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랑하는 4대 기서의 하나이자, 중국 3대 환상 소설 중 하나이다. 유·불·선의 3대 동양 철학이 완벽에 가깝게 어우러져 깊이를 더한다."
판작안에 실려 있는, 『서유기』에 대한 코멘트다. 정확히는 「벌거지 팬터지 목록」에 적혀 있던 멘트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다 읽고 나니 저 말이 참 새삼스럽다. 하기사, 주제는 유교에, 소재는 불교, 구성은 도교로 꾸며진 셈이니 제법 그럴싸한 말이지 싶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유기』가 그 세계관이나 캐릭터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이란 분명 대단한 것이지만, 감탄할 부분은 거기서 끝이라는 이야기다. 제아무리 훌륭한 설정과 캐릭터들이 있다 한들 '삼장법사 납치 - 손오공의 구출 시도 - 신(神)들의 마무리'의 원패턴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엔 질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설상가상으로 툭하면 신들이 나와서 손쉽게 일을 해결해주니 극적 긴장감이라는건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다. 요는, 아무리 참신한 설정과 기발한 캐릭터들이 있어도 가장 중요한 서사가 엉망이어서야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에서는 삼장법사 일행이 여행을 하는 '천축 원정기' 부분이 인기가 좋지만 중국에서는 그 전의 초기 부분이 외려 인기가 좋다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손오공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특히 사오정에 이르면 이건 숫제 짐꾼과 구분이 안될 지경이니, <날아라 슈퍼보드>의 그 개성넘치는 사오정을 봤던 입장에서는 저으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록 <삼국지>
중국 도교적 세계관의 방대함을 맛보고 싶다면, 차라리 『산해경』 같은 책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하루.
P. S.
그런데 왜 내가 진작에 때려치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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