 4,5페이지 쯤 남았긴 하지만, 지금 상태로도 업로드하기에 부족한 분량은 아니다. (심히 허접할 거라는게 문제지...). 글쎄. 이 소설에 대한 내 입장 변화는좀 묘한 구석이 있다. 읽을 때는 굉장히 몰입했으면서도 읽고 나서는 사정없이 후드려까댔고, 그러면서도 장문의 리뷰를 썼다. 그러다 이글루스 등지에 『해한가』리뷰가 수두룩하게 올라오게 되면서부터는 나도 그냥 시들해졌고... 앞으로도 그 미완성 원고가 완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가끔 사람들이 "왜 서평 안써요?"하고 놀릴 때나 이야기하게 되겠지.
듀나 『용의 이』북스피어
다 읽긴 읽었으되... 작가로서의 듀나는 서서히 하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평양 횡단특급>에서 그가 구사하던 군더더기 없고 정갈한 문체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가 쓰는 글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지지만 그만큼 씁쓸함도 늘어간다. 그건 그렇고 듀나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는데, 신비주의 전략도 이제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이미 듀나가 자신의 비밀을 비싸게 팔 수 있는 시기는 지난 듯 한데.
정은궐『해를 품은 달』시공사
그놈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판평대...때문에 읽어야 했던 작품. 로맨스 소설은 전혀 읽어보질 않았던 지라 내심 걱정했다가, 의외로 잘 읽히는 것에 신기해하며 읽었었다. (최근에 『타임 패트롤』을 읽으면서도 느꼈었지만, 나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내 자신의 적응력을 지나치게 낮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꼴에 전공자랍시고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한문 경구들에 감탄하기도 했고. 작가가 공부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중국문학
풍몽룡『동주 열국지』김구용, 솔
리뷰(2008/02/28)
오승은『서유기』서울대, 솔
리뷰(2008/06/05)
포송령『요재지이』김혜경, 민음사
청나라 때 엮인 중국 괴기담 모음집. 뜻밖에 골때리는 이야기가 많다. 예컨대 주인공 사내가 여행을 하던 중에 왠 미소년이 자기를 꼬시길래 관계를 맺었는데 주인공 사내의 '그것'이 엄청난 대물이었던지라 미소년이 뒷구멍으로 피를 쏟아냈다는 이야기라던가... 이처럼 외설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이야기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던 작품. 이런 원전에서 기껏 《천녀유혼》같은 로맨스물이나 뽑아낸 걸 보면 참... 

영미문학
르귄 『바람의 열두 방향』최용준, 시공사
리뷰(2008/01/22)
마리니外『드라큘라』이병수, 이룸
피귀르 미틱 총서 13번. 흡혈귀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다룬 책이다. 물론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스토커의 『드라큘라』. 꽤 흥미로운 책이다. 다른 책도 이 정도라면 피귀르 미틱 총서를 다 사는 것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스토커『드라큘라』이세욱, 열린책들
정보(도서 창고 위키)
영화나 만화 등 곁다리 작품들로만 접해오다 올해 들어서야 겨우 원전을 읽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다. 한 편의 근사한 작품이 후대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알려준 작품. 
애덤스『워터십다운의 열한마리 토끼』햇살과나무꾼, 사계절
출근 중에 읽다가 몇 번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게 만들었던 소설. 띠지의 광고 문구가 과장 광고로 보이지 않은 경우도 정말 오랜만이다.
앤더슨『타임 패트롤』김상훈&이정인, 행복한책읽기
리뷰(2008/12/22)
1권은 좀 심드렁하게 읽었다만 2권에선 정말 기절초풍해하며 읽었었다. 원 세상에 내가 SF소설에 이렇게 빠져드는 날이 올 거라고는...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정영목, 민음사
리뷰(2008/05/22)
위벌리『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박중서, 뜨인돌
이래저래 호평을 많이 듣기도 했다만, 50년이나 지나서도 읽힐만한 글은 아니지 싶다. 딱 1950년대 미국에서나 공감을 살만한 그런 정치적 유머가 담긴 책이라 해야 하나.
톨킨 『북극에서 온 편지』김상미, 씨앗을뿌리는사람
간만에 Yes24에 들어갔다가 무려 50% 할인 이벤트를 하는 걸 보고 어이 없어하며 사온 책일 게다. 세상에 아무리 출판계가 어렵다 해도 그렇지 톨킨의 책이 그런 대접을 받는 걸 그대로 넘기기는 어렵다.
홀드스톡『미사고의 숲』김상훈, 열린책들
번역자로서의 김상훈 씨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책...

독일문학
호프만『악마의 묘약』박계수, 황금가지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는 우리 집에서 가장 오래 묵은 책이 아닐까 싶다. 2004년에 샀던 책을 2008년에야 읽었으니. (정말 생각 없다 싶을 정도로 책을 무작정 사모으던 시절이라, 우리 집 서가에는 아직도 그 시절에 사놓고 못 다 읽은 책들이 여러 권 된다) 그닥 신통찮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이런 식으로도 써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프랑스문학
스탕달『적과 흑』김붕구, 범우사
지라르의 비평 때문에 읽게 된 책. 그 전에 한 번도 읽은 바 없고 한 번도 들은 바 없었건만, 지라르의 비평 속에서 이 소설은 정말 재밌어보였다! 과연, 나로서는 상당히 호의를 두고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한 때 플로베르를 흉내내어 "쥘리앙 소렐은 바로 나다!"라고 외치고 다니던 시절마저 있었으니... 허나 역시 재미로 따지면 비평보다도 덜했던게 사실.
아미엘『아미엘의 일기』김욱, 바움
어디에선가 '평생 고독하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막장 인생을 보낸 남자의 일기'라는 설명을 듣고는 사서 본 책이다. 상당히 기대(?)를 갖고 사봤다만, 결과는 그저 그랬다. 그 전에 『최강전설 쿠로사와』나 『죄와 벌』 같은 작품들을 읽었던 탓인가도 모르겠으나, 글만 봐선 뭐 심드렁할 따름인지라. 물론 그의 인생 자체는 우울하기 그지 없지만. 그러고보면 프레데릭 아미엘은 평생 '1만 7천 페이지의 일기'를 남겼다는데 국내에 출간된 책은 어찌 500페이지가 좀 안되는 '얄팍한' 책 뿐인가. 필시 발췌본일 텐데, 거기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출판사가 괴씸할 다름이다.
에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이세욱, 문학동네
리뷰(2008/02/28)
사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보다는 『세계명작산책』에 실린 「사빈느」가 훨씬 근사했었다.

러시아문학
도스토예프스키『분신 / 가난한 사람들』석영중, 열린책들
서간체 연애 소설. 예전에 본 중역본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놀랐엇다. 그 판본에서는 서로 좀 더 노골적이고 '연인' 같은 분위기도 더 컸었다. 그에 비하면 열린책들 판본은 좀 무뚝뚝하게 옮겨진 편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여자 쪽에서 전해오는 '어릴 때 좋아했던 가정교사'가 더 기억에 남는다. 질척질척하고 음울하고 슬픈 이야기.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홍대화, 열린책들
리뷰(2008/03/17)
조유선編『도스또예프스끼 읽기 사전』열린책들
알라딘 중고샵에서 놀다가 우연히 발견하곤 덥썩 물어온 물건. '도서 창고 위키'의 러시아문학 파트는 이 사전이 없었다면 거의 채워지질 못했을 게다.

역사
츠바이크『광기와 우연의 역사』안인희, 휴머니스트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적 장면을 극화한 단편 모음 정도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싶다. 하기사 시오노 나나미의 책도 일단은 역사서라고 하는 판국이니...
플루타르코스『플루타르코스 영웅전』천병희, 숲
다 좋은데 편집 미스. 『그리스를 만든 영웅들』에서「테미클레토스 전」끝부분이 뭉텅 잘려나가고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가격을 비싸게 매기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런 건 좀 용납하기 어렵다. 출판사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항의하려 해도 영 찾을 수 없으니...

