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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4 《거장과 마르가리타》(2005) (6)
  2. 2010/01/10 《전우치》 (4)
예전에 학교에서 봤을 때는 2화까지밖에 보질 못하고 치워버린 작품이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제법 볼만하다. 마감에 쫓기는 와중에 본 탓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봤던 정품 DVD보다 오히려 외국 사이트에서 구했던 불법(...) 파일의 화질이 훨씬 좋기도 했고. 하지만 이상하게 자막이 나오질 않아서 자막 없이 그대로 봐야 했다. 물론 원작의 내용을 다 아니까 가능했던 선택이다.

다 보고 나니 예전에 가했던 혹평이 지나치게 성급한 평가였지 싶다. 물론 볼란드역 배우에게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고 예슈아 역 배우가 예수 수난극을 연기하는 사람 치고는 지나치게 생기 넘치는 점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줄만한 드라마다. 특히 흑마술 공연 장면이나 거장의 회상, 악마의 대무도회 따위는 상당히 잘 만든 장면이다.

물론 러시아에서 제작된 작품인만큼 소품이나 특수 효과 등에서 다소 빈티가 흐르기는 한다. 베헤못이 나오는 장면에서 가끔 고양이 분장 아래의 사람 손이 보이기도 할 정도니까. 그렇지만 러시아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가능해보였던 장면들도 있다. 원작에 나오는 과격한 묘사들을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그대로  재현해버린 골때리는 짓거리야 러시아가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말이다. 과연 대륙의 기상이라고나 할까. 

찾아보니 유투브에 영어 자막으로 자료가 올라왔길래 대무도회 장면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동영상에서는 1분 30초 뒤에야 대무도회가 시작된다.




원작 소설만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을 드라마에서 잘 살린 대목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는 컬러와 흑백이 번갈아가며 쓰인다. 당대의 모스크바 사회는 흑백 장면으로 그려지지만 초현실적인 장면들에는 컬러가 사용된다. 볼란드 일당이 보여주는 환상이나 예르샬라임의 모습, 거장의 회상 장면 등 따위 말이다. 특히 코로비예프가 주민조합장 니카노르 이바노비치를 내쫓은 후 볼란드와 이야기하는 와중에 볼란드의 방만 컬러로 나오는 장면이나 거장이 마르가리타를 햇빛 속에 세워놓고 그녀를 감상하는 모습 등은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소소한 명장면이다.

 


이 외에 배우들에 대한 품평이라면... 

거장역은 제법 잘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젊은 시절의 미하일 불가코프를 닮은 외모부터가 합격점을 줄만 하다. 하지만 마르가리타역은 영 별로다. 원작의 마르가리타보다 지나치게 예쁘기 때문이다. 원작에서의 묘사를 따른다면 마르가리타는 주름살까지 생긴 초췌한 외모였다가 아자젤로의 크림을 바른 후 젊음을 되찾아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크림을 바르기 전의 흑백 장면에서 더 예쁘장한 모습으로 나온다. 

볼란드 일당은 코로비예프/파곳을 제외하고는 죄다 별로다.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시키는 기운찬 악마여야 할 볼란드는 왠 힘없는 노인이 연기를 하고, 아자젤로는 깡마른 중년이 연기를 한게 무슨 《노스페라투》의 드라큘라 백작 같다. 헬라는... 허구헌날 벌거벗고 나오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예르샬라임에서는... 좀 더 멍청하고 초라한 인물이어야 할 예슈아 하-노츠리가 너무 똘망똘망한 인물로 나왔다. 요세프 카이파 대사장은 유대 민족주의자답게도 총독의 관저 내로 들어가길 거부하는 인물인데 어째서인지 이 드라마에서 빌라도 총독과의 대화는 관저 내에서 진행된다. 총독의 관저 전체를 찍기에는 제작비가 부족했던 걸까?

그 외에 인상 깊았던 점이라면 아마 경리부장 림스키인지를 맡았던 배우의 체중 감량 투혼(...). 처음 등장했을 때와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을 때의 모습이 정말 판이하게 달라서 기겁했었다. 

여튼 결론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팬이라면 대략 볼만한 드라마라는 이야기. 그러나 러시아의 열악한 제작 상황은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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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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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영화/음반 2010/01/10 09:28
전우치
감독 최동훈 (2009 / 한국)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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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상에서는 혹평, 주변에서는 호평이라 어떤 영화인가 궁금했었는데, 상당히 볼만한 영화이지 싶다. 이 영화의 매력은 상당 부분 강동원이 연기한 전우치라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강동원을 스크린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배우' 강동원을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전우치가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등의 대사를 내뱉을 때의 억양은 남사당패의 그것과도 유사해서, 캐릭터에 제법 많은 공을 들였지 싶었다. 이 영화에 미남 강동원은 없다. 기생오래비 전우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는 수사는 이 영화에 한해서만큼은 찬사로 받아들여져도 좋다.

전우치 외의 캐릭터가 이 외에도 뜯어볼 만한 대사들이 많다. 이를테면 '거문고갑에 활을 쏴라' 따위. 또한 초반의 임금 습격 장면에서 전우치가 '칼'에 대해 논할 때는 얼핏 『장자』「설검편」에 나오는 관념적인 칼에 대한 설명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모두가 모두 최동훈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동양고전에 대한 교양을 갖춘 독자들이 재밌어할 떡밥들을 많이 갖췄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물론 단점도 적지 않은 영화다. 전우치를 제외한 여러 캐릭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영 아쉽다. 물론 최대의 피해자라면 임수정이 연기했던 히로인, 과부/서인경일 터이다. 임수정이 이 역할을 두고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는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쉬워했다고 하는데, 그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캐릭터 자체가 영화와 어울리지 못한다. 졸지에 욕망덩어리의 악역이 되어버린 화담 서경덕(백윤식 분)도 가엾기는 마찬가지다. 화담이 『전우치전』에서 전우치 최대의 적으로 나오기야 하지만 화담은 황진이와의 전설로 더 유명하지 않은가. 전우치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다른 캐릭터를 죽였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캐릭터 조형을 실패한 듯도 보인다.

중간의 뜬금없는 급전개나 초반부의 엉성하기 그지 없는 액션 장면 따위도 걸리긴 마찬가지다. 급전개야 나중에 나올 감독판에서는 이걸 제대로 해명했으려나 모르겠는데, 초반부 액션 장면은 정말 답이 없다. 이쯤되면 재편집을 넘어 재촬영을 해야 할 수준이다.

이러한 단점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면 《전우치》를 즐겁게 보기란 상당히 어렵다. 물론 전우치라는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라 영화가 내려가기 전에 한 번 쯤 더 보고 싶기야 하다. 과연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 역시아서 보고 싶긴 하고. 하지만 추천 여부는 상당히 고민해봐야겠다. 취향을 워낙 많이 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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