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쓴지 제법 된 글입니다만 엔젤하이로나 이영도 카페, 혹은 모 블로그를 통해 이 게시물을 보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줄 압니다. 여전한 관심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최초 작성 시점에서도 십수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 와서는 사실 그 시의성을 많이 잃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당장 《어스시》시리즈가 완간되었고, 말 많던 『러브크래프트 전집』도 슬슬 출간되고 있으니까요. 토마스 말로리의 『아서왕의 죽음』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다 하니...
이 밖에 『반지의 제왕』을 내기 전에도 꽤 여러 권의 책을 냈던 '씨앗을뿌리는사람' 출판사를 당시 신생 출판사였던 것처럼 설명했다거나 이미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렸던 러브크래프트의 '저작권'을 운운한다거나 하는 등 소소한 오류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 와서 글을 몰래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치졸한 짓은 벌이지 않겠습니다만, 뒤늦게 이 글을 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이 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09. 09. 09



1. 황금가지의 영광

"장르 문학 관련 출판사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면서, 팬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은 어디일까요?" 

요는 '누가누가 장르문학계에서 짱먹고 있을까요?'쯤 되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후보군으로 제시할 수 있는 출판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라면 모를까, '활발한 활동량'과 '팬덤 내에서의 인지도' 두 가지 부분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출판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슬프게도. 다만, 가장 근접한 대답을 뽑는다면, 아무래도 《황금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겠지요.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우리네 팬덤들에게 있어 황금가지가 그저 단순히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정도의 평가를 듣는 것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팬덤이라는 사람들은 워낙에 깐깐하니까요. 과거 『실마릴리온』을 출간했던 모 출판사에 대해 톨킨 팬덤이 아직까지도 이를 갈아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은 출판사'라는 평을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짐작할만 합니다. 물론 황금가지는 '좋은 출판사'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곳입니다. 황금가지가 출간했던 작품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거의 나쁜 게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명성은 불가능하겠지요.

황금가지는 이영도(『드래곤 라자』)와 이수영(『귀환병 이야기』, 김민영(『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등의 좋은 작가들을 배출한 출판사이지만, 한편으로는 《황금 드래곤 문학상》과 《한·영 판타지문학 포럼》의 주최자이기도 합니다. 즉, 장르 팬덤 형성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러한 역할은 지금의 《행복한책읽기》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왕년의 황금가지 수준은 되지 못합니다. 공모전 역시, 소규모라면 출판사 단위로 간간히 열리곤 하지만 아무래도 황드에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드래곤 라자』와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같은 작품이라면 꼭 황금가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출간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황금 드래곤 문학상》같은 대형 기획은, 황금가지가 아닌 이상 그 어떤 출판사도 열지 못했겠지요.  때문에 황금가지의 위치란 각별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황금가지에 대한 팬덤들의 호의는 상당한 편입니다. 출판사 팬덤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장르문학에 한해서는 가장 큰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출판사라고까지 평할 수 있겠지요. 비교할 만한 대상이라면 시공사 정도일 텐데, 역시 시공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역시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이고요. 그런 까닭엔지 황금가지라는 출판사는 유독 다른 출판사에 비해 독자들에게 대단한 사랑을 받으며, 또 대단한 호응을 받는 것처럼 보이곤 합니다. (그리고 일정 부분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굉장히 좋은 출판사로 인식되곤 하지요.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2. 황금가지의 우울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황금가지의 '출판사로서의 능력'은 상당한 편입니다. 대형 출판사답게도 판타지, SF, 추리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된 책을 내주지요. 스포츠로 치면 어느 포지션을 맡아도 그럭저럭 잘 소화해내는 선수이고, 삼국지11로 치면 전스텟 85~90에 병과 속성은 죄다 A인 장수쯤 되는 셈입니다. 한 포지션은 기가 막히게 잘하지만 다른 포지션은 꽝인 친구에 비하면 아무래도 더 신뢰가 가겠지요. 하지만 팀을 꾸릴 때는 좀 사정이 다릅니다. 어설픈 올라운드 플레이어보다는 외려 한 포지션만 잘하는 선수들 다수를 끌어모으는게 훨씬 낫겠지요. 삼국지11에서는 한 특기만 가진 애들보다는 다양한 특기를 가진 장수들을 여럿 모으는게 나을 테고요. 즉,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실제 시장에서는 영 이상한 신세가 되기 쉽다는 겁니다. 문제는 황금가지 또한 이런 길을 걸었다는 것이지요.