기타
김욱동『번역인가 반역인가』문학수첩
번역 테크닉에 대해 가르쳐주는 책. 김욱동 씨가 번역한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영어 공부하는데 제법 도움은 되겠다 싶었다. 영어 공부가 뜸한 요즈에 와선 잘 안보는 책.
바우텔『무기의 역사』박광순, 가람기획
순전히 판작안 때문에 사봤던 책. 내가 밀덕후는 못되는구나 하는 것만 자각하고 끝났을 뿐이다.
줄레조『아파트 공화국』길혜연, 후마니타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실패한 주거 모델로 치부되는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에서는 그런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규명한 책. 지지세력이 필요했던 군부 정권과 귀족적 삶·재산 증식을 원했던 중산층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통찰은 날카롭다. 앞으로 한국의 '~방' 문화(찜질방, 노래방, 피시방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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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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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 서문
1. 문학
2. 역사
3. 종교·신화
4. 군사
5. 문장
6. 웹사이트
7. 기타·대기

본래대로라면 본 안내서에서 문학 챕터를 개설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본디 작가에게 있어 명작이란,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의 명작을 원하는 것이라면 본 안내서보다 훨씬 적합한 곳에서 추천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므로 본 안내서에서는 판타지적 상상력의 원형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 - 따라서 특히 판타지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의미하게 읽힐 - 작품들 일부만을 싣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 색깔있는 항목은 클릭시 '북시' 위키의 해당 항목으로 날아감. 게시물 주소는 

http://booksea.pe.kr/index.php/판작안

[편집]1.1 에픽 서사시

서사시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그렇기에 후대의 작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문학 장르이다. 『파우스트』나 『신곡』과 같은 수많은 고전들은 그 밑바탕이 된 신화와 서사시들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거니와, 특히나 판타지 장르는 유독 서사시들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가령 신화상의 인물과 전승, 아이템 따위를 차용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편집]1.2 아서왕 전설

오늘날 아서왕 전설은 동양의 삼국지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동양에서 삼국지가 다양한 변형과 재창작을 통해 동양 문학사에 깊은 영향을 끼쳐 왔듯, 아서왕 전설 또한 무수한 모습으로 서양문학사에 다양한 족적을 남겨 왔다. 하다못해 기사도 문학만 하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아서왕 전설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그리 보편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오늘날 판타지 문학에서의 '기사'라는 존재도 지금과 같은 품격을 지니지는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아서왕 전설의 전통은 서양 뿐만 아니라 우리네의 전통이기도 한 것이다.

[편집]1.3 기사도 문학

[편집]1.4 중국·인도 전설

[편집]1.5 신화·전설·서사시를 차용·변형한 작품들

이들은 오랜 구전문학 전통의 계승자들이라 할 수 있다. 인류사 초기의 걸작들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들은 이들 작품들에 녹아들어 또다른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편집]1.6 호러픽 판타지

[편집]1.7 이세계와의 조우

[편집]1.8 톨킨 판타지

[편집]1.9 에픽 판타지

[편집]1.10 가상세계 건설(유토피아 문학)

[편집]1.11 가상세계 건설(디스토피아 문학)

[편집]1.12 동물 판타지

[편집]1.13 풍자문학

[편집]1.14 앤솔러지(한국)

※ 앤솔러지 항목 참조.

[편집]1.15 미분류

아직 분류를 끝내지 못한 작품들. 적당한 카테고리가 있다면 옮겨주길 바랍니다.

[편집]1.16 참고 자료

본 항목을 작성하는데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도움이 되었던 자료, 혹은 게시물의 목록. 각 항목의 세부 사항을 채우는데 도움받은 자료들은 각 항목에 별도로 게재했고, 초기에 참고한 자료들의 경우는 간혹 제외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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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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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 작성해뒀던 평을 뒤늦게나마 올린다. 가능한한 읽자마자 올리는 것이 책의 예의겠지만, 판평대를 진행하는 도중에 그 심사 대상의 평을 올린다는 것은 그다지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으리라. 그것이 호평이건 악평이건. 끝나고서 하는 말이지만, <바람의 열두 방향>이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여름달님 말씀대로, 재미있기는 한데 영 지루하다. 아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해야 하리라. 작품 수준도 괜찮고, 번역도 깔끔하다 여기면서도(읽을 때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바닥에서 보기 드물게 신뢰받는 역자 중 하나란다) 영 내키질 않아 쉬어가며 4일만에 겨우 읽었으니... 이런 책이 이리도 안읽힐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작품의 수준이 반드시 가독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것일까?

근래에 하도 책더미에 묻혀 살았던 탓에 머리에 쥐가 나 있었던 걸까? 마지막 단편을 다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제 지라르를 읽을 수 있겠구나!" 였던 걸 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아마, 판평대 때문에 책을 억지로 읽어야 했던 사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치바나 다카시가 책을 빨리 읽으려면 '그 책을  서둘러 읽지 않으면 안될 환경을 조성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라'고 이야기했던게 생각나는데, 그것도 역시 사람 나름인 모양이다. 좋은 책도 의무로 읽으려면 영 못 읽어내는 걸 보니...

 아래는 단편집에 실린 작품에 대한 단평.
 
 

  1. 샘 레이의 목걸이 : '신선놀음 하다 보니 도끼 자루 썩었네' 류의 시간여행물. 서사도 <술이기(述異記>에 실려 있다는 그 고사과 별 차이가 없다. <로캐넌의 세계>의 애독자라면 그 작품의 발단이 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로워 하겠지만, 작품 자체로는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 헌데 이 경우는 고대 중국인들의 상상력에 감탄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르귄의 상상력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2. 파리의 4월 : 역시 시간여행물이지만 <샘 레이의 목걸이>에 비해서는 상당히 유쾌한 작품. 타임머신을 통해 먼 과거와 먼 미래의 인물과 사귄다는 상상은, 꽤 흔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근사한 공상이다. 단편집에 실린 시간여행물 중에서는 드물게 유쾌한 색채를 띄고 있는 작품인데, 아마 이것은 주인공이 '원래 세계에서 별로 존중받지 못하던' 인물이라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3. 명인들 : 제목에서 얼핏,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떠올리게 했던 작품. 이 작품도 '예술가 소설군'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니 크게 달리 해석한건 아니리라. '예술가는 억압과 통제 너머에 있는 진리를 꿈꾼다'는 주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 책에서 시간여행 다음으로 가장 즐겨 쓰이는 소재다. 보통 작가들이 이런 장르에서 자신을 투영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이런 작품들에서  르귄의 속마음을 짐작해볼 법도 한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그 결론이 일관되지 않아 르귄이 무얼 말하고 싶어하는지  파악하기가 썩 쉽지 않다.
     
  4. 어둠상자 : 어둠이 왕에게서 왕자로 계승되는 것을 보면 '어둠'이란 권력자 사이에서 대물림되기 마련인 어떤 상처 같은 것을 상징하는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다. 영웅 서사시에서 영웅 앞에 으레 등장하곤 하는 정신적 장애물 같은 것이 아닐까. 극복해낸다면 '왕'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몰락을 가져다줄 그런.
     
  5. 해제의 주문 : <샘 레이의 목걸이>와 마찬가지로 작자의 다른 작품과 연결지을 수 있다는 데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 굳이 카테고리를 부여한다면 '성장물' 정도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6. 이름의 법칙 : 역시 다른 작품과 연결지을 수 있다는데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 고유명사를 의역하는 시도가 돋보였던 작품. 르귄의 작품에서는 '진짜 이름'이라는게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나온다는데, 르귄은 'Underhill'에 대한 번역으로 '언더힐'과 '언덕아래'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톨킨이라면 후자 쪽이 확실하지만.
     
  7. 겨울의 왕 : 시간여행물. 시간 여행이 행인지 불행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아르가벤 왕에게 있어 그것은 강제된 여행이면서도, '왕이 아닌 아르가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좋은 기회였을 테니. (이것은 이 단편집에 실린 시간여행물중에서 시간여행이 '자아상실'이 아닌 '자아 발견'을 위해 사용된 거의 유일한 예다) 빠른 귀국을 하며 아르가벤 왕이 느겼을 감정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한편으로, 이 작품은 내 자신에 잠재된 성편견을 깨우쳐준 '유익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의 식중에 등장인물들에 '성별'을 넣어 상상하다가, 역자 후기를 읽고서야 그들에게 성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이란.
     
