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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1/10 《전우치》 (4)
러시아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영화화된다더군요. 미국의 제작사 Stone Village Pictures가 (자칭) 불가코프의 손자인 세르게이 실로브스키에게서 판권을 사들였다고 합니다. 현재 영화 제작사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하죠. 다만 여기에서의 언급은 아주 간단한 편입니다. 



저작권자가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하는 바람에 1994년에 제작된 다른 영화도 끝내 개봉되지 못한 역사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찌어찌 하여 협상이 타결했다... 라는 모양입니다. 향후 10년간 『거장과 마르가리타』와 관련된 어떠한 영화판도 제작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러면서도 동구권에서는 원작 소설이 TV, 영화, 연극 등으로 꽤 여러 차례 각색되었으니, 이번 영화 자체가 그다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기획은 할리우드산이라 한국에서도 극장 관람이 가능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주목할만하죠. 일단 2012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촬영지는 모스크바, 프라하, 미국.

알려진 캐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독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로미오와 줄리엣》(1996)과 《물랑 무즈》(2001)로 유명한 감독이죠. 저작권자와 각본을 조율 중이라고 하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겠군요. 일단 본인은 원작의 21장에 나오는 마르가리타 비행 장면을 3D로 재현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바즈 루어만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면 막상 『거장과 마르가리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고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화한다는 소식만 잔뜩 나옵니다. 아마 『위대한 개츠비』를 먼저 제작한 다음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제작하던가 할 모양입니다.

마르가리타 :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Jones)
《오션스 트웰브》(2004), 《레전드 오브 조로》(2005)를 찍었던 뱅우 캐서린 제타-존스로 확정되었습니다. 저작권자 실로브스키가 마음에 들어했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할머니이자 마르가리타의 모델이 되었던 엘레나 세르게예브나와 닮았다는게 이유라고 합니다. 글쎄... 제 생각에는 그렇게까지 닮진 않은 것 같던데요. 아래 사진에서 왼쪽은 캐서린 제타 존스, 오른쪽은 엘레나 세르게예브나입니다.


엘레나 세르게이브나 실로브스카야.jpg


이외에 출연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듯, 영화사 홈페이지에 가봐도 별 정보가 없습니다. 다만 협상중인 배우의 목록 정도는 있습니다.

거장 : 랄프 핀네스(Ralph Fiennes)

베즈돔니 : 맷 데이먼(Matt Damon)

볼란드 : 알 파치노(Al Pacino)


베헤못 : 대니 드 비토(Danny De Vito)

예슈아 :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
외모로 따지면 배역과 가장 잘 맞는 배우 같기도 하고...

빌라도 : 존 말코비치(John Malkov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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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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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진짜로 연애하기까지.

여기 한 쌍의 연인이 있다. 남자는 이제 갓 스물이 된 청년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심취한 생물학도이다. 상대는 자신이 공주라고 생각하는 열여덟 살 처녀이다. 이웃 사이인 두 젊은이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서로를 증오하는 양 집안에서는 이들의 사랑을 반대하여 두 집 사이에 높은 담을 쌓았고, 연인은 부모의 눈을 피해 밤에만 만나 사랑을 이어간다.

이러한 구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관객들이 이 오래된 로맨스를 떠올릴 무렵 연극은 관객의 기대를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깨버린다. 그 시발점은 연인의 두 아버지이다. 이들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사실을 폭로한다. 두 아버지는 서로 둘도 없는 친우였으며, 가문의 갈등은 사실 두 자식을 연결시키기 위한 연극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연극이 필요했을까? 그 대답은 두 아버지가 폭로에 이어 부르는 노래에 나온다. '애들은 말릴수록 불타오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연극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전통적인 로맨스를 완벽하게 뒤집는 반(反)로맨스가 된다. 