황금가지가 책을 많이 내다 보니 개중에는 다른 출판사와 중복되는 책을 내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가장 유명한 『플레이보이 SF 걸작선』같은 앤솔러지에 수록된 단편들은 제하고 장편으로만 친다 해도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하필이면 그런 작품들이 대개 출간 시기마저 겹치다 보니 묘한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 전적을 살펴보자면 그저 '지못미'라는 거죠. 하필이면 그 사건들의 대부분이 2002년에 일어났다는 걸 감안할 때, 황금가지 편집진에 있어서 2002년은 정말 악몽같은 한 해로 기억되겠지요.

(1) J. R. R. 톨킨 - 반지의 제왕 (vs 씨앗을뿌리는사람)


2000년 말에 황금가지가 『반지의 제왕』을 번역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팬덤의 관심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작품이 갖는 이름값도 그랬지만 기존에 존재했던 예문판 『반지의 제왕』이 워낙에 끔찍스러웠기 때문에, 새로운 번역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지요. 한 해 전인 2000년에 황금가지가 《1회 황금 드래곤 문학상》을 개최함으로써 그 위명을 드높힌 바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했고요. 그 때문에 황금가지 측과 그 번역자가 져야 했던 부담감은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황금가지 웹사이트의 게시판에서 편집장이 '번역자가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죠.) 

아니나다를까,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오역으로 인해 낟세멘, 로오리엔 등에서 활동하는 골수 톨키니언들의 지탄을 사게 됩니다. 물론 '멘족'이라는 전설적인 오역을 남겼던 다솜판 『실마릴리온』에 비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목말라하던 팬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2% 정도 부족했던게 사실이죠. 거기다 나중에 개봉된 《반지의 제왕》이 개봉되었을 때 그 자막이 오역 시비에 오르면서 황금가지 판은 또 한 번(아니, 3부작이었으니까 세 번) 더 수모를 겪게 됩니다. 이미도 씨가 대사 번역에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을 참고하면서, 그 오류까지 그대로 답습했거든요. 

나중에 황금가지판 『반지의 제왕』의 출간 이후 황금가지가 저작권자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톨킨 작품의 판권이 《씨앗을뿌리는사람》 쪽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양 출판사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죠.

※ 씨앗판 출간 당시에 대한 씨앗을뿌리는사람 측의 회고

(전략)

 2002년 5월 경에 출판권 계약 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과정에서 민음사 측과 영국의 저작권사 측과 심한 갈등이 있었고, 그 결과 여러 출판사들의 경합 끝에 저희 출판사가 저작권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 출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완결 번역본을 준비하여 2002년 12월<반지의 제왕> 영화 제 2편이 상영되기 전인 11월 25일 경에 출간했는데,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황금가지(민음사)에서, 지난 겨울 시장에서 팔고 남은 재고 뿐만 아니라 계약 만료일 직전에 대량으로 찍어놓은 새로운 재고('재고'의 의미를 자사를 위해 선용한, 참으로 민음사다운 처사라 하겠습니다)까지 더해서 약 100만부에 가까운 책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하기 1주일 전에 시장에 풀어버렸습니다.... 하다못해 홈쇼핑에도 재고떨이라는 이름으로 팔아치웠죠. 그 결과 저희 출판사가 낸 <반지의 제왕>은 첫 항해부터 푸른 바다가 아닌 더러운 진흙 늪에서 헤메게 되었습니다. 저희 출판사가 출간하게 된 경위와 계약조건까지 악의적으로 부풀려져서 악성소문까지 나더군요(이 사건은 지금도 한국 출판계의 국제적인 스캔들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희 출판사의 판매량은 따라서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었고, 2003년도에 있었던 영화 제 3편의 흥행과 관계없이 시장의 혼탁한 충격이 지속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민음사판이 휩쓸어 만들어놓은 늪에 빠져버린 형국이었죠. 서점에 내놓은 책들이 민음사판과 뒤섞여 헤메다가 다시 반품되는 상황도 오래 지속되었습니다....2006년도까지 그 여파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2007년도에 새롭게 완전히 판형과 디자인을 일신해서 재출간하게 된 것이었고, 그 전의 초판본들은 모두 수거해서 정리해버렸습니다.