  8. 멋진 여행 : 마약...을 소재로 한 글인데, 사실 별로 관심 가는 부분이 아니었다. 도통 글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어서 그냥 넘거버렸던 작품.
     
  9. 아홉 생명 : (작자의 말에 따르면) '클론'에 대해 다룬 하드 SF. <플레이보이 SF 걸작선>(황금가지)을 통해 본 적이 있는 작품인데, 당시 그 책을 상당히 지루하게 읽었던지라 그냥 새로 읽는 작품처럼 읽었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클론들은 인간보다는 차라리 개미같은 군집 생명체를 연상시키던데, 그렇다면 '아홉 생명'이라는 제목도 살짝은 어폐가 있는게 아닐까?
     
  10. 물건들 : 넓게 보면 이것 또한 '예술가 소설군'에 집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결정적 도약은 남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마음에 안들긴 해도.
     
  11. 머리로의 여행 : 이것도 시간여행물이라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 단편집에 담긴 시간여행물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지난 세계와의 단절'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자아 상실'을 그리고 있는 것도 다른 시간여행물들과의 특징과 일치한다. 생각해보면 시간여행에 대한 르귄의 태도는 <파리의 4월>이나 <겨울의 왕>만 제외하면 대체로 부정적인 편인데, 아마 시간 여행으로 인한 '자아 상실'을,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루이스 캐롤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 비슷한 부분을 찾았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알아봐야겠다)
     
  12.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 시간여행물. 다른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시종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유독 뒷맛이 씁쓸했던 작품이다. <파리의 4월>과는 달리 '원래세계로의 복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일까? 주인공의 '선택'이 차라리 '강요'된 것에 가깝게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어찌보면 <파리의 4월>과 유사한 결론을 맺은 셈이지만, 그 색채는 전혀 다른 것 또한.
     
  13. 땅속의 별들 : 죽은 뒤에야 가치를 인정받았던 예술가들(특히 필립 K. 딕)을 생각하게 했던 작품. 독자된 입장에서는 '명작'을 발굴해내는 것이 더 기쁜 일이겠지만 과연 예술가들 또한 그리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14. 시야 : 다소 삐뚤어진 예술가물? "우자들은 언제나 선각자를 이해하지 못하노라~" 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15. 길의 방향 : 주인공 나무에게 선생님이 있다면 물리학 점수는 0점을 주지 않을까? :) 어린 시절에 간혹 하곤 했던 상상이지만, 그걸 또 작품으로 보니 재미있다. 어린 딸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어둠 상자>보다도 훨씬 동화에 가까운 작품이다.
     
  16.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 방금 목차를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 <희생양>이라는 제목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민망스런 일이긴 해도, 그다지 이상하다 할 것은 없는 일이다. 사실인즉슨, 이 작품은 온전히 '희생양'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우화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프랭크 오코너의 <나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설명하기 위한 우화나 다름없는 것처럼.
     
  17. 혁명 전날 :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나는 이 작품을 좌파 출신 - 혹은 좌파에서 전향한 - 작가의 정치적 히스테리가 녹아난 작품으로 여겼을 것이다. (실은 지금도 의심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에 가장 투철했던 자가 결국 자기 신념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현장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마르크스가 살아서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봤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과 비슷한 심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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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회사

아프락사스(주최자, 심사위원)
 
드디어 심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달 반 동안 준비해온 행사를 이제 마감하게 되었다 하니 좀 묘한 기분입니다. 아마 저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기가 참 어려웠겠지요. 선뜻 후원에 나서주신 황금가지나 판평대 전용 공간을 마련해주신 판갈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특히 준비부터 심사 종료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도움을 줬던 듀론9G 씨의 노고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대회 내내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본 대회가 첫 회였다 보니 참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가령 부상 선정만 해도 정식 공고 직전까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상당히 많은 고심을 해야 했고, 심사기준을 선정의 경우는 폐회 직전까지도 심사위원들을 괴롭히는 사항이었습니다. 거기에 외부 홍보나 심사평 작성, 점수 확정 같은 것까지 더하자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겠지요. 원래부터 골치를 썩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반면, 경험 부족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고생을 해야 했던 경우도 허다합니다. 돌아보면 그저 암담할 뿐이지요. 그럼에도 성원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참가자, 관람객 여러분들께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접수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약 31일간의 응모기간동안 아홉 분의 평자에 의해 21편의 원고가 응모되었습니다. 주최측이나 심사위원들이 본 대회를 '테스트' 차원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주최 단체(DC 판갤)에 대한 불신감, 불충분한 홍보, 미숙하고 어정쩡한 일처리 따위의 악재들이 산재해 있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만족할 정도이지 않나 싶습니다. 2회, 3회 판평대가 열리게 된다면 본 대회의 인지도도 점점 올라갈 테고, 그렇다면 응모 편 수도 점차 해결되겠지요.
 
다만 일부 평자들의 '불친절함'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가령 저자, 역자, 출판사 등의 서지사항을 밝히는 기본적인 작업에서조차도 무성의함을 보이는 분들까지 계시더군요. 물론, 접수된 작품의 상당수가 단일 출판사에서 소개되고 있는 까닭에 굳이 세세하게 소개할 필요도 없는 작품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해외 작품 - 특히 다수 출판사에 의해 소개된 바 있는 작품들 - 을 소개하는 평자가 역자나 출판사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경우를 보고서는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가산점 사항 중 '서지사항 소개 충실도' 부분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불친절한 평자를 나무라는 용도로 쓰이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번역의 충실도에 대해 알려주는' 평자를 우대하기 위해 만들었던 기준이었지요) 접수되는 원고들의 획일화를 막기 위해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던 주최측의 탓도 있기야 하겠습니다만, 장르 문학 팬덤들이 번역의 충실성에 유독 민감한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하면 의외이기까지 합니다.
 
거기다 적은 인원으로 응모된 원고와 해당 작품을 모두 읽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다 보니 심사가 다소 부실해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예상과는 달리 '가산점수'가 의외로 큰 비중을 발휘하게 된 것도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야 어쩔 수 없었다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꼭 보완하고 싶었던 점입니다.
 
 
 듀론9G(심사위원)
 
 우선 제 1회 판평대에 참여해 총 21개의 리뷰를 응모하여주신 9명의 참가자분들과 대회 상품에 도움을 준 출판사 황금가지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먼저 전하며 이렇게 심사평을 올립니다.
 
저는 원래 판장대를 기획중에 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획을 취소하고 아프락사스가 계획중이던 판평대에 약간의 도움을 주려고만 했으나 심사위원을 공모하는 데에 있어서 판타지 갤러리의 반응도 좋지 못한 편이었고 실제로 심사위원이 모이질 않아 곤란하던 차에 아프락사스의 요청으로 예정에 없던 심사위원을 맡게 되어 응모작들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갑작스런 연유로 작품을 심사하게 되었기에 개인적으로 판평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짓는 것에 대하여 약간의 불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여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노력했으니 감안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판평대 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미 주최자인 아프락사스가 밝힌 대로 점수는 최고 60점으로 각 심사위원이 산정한 점수를 채점한 뒤 이를 평균을 내어 기본점수를 산출하고 여기에 각각 10점씩 배당된 4가지의 가산점수를 더해 총 100점을 만점으로 정하여 점수를 계산하였기에 심사위원의 주관이 비교적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수는 60점이 할당된 기본점수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사위원인 저에게 할당된 점수에 대한 개인적인 심사방법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비평글의 가독성을 중심으로 글의 흥미성, 글 구성의 일관성 통일성 등을 감안해서 글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고려하여 평가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무언가 복잡하고 어렵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사실 글의 구성에 대한 고등학교 수준의 기본적인 지식수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고 심사평에서 구태여 하나하나 따져가며 언급할 생각이 없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여, 이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얼마나 독자들에게 잘 읽히는지, 독서의 의욕을 북돋우는지, 그리고 글의 완성도가 어떠냐를 중심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혹, 좋은 리뷰에 무슨 통일성이니 완성도니 하는 것을 따지느냐 물으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읽기 좋고 머릿속에 잘 들어오는 글을 기본적으로 글의 구성이 훌륭하다는 점을 미리 상기하신다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자, 그럼 이제 제 1회 판평대 응모작들의 심사평를 간략히 공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심사기준
 
 1. 기본 점수
 - 심사위원의 개인 점수를 60점 만점으로 계산하여 각자의 점수를 낸 다음 평균치로 산출한다. 단, 심사위원의 주관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점수 기준은 통일했다. 40~45점이면 평작 수준으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2. 가산점
 - 심사위원들의 주관만으로 심사하는 것은 무리겠다 싶어 평가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한 점수다. 가산점에 할당된 점수는 40점 만점이며, 총 4가지 항목에 의해 평가했다.
 