그러나 이 젊은이들이 순진한 피해자만은 아니다. 연극 자체는 두 아버지가 꾸몄지만 이 두 젊은이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그들 자신이 바라왔던 연극이기 때문이다. 기실 '비운의 연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이들의 등장 장면에서부터 암시되었다. 여자주인공은 처음 등장할 때 스스로를 공주라고 이야기하며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들고 나온다. 여주인공 스스로도 자신이 채소가게의 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공주가 되고자 하는 바람이 너무 클 뿐이다. 세상을 모험 소설과 로맨스 소설로 배운 소녀답게도.

남자 주인공은 한 술 더 뜬다. 소녀가 관객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그는 뒤편 무대에 앉아있지만, 그의 시선은 연인을 향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 대신 그의 시선을 잡는 것은 손에 잡은 책,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로맨스이다. 관객을 향한 자기소개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얼마나 낭만적인 청년이며, 사랑에 대한 열정에 차 있는가를 떠들어댄다. 처녀 또한 그랬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없다.

두 젊은이에게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모험 소설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틀이다. 이들이 세계를 문학의 무대와 연결 짓는다면 그 자신들은 문학의 주인공과 동일시하려 하는 게 당연하다. 즉, 이들이 바랐던 것은 연애가 아니다. 문학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로맨스를 그들 자신이 재현하길 바랐을 뿐이다. 기사도 소설의 이상적인 기사 아마디스 경을 흉내 내고자 편력 여행을 떠나는 기사 돈 키호테처럼. 

따라서 이 젊은이들에게 상대가 누구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밤중에만, 그것도 담장을 한 가운데 두고서 몰래 이루어지는 연애가 지속 가능한 것은 두 아버지의 설명대로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이 '연애'의 상대방이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연기하고자 하는 두 1인극 배우가 결합일 뿐이다. 따라서 담장과 어둠은 장애물이기보다는 차라리 도움물에 가깝다. 햇빛 아래 서로가 서로를 '명확하게' 확인되는 순간 로미오도 줄리엣도 없었다는 진실 또한 폭로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젊은이의 전적인 협력(?) 하에 이 극중극은 성공을 거두고, 두 아버지는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한다. 그 다음 단계는 더 이상 불필요해진 위장극을 끝내면서도 두 '연인'의 욕망을 증폭시켜야 한다. 이에 두 아버지는 납치극과 구출극을 계획하게 된다. 거짓으로 납치시킨 줄리엣을 로미오가 구하게 한다는 시나리오가 노리는 바는 사실 명백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연극에 동원되는 연출가와 다른 두 배우들이다. 두 아버지에게 연극을 제안하고 직접 실행하는 '악당'은 극의 시작부터 무대의 안팎을 넘나들며 연극 내외의 상황에 관여하던 '작가'이다. 연극의 연출가로서 재등장한 작가는 자신과 함께 납치극을 연기할 배우 두 명을 고용하는데, 공교롭게도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인 이들은 두 아버지를 연기했던 사람과 같은 배우들이다. 결국 이들 두 배우는 주인공 커플의 거짓 연애를 조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랑이 극대화되는 현장에 참여하게 된다.

구출극이 수행되는 과정에서 마트가 보여주는 검술은 매우 형편없어서, 그 자체로 코미디가 될 정도이지만 그게 구출극의 결말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불안요소는 따로 있다. 납치되었던 줄리엣이 악당에게 반해버린 것이다. 구출극이 성황리에 끝난뒤 담장이 걷힌 것도 사태를 악화시킨다. 햇빛 아래서 드러난 연인의 모습은 각자가 상상했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는 물론 훨씬 못했기 때문이다. 두 젊은이의 감정은 급속도로 악화된다.

악화일로를 걷던 두 사람의 관계는 악장의 재등장으로 인하여 파국을 맞는다. 두 아버지에게 대금을 받으러 온 악당이 가짜 납치극의 진실을 마트에게 고한 것이다. 분노한 마트는 결투를 신청하지만 자신의 현실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환상을 쫓는 어린 아이가 악당을 상대하기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는 연극 - 곧 세계 - 전체를 관장하는 작가이자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의 결투는 간단하게 악당의 승리로 끝나고, 줄리엣은 악당을 좇아 마트를 떠나고 만다.