(후략)

※ 이에 대한 황금가지 측의 회고

본적으로 출판계에서는 저작권 계약을 한 출판사가 우선 협상한다는 관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가 재계약 때 계약금을 협상해서 금액을 다시 조절(서로 밀고 당기기)하고 그러죠. 그런데 당시에는 에이전시에 의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우선 협상 권리를 주지도 않고 모든 출판사에 일단 오픈시켰습니다. 반지의 제왕 성공 때문에 어떻게든 판권료를 높이려는 이유였죠. 이런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황금가지에서는 무척 기분이 상했고, 이 오퍼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재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게 15만 불에 톨킨 대부분의 작품 계약 조건이었고, 내부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죠.) 그리고 이런 사정을 안 다른 출판사들도 눈치를 보면서 오퍼를 참여하지 주저했는데, 한곳이 거액의 오퍼 금액을 들고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이건 씨앗 스스로의 선택을 탓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반지의 제왕은 제가 생각하기엔 200만 가까이 판매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더 소화되기 힘들었고, 또 계약금을 지나치게 높이 올리려는 데 대한 일종의 암묵적 항의 상태였는데 씨앗이 여러 상황 안 보고 뛰어든 거죠. (게다가 그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더군요 --;) 그런데  저 편집자 분이 어디서 듣고 저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지 모르지만 100만 부를 찍을 리도 없고 100만 부나 찍어서 창고에 둘 여력도 없는데 무슨 마치 거대 기업의 횡포라도 보는 거 같군요.

정확한 사실은 계약 종료일 이후부터는 더 찍을 수 없고, 1년간 더 팔 수 있는 권리를 줍니다. 그 1년간 남은 재고를 다 팔라는 거죠. 그때 재고가 20만 정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금가지는 그 남은 1년간 재고를 다 털어내려고 했고요. 그런데 그 1년 동안이 씨앗으로서는 악몽 같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던 기존 책을 어떻게 밀어내겠습니까. 게다가 민음사라는 거대 기업인데 서점들도 민음사 걸 위로 올려놓고요. 애초부터 쉬운 싸움이 아니었고요.

나중에 그쪽 사장님이 직접 회장님 찾아오셔서 사정을 얘기해서 일반적으로 출판사에서는 하지 않는 공문까지 보내 서점에 나가 있는 반지의 제왕 재고까지 다 거둬들이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20만 재고가 다 나갔냐고 한다면 그 남은 1년 동안 20만 부가 다 팔리지도 않았습니다.

참고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제목. 특허 황금가지가 현재 특허권까지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분은 별로 없죠 -_- 특허 번호도 있고 항의하는 곳과 오랜 소송(?) 끝에 따냈죠. 근데 사용하진 않네요 ^^;; 돈만 썼다고나 할까;; -_-;

씨앗판 『반지의 제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존 황금가지 판과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단 황금가지측은 전 6권짜리 반양장본을 출간하는데 만족했지만 씨앗 측은 전 7권짜리 반양장본(한권은 부록)과 전 3권짜리 양장본을 동시에 출간합니다. 또 황금가지가 (표지) 일러스트 원화가로 알란 리를 기용한 반면 씨앗판에서는 존 호우(=존 하우)를 기용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톨킨 일러스트 원화가로서는 최고 수준의 작가로서, 묘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걸 감안하면, 두 출판사 간의 긴장관계와 빗대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항이겠지요.) 가장 중요한 번역자의 경우, 씨앗판은 과거 예문판의 역자들이 번역을 맡았습니다. 때문에 씨앗판 번역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Strider'를 '성큼발이'라고 옮기는 식의 번역은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지요.

※ 위 문단은 실제 사실과 약간 다릅니다. (판갤러 파인로 씨의 제보)

황금가지 판 [반지의 제왕]의 표지는 존 호우의 작품입니다. 씨앗을뿌리는사람 판의 경우엔 약간 복잡합니다. 이 부분은 출판사 측의 답변을 인용하겠습니다. 