 가. 맞춤법을 잘 지키고 있는가? (아래의 표에서는 '맞춤법')
  (1) 10점 - (오류 갯수/페이지수)/2
 
 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가? (아래의 표에서는 '선정작')
  (1) 국내에서 출간된 적이 없을 경우 0점 처리
  (2) 출간되었더라도 절판되어 더이상 구할 수 없을 경우 0점 처리.
  (3)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일 경우 5점 감점
      - ex: 베스트셀러, TV프로그램 소개, 고정 명작 리스트 등)
  (4) 문학상 수상 전력이 있는 작품일 경우 2점 감점.
 
 다. 가독성은 좋은가? (아래의 표에서는 '가독성')
  (1) 주요 용어, 개념어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마다 1점 감점.
  (2) 문단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면 5점 감점.
  (3) 소문단 제목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면 2점 감점.
 
라. 서지사항을 충실히 알려주고 있는가? (아래의 표에서는 '서지사항')
  (1) 비평 내에서 작가 이름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을 시 2점 감점.
  (2) 비평 내에서 작품명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을 시 2점 감점.
      - 단편집이나 연작소설집이 몇몇 작품만 알린 경우에는 부분점수 처리.
  (3) 비평 내에서 (번역작의 경우) 역자명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을 시 2점 감점.
  (4) 비평 내에서 출판사명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을 시 2점 감점. (국내 기준)
  (5) 비평 내에서 출간연도를 명확히 알리지 않았을 시 2점 감점. (국내 기준)
      - 번역작의 경우 원작 연도 밝힐 시 부분점수 처리)
 
 
심사평
 - 심사평 개재 순서는 소개작품의 장르순과 동일하다.
 
 
1. 이지환, 화홍 & 정은궐, 해를 품은 달 - 과객
 
듀론9G : 처음 이 리뷰를 접했을 때의 느낌은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단, 분명히 장르소설의 범주에는 포함되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로맨스소설을 대상으로 작성된 리뷰였었고 또한 글에서 다루고있는 소설이 두가지라는 점에서 판평대를 준비해온 입장에서 응모자들이 다룰 것이라 생각한 부분의 외적인 특징을 가진 리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장르소설의 범주에 포함되고 리뷰가 재미있으면 그만이기에 별 다른 편견 없이 작품을 평가 하였습니다.
 이 리뷰는 기본적으로 소개-요약-배경-성격-구성-결말-마무리 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각 항목에 따라 화홍과 해를 품은 달 두가지를 비교 혹은 대조의 방식으로 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을 찬찬히 살펴보면 고구마와 감자를 이용한 비유라던가 글 전체에 계속 이어지는 두 작품의 성향 분석을 통하여 각 항목을 중심으로 작품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글쓴이가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그러나 비교 항목을 설정한 기준이 그다지 체계적이지 못하여 글을 읽어가는 내내 리뷰가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며 앞에서 말한 이야기를 뒤에서 갑작스럽게 보충하여 이야기가 정리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결정적으로 배경에서 다룬 고증에 대한 글쓴이의 의견이 자기모순의 오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리뷰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어 리뷰의 가치를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배경으로 조선이 사용되지 않는 보편적인 이유를 먼저 말한 뒤 화홍에서는 나라 이름을 조선으로 설정하지 않은 것을 앞선 이유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유로 설명하여 독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비교분석 글이 가지는 특유의 장점으로 인하여 글의 가독성은 그다지 나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익히 다루지 않는 로맨스소설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리뷰는 아니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프락사스 : 다른 심사위원님도 말씀하셨지만, 응모 자체로 심사위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준 리뷰였습니다. 로맨스 장르의 응모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바였으니까요. 기성문학 일변도의 문학판을 비판하곤 하는 장르문학 내에서조차도 'SF&Fantasy' 중심의 이중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씁쓸하면서도 흥미로운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일단 이 리뷰에는 그 형식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응모된 비평 중에서는 - 챕터 구분과 소제목을 사용함으로써 - 글의 흐름을 가장 잘 통제한 작품 중 하나였기 때문이지요. 물론 '비교비평'이라는 참신한 방식을 도입한 것도 넘어갈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로맨스 장르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 로맨스의 코드에 대해 설명하고, 또 작품들의 장단점을 드러내기에 적절한 방식이었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하면서도 단순히 줄거리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로맨스 장르 자체에 대한 설명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부분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 설명들은 저처럼 로맨스에 익숙치 못한 독자들에게 로맨스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 알려줌과 동시에, 소개된 작품들(화홍, 해를 품은 달)이 그 장르 안에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 소설인지 짐작하게 해주겠지요. 그런 부분이 가장 빛난 것이 '결말' 챕터가 아닐까 합니다.
 단점이라면... 일단 대화체로 편하게 쓰여진 탓인지 여기저기 군더더기 문장들이 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요. 특히 '마무리' 챕터가 그런 측면이 강한데,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문장들이 여럿 보입니다. 치사한(?) 지적이긴 한데, 분명 짚어야 하는 점입니다. 독자들은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비평(혹은 서평)을 읽는 것이지 평자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요 없는 문장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습니다.
 
 
2. 김용, 소오강호 - 예니체리
 
듀론9G : 익히 잘 알려진 무협이라는 장르의, 역시 익히 잘 알려진 작가 김용의 작품인 소오강호를 대상으로 쓰여진 이 리뷰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그런 글입니다. 글이 짧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나 이 글의 큰 문제점은 도입부까지는 괜찮았음에도 정작 제대로된 작품 소개는 글 분량의 1/3이 채 되지 않으면서 리뷰의 마무리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독성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마치 소오강호에 얽힌 자신의 가정사에 대한 썰을 푸는 듯한 내용의 글로 성격이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입부에 작품에 얽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삽입하여 그 시작은 부드러웠던 점에 나름 점수를 주고는 있으나 글 자체의 불균형적인 구성으로 인하여 그 가치가 떨어진 아쉬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프락사스 : 역시 가장 문제되는 것이라면 '가정사'에 대한 썰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다치바나 다카시같으면 대번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으니 책이 어떤지나 빨리 말해주시오"라고 하겠지요. 굳이 가정사 부분을 쓰고 싶었다면 가정사 부분의 역할을 도입부 정도로 국한시키는게 더 나았겠지요. 그러지를 못해 쓰다 말았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습니다만. 평자 자신의 사담은 블로그에 가벼이 쓰는 감상문에라면 모를까 이런 비평(혹은 서평)에서는 절대 피해야 할 소재입니다. 앞서 다른 작품에서 꺼냈던 '독자들은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비평(혹은 서평)을 읽는 것이지 평자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이 비평에 가장 철저하게 - 그리고 가장 잔혹하게 - 적용될 수 있는 말입니다.
 