여기서부터 연극은 반로맨스를 넘어 성장극으로 변화한다.

좌절한 마트는 일자리를 얻어 고향을 떠나고자 한다. '성장을 위한 여행'이라는, 영웅 서사시의 오랜 테마가 재현되는 셈이다. 이 때 마트는 또다른 등장인물, '요정'에게 일자리를 의뢰한다. 극중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인 요정이 드디어 극의 전개에 개입하게 되는 순간이다.

요정은 극중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이다. 극 시작 부분부터 무대 안팎을 누비고 다녔다는 점에서는 악당과 비슷하지만 그 비중이나 역할은 악당만큼 명확하지 않다. 기껏해야 꽃가루를 뿌리거나 춤을 추고, 악당이 두 아버지에게 납치극을 제안하며 부르는 겁탈송을 흉내낸 어설픈 노래를 부르려다가 혼나는 정도가 전부이다. 굳이 요정이 극의 전개에 기여했던 부분을 찾는다면 두 젊은이의 만남을 가로막는 담을 상징하는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는 정도다.

악당(작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면 요정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유추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악당이 주인공들에게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요정은 그 주인공들의 환상을 조장할 무대를 마련하거나 악당을 모방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현실의 모방, 그것은 물론 환상이다. 따라서 마트가 요정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며 말을 거는 장면은 마트가 비로소 자신이 얽매였던 환상과 허구를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접촉을 통해 밤의 요정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마트에게 악당이 고했던 '낮의 진실'과 대적할 힘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연극이다.

요정의 인도 하에 마트가 만나는 극단이 왕년에 납치극에 가담했던 바로 그 배우들 - 곧 두 아버지 역을 맡았던 배우들! - 이며 그 배우들에게서 배우는 희곡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마트에게 거짓 사랑을 불어넣고, 그것을 연기하게 했던 이들이 다시 한 번 연극을 하게 하는 셈이다. 물론 이때의 연극은 그전의 연극과는 다르다. 연극이 현실의 모사라는 점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아는 법이다. 그 연기를 통해 마트는 진짜 사랑과 연출된 사랑을 구분할, 현실과 환상을 구분해낼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마트의 연극은 악당에게 이끌려 도시로 향했던 루이자의 앞에서 공연된다.

마크와 헤어진 뒤 악당은 자신을 찾아온 루이자에게 마트와 비슷한 접근을 한다. 세상이 모험 소설의 무대와 같으리라 믿고 자신에게 낭만적인 사랑을 기대하는 처녀에게 책 속의 사랑이 아닌 자신만의 사랑을 찾으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루이자가 이 충고를 받아들이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사람은 마트의 공연을 보게 된다.

공연이 끝난 뒤 마트는 악당과 재회하고, 루이자 앞에서 다시 한 번 결투를 벌인다. 물론 관객은 이번 결투의 결말을 알고 있다. 지금의 마트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고,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분별할 줄 알게 된 ‘청년’이다. 그가 바라보는 현실은 악당이 전하는 냉혹함과는 또 거리가 멀다. 결국 마트는 결투에서 승리하고, 악당이 가졌던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되찾는다. 마트는 목걸이를 루이자에게 돌려주지만 루이자는 목걸이를 목에 걸지 않는다. 더 이상 줄리엣을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를 안다. 재회한 연인은 서로에게 다시 한 번 사랑을 고백하고, 길었던 결혼식도 막을 내린다.



자투리 평
  1. 이 리뷰는 1월 14일에 본 공연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거의 한달 만에 올라온 셈이지만, 개요 자체는 이미 오래 전에 써두었다.
     
  2. 이 리뷰는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중 『돈 키호테』와 『적과 흑』에 대한 분석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리뷰의 대상이 된 두 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글이니 비평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읽어보는게 좋겠다.
     