"예전에 출간했던<반지의 제왕>양장본에는 알란 리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었고 <실마릴리온>에는 테드 네이스미스의 일러스트가 사용됐습니다. 사륙판으로 재연출한 <반지의 제왕>에는 존 호우의 역동적인 일러스트를 표지에 실었는데, 현재 출간 예정인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양장본에는 아직 어떤 작가의 일러스트가 삽입될지 확정되지 않았어요. <실마릴리온>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첫 양장본과 같은 작가의 그림이 삽입될 수도 있겠지요. <반지의 제왕>양장본에 대한 정확한 일정이 나오면 홈페이지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씨앗판의 출간 당시에는 팬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여 두 판본의 우열을 쉽사리 가릴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씨앗판 쪽으로 승기가 기운 듯 합니다. 라이센스의 이전으로 인해 황금가지판이 더이상 출간되지 않는다는 것도 작용했겠지만, '성큼발이'식 번역에 팬덤이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씨앗판의 가치가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큰 요인으로 작용한 듯 합니다. 특히 '성큼발이'식 번역은 원저자인 J. R. R. 톨킨의 번역 지침에도 부합하는 것이었으니, 씨앗판 번역이 점점 더 인정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진짜 이유를 따지자면 씨앗을뿌리는사람들이 『반지의 제왕』출간 이후 보여줫던 성실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씨앗을뿌리는사람은 『반지의 제왕』을 출간한 이후로도 『호빗』, 『실마릴리온』등 톨킨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출간해왔습니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반지의 제왕』도 계속해서 개정판을 내는 등 관심을 잃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팬덤과의 대화를 지속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꾸준히 보여왔지요. 명실공히 '톨킨 전문 출판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작년에는 『반지의 제왕』합본 특별판을 제작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하여 톨킨 팬덤을 들뜨게 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씨앗을뿌리는사람이라는 출판사 자체가 톨킨의 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만든 곳이나 다름 없다 보니, 사실 어찌보면 황금가지 측보다《씨앗을뿌리는사람》이 팬덤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황금가지같은 대형 출판사에서야 씨앗을뿌리는사람처럼 '사장, 편집장, 번역자 등등이 죄다 팬덤' 같은 일은 벌어지기 어려울 테니까요.

(2) 아서 코난 도일 - 셜록 홈즈 전집 (vs 시간과공간사)

지금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황금가지에서 『셜록 홈즈 전집』의 번역을 기획하던 당시만 해도 추리 소설을 출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멘 땅에 헤딩하는' 일처럼 보이곤 했습니다. 『드래곤 라자』와 『반지의 제왕』이 흥행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쪽의 이야기고, 그 외의 장르는 상업적 가능성을 전혀 검증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때문에 추리 팬덤들은 황금가지가 셜록 홈즈를 번역하겠다고 나선 것을 - 반지의 제왕 때의 경험 때문에 조금 미심쩍기는 해도 - 열광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 2월, 신출내기 번역가였던 백영미 씨의 번역으로 출간 된 황금가지 판 『셜록 홈즈 전집』은 장르문학으로서는 '대박'이라 할만한 상업적 성과를 이루게 됩니다. 덕분에 업계 관계자나 팬덤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하죠.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고 하니... 이후 《시간과공간사》에서 출간된 『셜록 홈즈 전집』의 역자 정태원 씨 때문입니다.