 
3. 김용, 연성결 - Blues
 
듀론9G :
 
  출판된 특정 도서를 대상으로 리뷰가 작성되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서사시를 주제로 작성된 리뷰라 감점의 대상이 된 작품들입니다. 아쉽게도, 이 세 리뷰들은 해당하는 서사시로 출판된 도서를 대상으로 작성되었다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수 있었겠지만 막연하게 단순히 서사시들을 각각 리뷰함으로써 독자들이 해당하는 서사시와 관련된 어떠한 도서를 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잘 다루지 않는 인도의 신화와 전설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예 쓸모가 없는 그런 리뷰는 아닙니다. 글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나쁘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 쉽게 흥미를 가지지 않는 인도의 신화와 전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나름대로 서사시에 대한 대략적인 요약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 리뷰의 대상이 된 서사시들이 당금의 장르소설계에서 가지는 의의를 언급하였기에 리뷰 자체의 가치는 의외로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하바라타는 비교적 그 구성이 알차고 균형적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머지 두 서사시인 라마야나와 판차탄트라는 괜찮은 도입부로 시작해 무난한 설명을 지나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버린 듯한 마무리로 리뷰가 끝나버렸는데, 특히 판차탄트라는 대충 만들어진 듯한 단순설명에 치중한 내용과 구성으로 인해 성의가 없어보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듀론9G : 앞서 평가한 소오강호와 같이 이번에도 작가 김용의 연성결이라는 작품을 대상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가독성이 꽤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도입부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뚜렸하고 널리 알려진 단점을 먼저 제시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얻은 뒤, 그럼에도 작품을 옹호하는 글쓴이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설득하고 있으며 어려운 단어나 내용이 그다지 없어 일단 리뷰 자체는 부드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또한 김용이라는 작가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들과 글쓴이 스스로의 평가가 삽입되어 작가에 대한 경향이라던가 특징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작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꽤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시작된 글이 조금 서둘러 끝낸 듯이 짧게 마무리가 되어 조금 깔끔하지 못한 입맛이 남으며 글의 후반부에 나오는 각 인물들의 나열은 아직 책을 읽지 않아 무슨 소린지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생소함을 가져다 주기에 이러한 몇몇 단점은 리뷰를 조금은 아쉽게 보이게 합니다.
 
아프락사스 : 전체 분량의 상당수가 김용 소설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할애되어 있는데도 김용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장점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언급해가며 별 치우침 없이 조목조목 풀어나가고 있는것도 좋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겠고요. 개인적으로는 제게도 김용에 대해 호감을 갖게 해준 리뷰였어요. 원래 무협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작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건 다소 약한 감이 있더군요. '이런 단점이 있지만 저런 장점이 있어 추천할 만하다'로 균형이 맞춰지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용 소설의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난 작품인데 - 평자에 따라서는 김용 답지 않다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 왜 그것이 재미있는 것인지 좀 더 분명한 어조로 설명해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보태기'의 형태로 들어간 포우 소설과의 연계성도 좀 더 깊게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 싶고요.
 
 
4~6. 라마야나,마하바라타,판차탄트라 - 예니체리
 
 ※ 비록 각각 다른 세 작품이 응모되었지만 작성자가 같고 모두 인도의 신화와 전설을 다루며 글의 구성이 흡사하기에 한 번에 심사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듀론9G : 출판된 특정 도서를 대상으로 리뷰가 작성되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서사시를 주제로 작성된 리뷰라 감점의 대상이 된 작품들입니다. 아쉽게도, 이 세 리뷰들은 해당하는 서사시로 출판된 도서를 대상으로 작성되었다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수 있었겠지만 막연하게 단순히 서사시들을 각각 리뷰함으로써 독자들이 해당하는 서사시와 관련된 어떠한 도서를 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잘 다루지 않는 인도의 신화와 전설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예 쓸모가 없는 그런 리뷰는 아닙니다. 글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나쁘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 쉽게 흥미를 가지지 않는 인도의 신화와 전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나름대로 서사시에 대한 대략적인 요약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 리뷰의 대상이 된 서사시들이 당금의 장르소설계에서 가지는 의의를 언급하였기에 리뷰 자체의 가치는 의외로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하바라타는 비교적 그 구성이 알차고 균형적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머지 두 서사시인 라마야나와 판차탄트라는 괜찮은 도입부로 시작해 무난한 설명을 지나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버린 듯한 마무리로 리뷰가 끝나버렸는데, 특히 판차탄트라는 대충 만들어진 듯한 단순설명에 치중한 내용과 구성으로 인해 성의가 없어보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프락사스 : 심사위원 입장에서 가장 바랐던, 그러나 가장 우려했던 리뷰의 전형이 아닌가 합니다. 바랐다는 것은, 신화들이 숱한 환상 문학 소설에 장르적 원형을 빌려줘 왔음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을 통해 신화 속에 잠든 장르적 원형을 밝혀내는 작업은 팬덤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판타지 팬덤들을 위해 신화를 소개할 때는 신화들이 환상 문학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혹은 할 수 있는지 등 일반 소설을 대상으로 할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 많은 설명을 덧붙여야 합니다. 의미 있는 작업이긴 하지만 번거롭고, 매우 고된 작업이지요. 특히 본 리뷰들처럼 그나마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려했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 점에서 세 편의 리뷰 대부분이 해당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는데서만 그친 것은 매우 아쉬운 점입니다. 가령 <라마야나>의 경우 대부분을 줄거리 요약에 할애하고 끄트머리에 '영웅설화의 기본 라인'과 '구도의 모티브'를 '그런 것이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있는데, 내용요약보다는 오히려 후자 쪽에 공을 들였다면 더 좋았겠지요. 인도 서사시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기본 줄거리부터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셨겠습니다마는 이런 데서는 외려 좀 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편의 리뷰들이 대부분 역자나 출판사 등의 서지사항을 전달하는데 다소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판차판트라>를 제외한 두 평에서는 아예 판본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기까지 했지요. 현대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리뷰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달리 서사시를 대상으로 한 비평에서 이런 점을 소홀히 처리하고 있는 점은 대단히 치명적입니다.
 서지사항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어떤 텍스트를 대상으로 했는지 그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저자나 역자, 출판사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번역서의 경우 그 성격상 번역자의 기량에 따라 그 번역 수준이 천지차이가 되니까요. 특히 신화나 서사시의 경우 그 성격상 현대문학에 비해 그 번역본이 더 많다 보니 판본이나 역자에 대해 세심히 언급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번역의 수준까지 비교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긴 하지만 '이러이러한 판본들이 있다'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굳이 도서관까지 가서 뒤질 것도 없이, 인터넷 서점 검색창만 뒤져봐도 거의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성의 차원의 문제입니다.
 
 
7.김상현, 정약용 살인사건 - Blues
 
듀론9G : 판타지 팬덤들에 추천할 만한 작품을 대상으로 작성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지뢰작을 걸러내는 목적으로 사용될만한 내용으로 작성된 리뷰라 좋은 평가는 얻지 못한 몇몇 글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작품의 주요한 단점을 여럿 지적했고 덕분에 독자들이 이 작품을 피해야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기에 그 가치가 아예 없는 리뷰는 아닙니다. 다만 장점의 언급이 없이 계속되는 단점의 부각과 부정적 어조로 인해 조금 과도한 비난을 하는 것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글입니다.
 
아프락사스 : 역사소설과 추리소설로서 어느 면이 미흡한지 조목조목 짚어내는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본 대회의 취지 상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던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비록 입상을 하진 못하더라도, 본 리뷰의 가치는 입상작들에 못지 않겠지요.
 
 
8.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히스토리언 - 예니체리
 
 듀론9G :
 
 리뷰 초반 도입부분도 괜찮았고 나름대로 원작에 대한 스토리 설명에도 어느정도 충실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리뷰입니다. 그러나 문단을 나누는 데에 있어서 일관성이 없고 스토리를 설명하다가 자신의 주관을 이야기하고 다시 스토리를 설명하다가 주관적 평가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감 다소의 산만함을 느끼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이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단을 나눌 때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나누었다던가 스토리와 주관적 평가가 묶여서 잘 정리되었다면 좀 더 좋은 글이 되었을 수 있는 글입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일한 참가자가 쓴 다른 리뷰들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부분에 리뷰가 급하게 마무리되어 글의 균형이 맞지 않아 아쉬운 듯한 기분이 남게 되었습니다.
 
 아프락사스 :
 
 줄거리를 지나치게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걸립니다. 같은 평자가 쓴 리뷰에서는 상당히 반복되는 단점인데, 왜 자꾸 줄거리 서술에 신경을 쓰시는지 모르겠군요. 특히 이 리뷰에서는 줄거리 요약이 분산 배치되어 있어 다른 부분에 갈 시선까지 빼앗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최악이라 할 만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줄거리 요약 부분을 제거하고 다시 써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아까운 부분이 많기도 하니까요.
 