  3. 리뷰는 이 뮤지컬이 마치 심각한 정극이었던 것처럼 써놨지만, 실제로는 유쾌한 러브 코미디였다. 중간 중간 나오는 '겁탈송'이나 채소밭 노래도 상당히 유쾌했었고. 하지만 내용 자체는 연인들이 보기엔 조금 아슬아슬했다고 생각한다. 마트의 첫 번째 결투 뒤에 비극으로 끝내버렸다면 완성도는 더 높았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랬다간 관객이 하나도 안 들어왔겠지.
     
  4. 리뷰에서 쓴 내용이 전부 연출자의 의도와 부합하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특히 배우들이 모두 1인 2역을 맡았던 구조는 다만 극단의 인원 부족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력, 소품 등 여러 가지가 열악한 상황에서 연출할 수 있는 최대한을 뽑아낸 것은 분명하다. 상당히 정교하게 짠 극이다.
     
  5. 배우들의 연기 수준을 따진다면 악당(극중에서는 엘가로) 역을 맡았던 분의 연기가 단연 압권. 아버지/배우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도 코미디 연기를 상당히 잘 해냈다. 주인공 커플의 연기는 다소 쳐지는 편이었는데, 연기력보다는 여주인공이 극중 설정보다는 상당히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게 크지 않았나 싶다. 분명 마트 쪽이 연상인 커플인데 막상 모습은 여자 쪽이 훨씬 나이 들어 보이니. 오히려 엘가로와 루이자가 춤추는 장면이 더 연인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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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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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교에서 봤을 때는 2화까지밖에 보질 못하고 치워버린 작품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제법 볼만하다. 마감에 쫓기는 와중에 본 탓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봤던 정품 DVD보다 오히려 외국 사이트에서 구했던 불법(...) 파일의 화질이 훨씬 좋기도 했고. 하지만 이상하게 자막이 나오질 않아서 자막 없이 그대로 봐야 했다. 물론 원작의 내용을 다 아니까 가능했던 선택이다.

다 보고 나니 예전에 가했던 혹평이 지나치게 성급한 평가였지 싶다. 물론 볼란드역 배우에게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고 예슈아 역 배우가 예수 수난극을 연기하는 사람 치고는 지나치게 생기 넘치는 점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줄만한 드라마다. 특히 흑마술 공연 장면이나 거장의 회상, 악마의 대무도회 따위는 상당히 잘 만든 장면이다.

물론 러시아에서 제작된 작품인만큼 소품이나 특수 효과 등에서 다소 빈티가 흐르기는 한다. 베헤못이 나오는 장면에서 가끔 고양이 분장 아래의 사람 손이 보이기도 할 정도니까. 그렇지만 러시아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가능해보였던 장면들도 있다. 원작에 나오는 과격한 묘사들을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그대로  재현해버린 골때리는 짓거리야 러시아가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말이다. 과연 대륙의 기상이라고나 할까. 

찾아보니 유투브에 영어 자막으로 자료가 올라왔길래 대무도회 장면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동영상에서는 1분 30초 뒤에야 대무도회가 시작된다.




원작 소설만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드라마에서 잘 살린 대목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는 컬러와 흑백이 번갈아가며 쓰인다. 당대의 모스크바 사회는 흑백 장면으로 그려지지만 초현실적인 장면들에는 컬러가 사용된다. 볼란드 일당이 보여주는 환상이나 예르샬라임의 모습, 거장의 회상 장면 등 따위 말이다. 특히 코로비예프가 주민조합장 니카노르 이바노비치를 내쫓은 후 볼란드와 이야기하는 와중에 볼란드의 방만 컬러로 나오는 장면이나 거장이 마르가리타를 햇빛 속에 세워놓고 그녀를 감상하는 모습 등은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소소한 명장면이다.

 


이 외에 배우들에 대한 품평이라면... 

거장역은 제법 잘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젊은 시절의 미하일 불가코프를 닮은 외모부터가 합격점을 줄만 하다. 하지만 마르가리타역은 영 별로다. 원작의 마르가리타보다 지나치게 예쁘기 때문이다. 원작에서의 묘사를 따른다면 마르가리타는 주름살까지 생긴 초췌한 외모였다가 아자젤로의 크림을 바른 후 젊음을 되찾아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크림을 바르기 전의 흑백 장면에서 더 예쁘장한 모습으로 나온다. 

