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같은 독서량과 도서 전용 건물인 고양이 빌딩의 주인으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입니다. 『도쿄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로 유명세를 얻었고, 이외에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뇌를 단련하다』 등이 한국에서도 제법 인기를 얻었죠. 2010년에 와서까지 책이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나름 인기 저자라 하겠는데... 최근에 와서는 다소 인기가 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 『知의 정원』이 그 인기 감소의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저술이 현대의, 특히 한국의 독자들에게 얼마나 의미를 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다치바나 다카시의 문학관 자체가 썩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죠. 다치바나 다카시의 문학관이란 이런 겁니다. '픽션임을 전제하고서 보는 문학보다는 오히려 현실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들이 더 '재미'있으며 남을게 많다. 굳이 문학을 읽는다면 해당 사회의 교양이면서 그 사회의 정신 문화를 설명해줄 수 있는 고전들을 읽어야 한다.' 즉 다분히 실용적인 문학관을 가진 사람인 겁니다.
그러나 다치바나 다카시의 문학관은 다분히 피상적이라고 할 수 있죠. 문학을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 위주에 가깝게 보는 면이 있고, 픽션과 논픽션의 전달 방식 차이도 무시해버리죠. 지나치게 실용주의적이기도 하고요. 물론 지금 존재하는 현실 그 자체를 이해하는데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대로 논픽션이 더 유리할 겁니다. 논픽션에서는 확실한 데이터로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니까요. 그렇지만 문학은 데이터만으로는 담지 못하는 영역을 전달해냅니다.
왕년에 사르트르와 리카르두 사이에서 오간 이야기가 좋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사르트르는 자신의 소설을 두고 "굶주린 아이들 앞에서 내 「구토」는 한 조각의 빵의 무게도 나가지 못한다."라고 개탄한 바 있는데, 그 말을 들은 리카르두는 "문학은 배고픈 아이에게 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배고픈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추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화답하죠. 문학이 현실 그 자체를 담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통계 수치로는 알 수 없는 삶의 국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요.
더 큰 문제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문학관이 과연 문학에 대한 충실한 이해에 기반하느냐 하는 겁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자신의 말에 따르면 대학 시절까지는 문학만을 탐독하였는데, 직장 선배의 충고에 따라 논픽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해하는 문학 자체는 거개가 젊은 시절에 형성되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사람의 독서는 책을 후다닥 읽어 해치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생산적인' 독서는 논픽션에서야 유용하지만 문학에서까지 그렇지는 않죠. 같은 책이라도 처음 읽을 때와 두번째 읽을 때가 다릅니다. 그런데 독서량 및 장서량을 늘리는데 중점을 두어온 다치바나 다카시가 심도 있는 독서를 했으리라 보기는 어렵죠.
특히 이 책에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고전 문학에 대해 늘어놓는 "썰"들을 보면 그게 더 확연해집니다. 앞서 말했듯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나마 고전 문학의 가치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편인데 - 물론 이 사람이 생각하는 '고전'의 범위는 일반 독자들의 그것에 비해 좀 더 까다롭습니다만 - 그게 다분히 실용주의적이면서도 얄팍한 편입니다. 때론 정말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발견되고요. 대담자인 사토 마사루 또한 외교관 출신으로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관점에 거의 동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 제 옆에 이 책이 없어 상세한 사례를 들 수 없는게 아쉽습니다만.
더욱이 이 책에서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들은 문학이 아닌 논픽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일본 근현대사와 관계된 내용입니다. 그나마 한국 사회와는 썩 관계가 없어보이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일본 독자들에게라면 모를까 한국 독자들에게는 크게 의미를 갖기 어렵죠. 게다가 그 구성도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잡다한 지식들을 마구잡이로 풀어내는 형태라 엄밀하다고도, 세련되었다고도 보기 어렵지요. 요컨대 분명 대중서인데도 특정 전공자들을 제외한 한국인 독자들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왕에 했던 잡설들을 한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문학은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책덕후 두 사람의 자기 지식 늘어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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