 
9. 고든 R. 딕슨, 드래곤과 조지 - 예니체리
 
 듀론9G : 앞선 동일 참가자의 다른작품들과 같이 이번에도 역시 리뷰의 대부분을 단순한 스토리 설명에 그 비중을 할애한 작품입니다. 작품에 대한 간략한 주변설명과 그 작품이 가지는 의의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조금 곁들여져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소설의 배경이나 내용을 설명하는 데에 치중해있어서 리뷰가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정보로써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작품을 읽고싶게 만드는 무언가는 없는 글입니다. 이 리뷰는 원작에 대한 단순 내용설명을 위주로 하고있음으로 리뷰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를 가늠해볼 수는 있으나 그 외로 자신의 취향이 아니면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 단순한 정보제공에 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프락사스 :  사실 굳이 외국 장르 소설을 소개하려 한다면 굳이 양판소와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의가 있을까 싶습니다. 양판소와 비교될 정도의 소설을 읽기 위해 굳이 오역과 절판에 맞서 싸울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당장 <드래곤과 조지>만 해도 - 리뷰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 왕년에 그리폰 북스로 나온 뒤 절판되었다가 최근에야 복간되는 등 힘겨운 과정을 밟아왔지만, 그 정도의 고난을 겪어야 했던 해외 장르 문학 작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심지어 이 바닥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반지의 제왕>조차도 나오는 판본마다 족족 오역 시비에 시달려야 했으니... 같은 악조건을 뚫고 접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작품들을 제쳐놓을 수 있을 정도로 <드래곤 조지>가 뛰어난 소설인가 하는 점은 실로 회의적입니다. 물론 평자에 따라서는 <드래곤과 조지>를 높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리뷰에서 드러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10. 다나카 요시키, 창룡전 - 예니체리
 
 듀론9G : 안타깝게도 판평대의 취지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추천리뷰가 아닌 비판리뷰로써 역시 심사에 있어서 패널티를 가지게 된 리뷰입니다. 그러나 창룡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문제점을 몇가지 나열하여 작품에 대한 비판을 적절히 하고 있기 때문에 리뷰 자체의 가치가 떨어진다곤 할 수 없습니다. 의외로 출품자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스토리나 플롯설명에는 큰 비중을 주지 않고 배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한 뒤 주요한 문제점을 나열함으로써 독자들이 이 책은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글의 구조가 보편적인 나열법을 이용하고 있으나 그런 이유로 인해 오히려 읽기엔 부담이 없는 글이 되어 분량에 비해 괜찮은 내용전달에 큰 어려움이 없는 글입니다.
 
 아프락사스 : <정약용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본 대회의 취지에서 어긋나는 리뷰이지요. 그저 취지에서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떨어뜨리기는 좀 아깝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자리에서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1. 미카게 에이지,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있다 - 9번 환자
 
 듀론9G :
 
 제 1회 판평대를 개최함에 있어서 응모된 21개의 작품 중 라이트노벨을 대상으로 작성된 두개의 리뷰중 하나입니다. 4페이지 정도의 적지 않은 분량과 더불어 작품에 대한 나름대로 알찬 분석으로 인해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카미스 레이나에 대한 설명, 주인공들의 성별이 가지는 의미, 원작가가 소설의 완급을 위해 사용한 장치에 대한 약간의 분석 등은 기본적으로 리뷰가 가지고 있어야할 대상작품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을 전반적으로 포함하고 있기에 읽는 맛은 쏠쏠합니다. 물론 작품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전무하지만 그런 작품 외적 부분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닌 양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감점사항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는데 결정적으로 자기모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인데, 그 일례로 리뷰의 앞부분에선 주인공의 성별관계 설명시 남성에겐 우호적, 여성에겐 적대적이라는 분석을 한 뒤에 리뷰 후반부에서는 그것을 뒤집어 여성에겐 이해자, 남성에겐 공격적이라는 말로 바뀌어버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리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이상한 혼란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또한 그 내용을 설명함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받아지지 않은면서 그다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지 않은 인간의 습성을 내세워 설명함으로 인해 독자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리뷰와는 그다지 큰 상관없이 현실의 이야기를 갑자기, 그리고 아주 짧게 끌어옴으로 인해 어설픈 마무리가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조금 아쉬워 보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프락사스 : 고백하자면, 접수되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판평대 홍보하러 다닐 때 "페이트 비평 들고갈 사람이 있을 거다"는 괴담을 듣기도 했던지라 언젠가 낚시작이 들어올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고, 실제로 라노베 비평이 들어왔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그런 우려를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근사한 리뷰였습니다만. 단지, 소개 작품과의 비교대상으로 <부기팝>시리즈와 <Missing>을 언급하고 있는데, 정작 그 두 작품에 대한 언급은 소홀한 것이 걸립니다. 특히 <부기팝>에 대해서는 왜 유사한지 언급조차 되어있지 않은데, 소개 작품과 <부기팝> 시리즈 둘 다 읽지 않은 독자로서는 어리둥절해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12. 미하엘 엔데, 모모 - 예니체리
 
 듀론9G : 한국 사회에서 꽤 알려진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대상으로 쓰여진 리뷰로써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과 그에 대한 훌륭한 리뷰가 많은 관계로 그 가치가 바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리뷰 자체도 본문을 발췌하여 넣고 작가의 말 역시 발췌하여 넣는 바람에 정말 리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의 분량이 꽤나 적어져 약간의 스토리 제시와 작가의 평가가 줄어들어 글 자체가 빈약해져버린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응모작 입니다.
 
 아프락사스 :1978년에 차경아 씨 번역으로 최초 소개된 이래 여러 차례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 이제는 차라리 스테디셀러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 작품을 굳이 판평대를 통해 소개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미하엘 엔데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끝없는 이야기>가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평자가 작품을 '괜찮은 우화'로 보는지 '좋은 환상 문학 작품'으로 보는지 확실치가 않습니다. <모모>가 단순히 어떤 '교훈'을 잘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읽힐 이유가 있는 작품은 아닐 겁니다. 사실 교훈만 놓고 보자면 <모모>보다는 차라리 <탈무드>같은 작품이 더 낫겠지요. 중요한 것은 환상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얼마나 잘 증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지.
 
 
13. 존 밀턴, 실낙원 - 예니체리
 
 듀론9G : 무려 9작품이나 응모한 예니체리씨의 마지막 심사작인데, 결정적으로 이 작품 역시 다른 8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는 구조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다만 그 8작품에 비해서 분량이 많지 않은 와중에도 작품과 별 상관 없는 잡스런 이야기나 내용설명 등은 줄이고 이 작품의 어느부분이 흥미로운가에 대해 나름 많은 비중을 다루며 글쓴이의 의견을 피력하고있습니다. 도입부와 본문 마무리의 분량과 완급도 무난한 수준이어서 생각보단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리뷰로 평가 할 수 있습니다.
 
 아프락사스 : 같은 평자가 쓴 리뷰 중에선 가장 균형잡혀 있는 글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이 리뷰 하나에 집중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겠지요. <실낙원>이 제시하고 있는 많은 개념들이 현대에까지 깊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다만 널리 알려진 고전이라 판본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니, 어떤 판본을 사용했는지 혹은 어떤 판본을 추천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 못했다는게 아쉽습니다.
 
 
14. 로저 젤라즈니, 내 이름은 콘래드 - 별밤
 
 듀론9G : 아쉽게도 이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너무 어렵게 썼다."입니다. 글쓴이 본인이야 글을 쓰면서 어떻게 느꼈을지 몰라도 공대생으로써 문과적 지식엔 고등학교 필수교과 수준인 본 심사자에게 있어선 글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마키아벨리적이란 단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죠. 본인이 공대생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고등학교 필수교과과정은 제대로 이수했다는 점에 있어서 다른 독자들이 읽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을 맞딱뜨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독자들이 최소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 점에서 이 리뷰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글쓴이 본인이 그러한 정의를 내렸는지는 몰라도 아마도 다른 사람이 평가한 내용과 비슷하게 적어내렸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글의 구성은 도입-본문-마무리로 보여지는 큰 단락으로 나누어 작품을 다룸으로써 꽤 깔끔한 편이며 다루고 있는 내용 역시 깊고 자세한 편이라 리뷰로써의 가치는 있지만 오히려 작품을 너무 어렵게 다룬 감이 있어서 작품을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할 것인지는 조금 의문을 품을 수 있는 글입니다.
 