사실 『셜록 홈즈』시리즈의 번역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정태원 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탁월한 추리 전문가이자 열광적인 셜로키언이기도 한 정태원 씨는 오래 전부터 『셜록 홈즈』시리즈의 번역을 희망하여, 90년대 초반에 이미 『셜록 홈즈』시리즈를 완역한 바 있었습니다. 헌데 문제는 이걸 출판해줄 출판사가 없었다는 사실. 결국 10년을 전전하던 원고는, 황금가지가 『셜록 홈즈전집』이 성공을 거둔 후에야 《시간과공간사》라는 작은 출판사를 통해 겨우 빛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추리 전문가가 작업한 원고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임에도 황금가지 측이 왜 굳이 신예 번역가를 기용하여 새로운 번역을 시도했는지는 그 이유가 확실치 않습니다. (라기보다는 제가 출판계 사정에 그다지 밝지 못합니다) 추측하자면, 정태원 씨의 원고가 직역을 선호하는(?) 황금가지 성향에는 그리 맞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정태원 씨는 그 본인이 『셜록 홈즈』시리즈의 굉장한 팬이어서, 그 번역에 들어간 정성이나 공력이 굉장한 편이었지만, 결정적으로 단어 선택력이나 문장력 같은게 괴악하기로 악평이 자자했었거든요. 정태원 씨와 같은 골수 팬덤 사이에서야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일반인이라면 아무래도 손 대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겠지요. 대신에 백영미 씨의 번역은 전문가나 팬덤으로서의 정성은 좀 떨어지는 반면 문장이 읽기 편했습니다. 황금가지가 『셜록 홈즈전집』을 기획하던 당시에는 팬덤보다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으니, 백영미 씨의 번역을 선호했던 것도 이해는 갑니다. 물론 골수 팬덤으로서는 어째 좀 아쉬워 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결국 이것이 현재까지도 팬덤 사이에서 '황금가지 vs 시간과공간사'의 논쟁이 끊이질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이런 뒷사정을 이해하고 난다면, 셜록 홈즈 판본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판본의 장단점이 너무나도 극명하니까요. 다만 셜로키언들은 아무래도 정태원 씨 쪽의 손을 더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문장력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소양과 팬덤으로서의 정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지요. 추리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되어있지 않다시피 했던 시절에 출간을 결정하여, 또 멋지게 성공시켰던 선구자적인 업적을 이뤄냈던 황금가지로서는 억울하다 싶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참고로 정태원 씨는 러브크래프트 전집 번역 출간을 추진했었는데, 몇몇 출판사들이 한 두 작품만 내보자는 선에서 발을 빼고 정태원씨는 전집 출간을 고집하는 바람에 번번히 기획 단계에서 파토가 나곤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되겠습니다만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황금가지에서 내려고 계획 중이죠.

 (3) 모리스 르블랑 - 아르센 뤼팽 전집(vs 까치)

2002년 3월, 황금가지는 셜록 홈즈 전집을 출간하기 시작한지 한 달밖에 안된 상황에서 아르센 뤼팽 전집을 출간하기 시작합니다. 헌데 셜록 홈즈 전집에 비해서는 여력을 쏟을 상황이 못되었는지... 여러 명의 번역자를 고용하여 동시에 번역을 진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괜찮은 역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편집 스케쥴이 상당히 급했던 모양인데, 어쨌든 뤼팽 팬덤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모양새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하필 황금가지가 불쌍하게 될 운명이었는지... 같은 달에 까치에서 성귀수 씨 번역으로 출간된 아르센 뤼팽 전집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아르센 뤼팽 전집이었던 겁니다!!

까치판이 '세계 최고'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닙니다. 기실 종전에 까치판만큼의 완성도를 갖고 있던 뤼팽 전집은 한국에는 물론 프랑스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까치판 『아르센 뤼팽전집』의 마지막 권인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때문입니다. 애초에 이 작품은 최초 출간 당시 편집 상의 실수로 인해 연재분 1회 분량이 빠진 상태로 출간되고 말았던 탓에, 최근까지도 완전한 상태로 출간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귀수 씨가 그 누락된 분량을 발굴해내어 세계 최초로 완전한 형태의 작품을 출간해내게 됩니다. 이 성과에 대해 성귀수 씨 본인은 이렇게 자평하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2003.12.23)

-- 전집 완역의 의의나 성과를 꼽는다면.

▲프랑스에서도 완벽하게 소개된 적이 없는 뤼팽 시리즈의 최후 작품 "아르펜 뤼팽의 수 십억 달러"를 세계 최초로 완역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최대 성과다. 이 작품은 모리스 르블랑이 죽기 2년전 「로토(L"Auto)」라는 잡지에 한 달여 동안 연재해 1941년 단행본으로 출간됐으나 편집상의 실수로 중간 한 회 연재분 에피소드가 누락됐다. 1987년판 뤼팽 전집에도 빠졌던 것을 해당 잡지사에 근무했던 뤼팽 연구가를 통해 자료를 입수함으로써 이번에 완역하게 됐다. 그 뤼팽 연구가는 "누락된 작품까지 포함해 완벽한 뤼팽 시리즈를 복원해낸 나 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뤼팽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05년 발간할 예정인 "아르펜 뤼팽 연구서"에 한국의 까치사가 발간한 전집을 소개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리스 르블랑의 희곡 "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도 이번 전집의 마지막 권에 실렸다.