볼란드 일당은 코로비예프/파곳을 제외하고는 죄다 별로다.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시키는 기운찬 악마여야 할 볼란드는 왠 힘없는 노인이 연기를 하고, 아자젤로는 깡마른 중년이 연기를 한게 무슨 《노스페라투》의 드라큘라 백작 같다. 헬라는... 허구헌날 벌거벗고 나오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예르샬라임에서는... 좀 더 멍청하고 초라한 인물이어야 할 예슈아 하-노츠리가 너무 똘망똘망한 인물로 나왔다. 요세프 카이파 대사장은 유대 민족주의자답게도 총독의 관저 내로 들어가길 거부하는 인물인데 어째서인지 이 드라마에서 빌라도 총독과의 대화는 관저 내에서 진행된다. 총독의 관저 전체를 찍기에는 제작비가 부족했던 걸까?

그 외에 인상 깊았던 점이라면 아마 경리부장 림스키인지를 맡았던 배우의 체중 감량 투혼(...). 처음 등장했을 때와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을 때의 모습이 정말 판이하게 달라서 기겁했었다. 

여튼 결론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팬이라면 대략 볼만한 드라마라는 이야기. 그러나 러시아의 열악한 제작 상황은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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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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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영화/음반 2010/01/10 09:28
전우치
감독 최동훈 (2009 / 한국)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상세보기


웹상에서는 혹평, 주변에서는 호평이라 어떤 영화인가 궁금했었는데, 상당히 볼만한 영화이지 싶다. 이 영화의 매력은 상당 부분 강동원이 연기한 전우치라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강동원을 스크린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배우' 강동원을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전우치가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등의 대사를 내뱉을 때의 억양은 남사당패의 그것과도 유사해서, 캐릭터에 제법 많은 공을 들였지 싶었다. 이 영화에 미남 강동원은 없다. 기생오래비 전우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수사는 이 영화에 한해서만큼은 찬사로 받아들여져도 좋다.

전우치 외의 캐릭터가 이 외에도 뜯어볼 만한 대사들이 많다. 이를테면 '거문고갑에 활을 쏴라' 따위. 또한 초반의 임금 습격 장면에서 전우치가 '칼'에 대해 논할 때는 얼핏 『장자』「설검편」에 나오는 관념적인 칼에 대한 설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모두가 모두 최동훈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동양고전에 대한 교양을 갖춘 독자들이 재밌어할 떡밥들을 많이 갖췄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물론 단점도 적지 않은 영화다. 전우치를 제외한 여러 캐릭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영 아쉽다. 물론 최대의 피해자라면 임수정이 연기했던 히로인, 과부/서인경일 터이다. 임수정이 이 역할을 두고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는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쉬워했다고 하는데, 그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캐릭터 자체가 영화와 어울리지 못한다. 졸지에 욕망덩어리의 악역이 되어버린 화담 서경덕(백윤식 분)도 가엾기는 마찬가지다. 화담이 『전우치전』에서 전우치 최대의 적으로 나오기야 하지만 화담은 황진이와의 전설로 더 유명하지 않은가. 전우치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다른 캐릭터를 죽였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캐릭터 조형을 실패한 듯도 보인다.

중간의 뜬금없는 급전개나 초반부의 엉성하기 그지 없는 액션 장면 따위도 걸리긴 마찬가지다. 급전개야 나중에 나올 감독판에서는 이걸 제대로 해명했으려나 모르겠는데, 초반부 액션 장면은 정말 답이 없다. 이쯤되면 재편집을 넘어 재촬영을 해야 할 수준이다.

이러한 단점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면 《전우치》를 즐겁게 보기란 상당히 어렵다. 물론 전우치라는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라 영화가 내려가기 전에 한 번 쯤 더 보고 싶기야 하다. 과연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 역시아서 보고 싶긴 하고. 하지만 추천 여부는 상당히 고민해봐야겠다. 취향을 워낙 많이 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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