 아프락사스 : 작가 로저 젤라즈니, 혹은 <내 이름은 콘래드>라는 작품이 SF 팬덤들에게는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라는게 아무래도 좀 걸립니다. 물론 알려져 있다고 해봐야 '그 방면에서' 정도이고, 판타지 팬덤들이 죄다 SF골수 팬만 있는 것은 아니니 의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본 대회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좀 묘한 선택임은 분명합니다. 이 리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본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 대부분에 해당되는 사항이긴 하지만요.
 중심인물인 콘래드의 성격을 해석하기 위해 아나키즘, 마키아벨리즘과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그리 효과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나키즘의 경우는 콘래드라는 캐릭터와 부합하는 단어이긴 하지만 그 단어 자체의 설명이 그리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마키아벨리즘'의 경우, 그 자체가 - 어원이 된 학자의 사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 그리 바람직한 용어라고 볼 수도 없는 부분이고요. 콘래드라는 캐릭터를 해석함에 있어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인용했던 것은 재미있는 부분이지만, 그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로서는 어리둥절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용 누설'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작품 자체를 평함에 있어서도 '뉴웨이브 운동'이나 조지 R.R.마틴같은 외부 권위에 기대고 있는것 역시 조금 걸리는 부분입니다. 기대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그에 관한 보다 친절한 설명이 아쉬웠습니다. (조지 R.R.마틴만 해도 그 팬이 아닌 이상 이 사람이 <얼음과 불의 노래>의 작가라는걸 리뷰만 보고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뉴웨이브' 운동의 경우 그리폰 북스 판본 뒤에 붙은 역자 해설에 사용된 어휘를 그대로 가져온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한 대목인데, 그 용어를 자세히 글 속에 풀어낼 수 없다면 오히려 쓰지 않는게 더 낫습니다.
 
 
15.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 별밤
 
 듀론9G : 안타깝게도 내이름은 콘래드를 리뷰하면서 저지른 단점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글입니다. 역시 꽤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고 또 한 문장에 어려운 어휘를 잔뜩 삽입함으로 인해 읽는 독자로 하여금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을 다분히 가지고있는 글입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내이름은 콘래드의 리뷰와 비슷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도입-본문-마무리의 삼단 구성이 아닌 몇개의 큰 단락으로 소주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역시 그 단락 자체가 명시된 소주제에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산만하지 않고 집중된 맛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휘의 한계로 인해 독자는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낄 것입니다.
 
 아프락사스 : 본 작품을 '강력한 캐릭터를 무기로 읽기 쉬운 것만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지적인 안일함과 싸운다'라고 평한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누군가가 <신들의 사회>를 두고 '서양 무협지 같다'라고 평한 것을 본 적도 있으니, 같은 작품에 대한 평이 이렇게 갈릴 수도 있다는게 흥미롭습니다. <내 이름은 콘라드>에서 보이는 단점들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만 - 어떤 것은 더 심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 그럼에도 완성도는 본 리뷰가 더 높더군요. 아무래도 <내 이름은 콘래드>보다는 <신들의 사회>가 보다 캐낼 게 많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겠습니다만.
 
 
16.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 Srinberk
 
 듀론9G : 물론 분량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A4 1장을 넘는 것으로 잘만 쓰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리뷰가 나올 것으로 그 제한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지만 이것은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줄을 바꿔써서 분량을 늘린 것이 눈에 확 띄는 작품으로 성의가 없어도 너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리뷰입니다. 리뷰 자체도 그다지 작품을 자세히 다루고있지도 않아서 리뷰를 읽는 내내 그다지 작품에 대한 흥미도를 높일 수 없었다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물론 작품의 장점을 2가지로 제시하여 읽어야할 당위성을 간접적으로 제시하지만 리뷰 자체가 가지는 질적 저하로 인해 독자들에게 주는 신뢰성이 낮아짐으로 인해 리뷰 자체가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잃어버리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아프락사스 :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량 기준을 대폭 완화할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했던 것이긴 하지만 정말 이런 리뷰가 들어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다른 모 평자의 리뷰가 '지나치게 친절'했다면 이 리뷰는 '지나치게 불친절한' 리뷰랄까요? 작가 이름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언급하지 않을 정도니... 뿐만 아니라 소설의 내용에 대한 언급을 지나치게 꺼리는 것도 다소 걸리는 부분입니다. 물론, 줄거리 누설은 최소한으로 줄이는게 마땅합니다만, 그러면서도 작품의 가치를 최대한 잘 드러내야 하는 것이 평자의 의무이지요.
 
 
17. 스뚜르가츠키 형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이나 남았다 - 재건
 
 듀론9G : 작품과 작품 외적인 부분에 대한 꽤 넓은 시야로 리뷰를 구성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시 꽤 훌륭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 작품도 근본적으로 리뷰 자체가 어렵게 작성되었다는 단점이 생겨버린 작품입니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지루해할 수 있는 고급 혹은 전문 어휘들이 다수 출현해버렸고 주석을 과도하게 달아야할 만큼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삽입함으로써 판평대에 응모된 리뷰가 지향해야할 목표를 일부 상실한 것입니다. 또한 본문의 발췌가 너무 잦고 그 분량이 많아서 리뷰를 읽는 사람은 그 부분만 가지고는 작품을 공감하기도 힘든데 본문의 맥까지 끊기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뷰 전반에 흐르는 글쓴이의 지식과 작품 내외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시야는 분명 리뷰가 가진 가치를 평가절하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아프락사스 : 3학점 짜리 교양의 레포트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그 교양 과목에는 [러시아 문학의 이해] 같은 제목이 붙어있겠지요) 러시아 문예사조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모를까 -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읽기도 했습니다만 -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독자에게는 그 설명이 지나치게 자세하지 않나 싶습니다. 간간히 붙어있는 주석도 단순히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이나 남았다>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세합니다.
 
 
18. 어슐러 K. 르귄, 바람의 열두 방향 - qui-gon
 
 듀론9G : 무려 7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으로 응모되어 오히려 너무 길어서 독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을 만들어낸 리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뷰 자체는 7페이지를 읽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저것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리뷰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여타 다른 리뷰와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분명히 쉽지 않은 내용과 어휘를 다루고 있으면서 비슷한 단점을 포함한 다른 글보단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비교적 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속의 내용을 언급한 뒤 그 내용을 풀어주기를 반복하고 작품 내용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기 위한 시대적 정황 및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설명함으로 인해 독자들이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쉽게 쓰여진 글은 아닙니다. 분량이 비해 빈도수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최소한 고등학교는 졸업했어야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고급어휘들이 사용되고있기에 보편성을 만족시키는 리뷰로 보기는 역시 조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의 구성도 알차고 단락의 내용이 각각의 소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집중되며 글 전체에 흐르는 작품 내외의 전반적인 소개를 넘어 그 것을 연계하여 풀어낸 설명은 리뷰 자체의 가치를 드높여주는 훌륭한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아프락사스 : 작가 약력에 대해 불피요한 부분까지 파고 들고 있는 것이 걸립니다. 작가의 아버지가 누구였다는둥 어느 대학을 나왔다는둥 하는 것이 작가 소개에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다거나 무슨 전공을 했다거나 하는 것이 도움될 수는 있겠지만요. 오히려 거기에 해당하는 지면을 작품 소개에 할애했다면 더 좋았겠지요. 17편이나 되는 수록작들의 목록을 한 자리에 정리해주는 건 독자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작업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책에 수록된 모든 작품을 소개하지 않을 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이 책의 목차를 옆에 두고 평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사소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상당히 근사한 평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대한 해석을 풀어내는 솜씨는, 본 대회에 접수된 원고 중에서는 가장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19. 어슐러 K. 르귄, 어둠의 왼손 - 별밤
 
 듀론9G : 앞선 내이름은 콘라드와 신들의 사회에 대한 리뷰에 비해 상당히 난이도가 낮아진 글로써 조금은 독자들의 보편성을 획득한 리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앞서 평가한 리뷰와 같이 역시 도입-본문-마무리 식의 구성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을 주고있으며 단락들의 내용 역시 구성된 소제목의 내용에 벗어나지 않아 글이 통일된 느낌을 줍니다. 글의 난이도가 대폭 낮아져서인지 가독성이 반사적으로 올라갔으며 덕분에 너무 어려워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던 것이 날아가 그전엔 가려져있던 작품 내외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통찰을 여유있게 받아들일 수가 있게 되어 작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프락사스 : 이렇게 근사한 글을 쓸 수 있었던 평자께서 다른 두 작품에서는 왜 이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셨는지 모르겠군요. 물론 다른 두 편도 심하게 뒤떨어지는 리뷰는 아니었지만 이 원고에 비할 바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을 평함에 있어 일견 과장되어보이는 수사를 동원하는 것은 여전합니다만 생소한 개념어를 사용하는 것은 확실히 줄었고, 사용된 개념어들도 대부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보다 나중에 제출한 리뷰였기 때문에 보다 세심하게 살필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20. 쥘 베른, 쥘 베른 컬렉션 - 눈사태
 
※ 전송된 파일의 제목에서는 <80일간의 세계일주>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본문 첫머리에 <쥘 베른 컬렉션>을 언급하고 있고, 또 본문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어서 제목을 <쥘 베른 컬렉션>으로 달았습니다. 이후 2주 넘도록 평자로부터의 항의가 없었으니 암묵적으로나마 동의를 받은 것이라 해도 되겠지요.
 
 듀론 9G : 역시 널리 알려진 작품을 대상으로 리뷰를 작성했기에 그 가치가 조금 빛이 바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진 통념을 비판하여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가치를 보여준 응모작입니다. 쥘 베른 컬렉션을 다루면서 컬렉션에 해당하는 모든 작품을 언급하지 않고 몇 몇 작품만을 대상으로 쥘 베른 컬렉션을 읽어야하는 당위성을 설명했기에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리뷰 자체는 특별히 질적 저하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짧은 분량에 4개 가량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분부분 삽입하느라 리뷰에서 뭔가 깊은 내용을 다룰 여유가 전혀 없어서 글이 많이 가벼워졌기에 작품의 장점을 피력하는 부분에 있어서 독자들에게 주는 신뢰나 설득력이 약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 글입니다.
 
 아프락사스 : <쥘 베른 컬렉션>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리뷰에서 언급하고 있는 작품은 <80일간의 세계일주>, <지구 속 여행>, <카르파티아 성>의 단 세 작품이더군요. 컬렉션 중 외려 언급되지 않은 작품이 더 많았습니다. (<신비의 섬>이나 <달나라 탐험>, <인도 왕비의 유산>, <지구에서 달까지>) 쥘 베른의 개별 작품이 아닌 <컬렉션>을 대상으로 한 비평에서 수록작의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이 작품들의 경우 서사시와는 달리 검색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평의 독자가 그것들을 알아서 찾아주기를 막연히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읽히고픈 책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는 건 평자의 기본 소양이며, 평자가 반드시 책임지고 완수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곤 해도 쥘 베른에 대한 평만큼은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쥘 베른의 - 당시에는 허무맹랑하게 보였을 - 판타지적 상상력이 사실은 현실에 토대를 둔 것이었다는 점을 언급해주고 있으니까요. 사실 그런 부분은 좀 더 깊게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21. 코니 윌리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Blues
 
 듀론 9G : 어려운 이야기 없이 대상 작품이 가진 글 자체만의 가치를 부각시켜 장점을 드러내어 리뷰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글을 한 번은 호기심이 들게 만드는 글입니다. 리뷰를 하면서 반드시 작품의 외적인 내용에 대해 구구절절히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고 만약 잘못 늘어놓게 된다면 재미없고 지루한 리뷰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이 글은 이러한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앞선 작품들이 작품 내외의 많은 부분을 아울러 설명했기 때문인지 이 리뷰는 꽤나 담백한 맛이 든다는 생각이 스쳐갔고 중요한 것은 이 리뷰의 글쓴이는 소설 자체가 가져야할 익살과 이야기의 등의 균형이 맞다는 것을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의 글로 강조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소설을 읽어볼 것을 자연스럽게 권유하고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꽤나 부담감이 없다는 것을 꽤 큰 장점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프락사스 : 딱히 나무랄 부분이 없습니다. 선정작의 정체성(장르)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두루뭉실하게 넘어간다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무시한다면 무시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줄거리 요약에도, 작품 외적 지식 삽입에도 의존하지 않고서 작품의 특징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놀랍군요. 블로그에 신작 소설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쓰려는 분들이 가장 본받을 수 있는 글이었다 생각합니다. '보태기'도 같은 평자의 다른 리뷰에 비해서는 비교적 친절한 편이었고요.
 
 
 
최종평가



(블로그에 올린 그림은 지면 관계상 원래 버전에 비해 좀 더 간략합니다. 자세한 버전을 원하는 분은 DCinside 판타지 갤러리의 게시물(링크)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대상
 
 <바람의 열두 방향>(어슐러 K. 르귄)을 제출한 qui-gon 님. (판갤, 판갈)
 
 최우수상
 
 <어둠의 왼손>(어슐러 K. 르귄)을 제출한 별밤 님. (블로그 nterplanetaries)
 
 우수상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있다>(미카게 에이지)를 제출한 9번 환자 님. (블로그 9번환자실)
 
 장려상
 
 <해를 품은 달>(정은궐), <화홍>(이지환)을 제출한 과객 님. (판갤)

 <개는 말할 것도 없고>(코니 윌리스)를 제출한 Blues 님. (판갤, 판갈)

 ※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은 원래 등수대로 수여됩니다.
 ※ 장려상의 경우 최우수상 수상자와 중복되는 관계로 그 다음 등수 등록자가 수상하게 됩니다.


이의제기
 위 심사결과에 대한 의문점은 2008년 1월 19일 자정까지 접수하며, 변동사항이 없을 시 20일날 아침에 부상을 배송합니다. (추후 인증 첨부 예정)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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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1일부터 시작했던 원고 접수를 어제 부로 마감했습니다. 12월 10일, 별밤님의 <내 이름은 콘래드>(로저 젤라즈니, 1965) 서평이 접수된 것을 시작으로 총 21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접수된 작품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판갈(www.fangal.org)에 개재되어 있는 해당 게시물로, 이름을 클릭하면 작자의 개인 블로그로 날아갑니다.


[로맨스] 이지환, 화홍 & 정은궐, 해를품은달 - 과객
       
[무협] 김용, 소오강호 - 예니체리
[무협] 김용, 연성결 - Blues

[서사시] 라마야나 - 예니체리 
[서사시] 마하바라타 - 예니체리  
[서사시] 판차탄트라 - 예니체리

[역사] 김상현, 정약용 살인사건 - Blues
[역사]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히스토리언 - 예니체리

[판타지] 고든 R. 딕슨, 드래곤과 조지 - 예니체리
[판타지] 다나카 요시키, 창룡전 - 예니체리
[판타지] 미카게 에이지,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있다 - 9번 환자
[판타지] 미하엘 엔데, 모모 - 예니체리
[판타지] 존 밀턴, 실낙원 - 예니체리

[SF] 로저 젤라즈니, 내이름은 콘래드(1965) - 별밤
[SF]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1967) - 별밤
[SF]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 Srinberk
[SF] 스뜨루가츠끼 형제, 세상이 끝날때까지 아직 10억년이나 남았다 - 재건
[SF] 어슐러 K. 르귄, 바람의 열두 방향 - qui-gon
[SF] 어슐러 K. 르귄, 어둠의 왼손(1969) - 별밤
[SF] 쥘 베른, 쥘베른 컬렉션 - 눈사태
[SF] 코니 윌리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Blues




판평대(판타지 비평 대회)에 대해서는 판갤의 공고문(http://gall.dcinside.com/list.php?id=fantasy&no=302627&page=1)을 확인해주세요.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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