이후 황금가지 측에서는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의 출간을 포기하였고, 그 때문에 까치판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었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번역자 성귀수 씨가 본래 『아르센 뤼팽』시리즈의 팬덤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 개인적으로 뤼팽 시리즈에 흥미를 갖고 있었나. 

▲번역 전에는 보통사람 수준의 관심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추리소설 등 장르 문학의 마니아들은 지독한 책벌레들이 많다. 원서로 읽는 그들의 감식안이 두려워 무척 긴장하면서 작업했다. 번역하면서 뤼팽과 관련해 최고 지식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국내외에서 나온 연구서와 프랑스 공공도서관의 자료들을 섭렵했다.

위에 소개했던 셜록 홈즈 전집의 경우처럼 '전문가 vs 일반인'의 구도라면 맞서는 '일반인' 번역가 쪽에게도 약간의 변명거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헌데 성귀수 씨의 경우는 애초에 팬덤이질 않았으면서도 어느 전문가 이상의 탁월한 번역을 해낸 거죠. 까치판과 황금가지판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황금가지가 어떤 변명을 삼기는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성귀수 씨의 문장은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추리 팬덤은 물론이고 일반인에게조차도 황금가지판 『아르센 뤼팽 전집』은 철저하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4) 애거서 크리스티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vs 해문)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황금가지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출간하기로 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의아한 일이었습니다. 1,2,3차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른 전집들은 모두 기존에 번역작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했다 하더라도 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조금 달랐죠. 해문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비록 80년대 후반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 고리타분한 - 번역인데다 해적판이기는 했어도, 그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셜록 홈즈 전집의 반응이 꽤 좋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추리소설 시장이 활성화되어있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즉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출간한다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나싶었던 것이지요. 저야 어떻게 생각하건 황금가지 쪽에서는 어쨌든 정식 계약을 맺고 차근차근 책을 출판해 나갑니다. 그런데...

해문출판사가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를 발간했습니다!!

...

단, 이번의 출간은 정식으로 해문출판사가 판권을 취득하여 낸 책이었습니다만 황금가지 측으로서는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지요. 설상가상으로 황금가지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해문이 좋은 것 같아' 어택에 당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 팬덤에게는 영 탐탁찮다는 평가를 받는, 어째 좀 안습스런 결과를 연출합니다. 절판되었다곤 해도 진작에 완간되어 있는 해문판 전집과는 달리 2002년에 출간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출간중'이라는게 애거서 크리스티 팬덤에게는 못마땅하게 받아들여졌던 듯 합니다. 여하간, 이번만큼은 딱히 황금가지 측이 패했다고 하기도, 잘못했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정식 출간이라는 것의 의미도 적지 않은 데다 황금가지판에서는 예문판에서 다루지 않았던 작품도 수록하고 있는만큼(1권의 단편들이 그렇습니다) 황금가지 측의 패배를 선언해버리면 황금가지 측이 충분히 억울해할만 하지요.

※ 이에 대한 황금가지의 회고

거서 크리스티 경우는 이건 좀 문제가 있죠. 해문에게는 현재 무제한 출간 계약이 성사되어 있습니다. 이건 독점 계약을 준다는 줄 알고 있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죠. 황금가지는 기본적인 출간 기한이 있고, 계약 기한이 있지만 제가 알기로는 해문은 그야말로 아주 좋은 계약이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십 권을 짧은 기간 이내에 출간해야 하는 조항까지 있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번역자에게(일급 번역자 포함) 나눠 급히 번역시키고 거액을 들이고 급한 진행 때문에 평가까지 상대적으로 안 좋은 거죠. 게다가 지금도 여전히 여러 계약 등을 들어 괴롭혀 오고 있답니다.

책의 앞권들은 시장에서 비등하게, 꽤 수익이 좋은 편이지만 20권 이후로는 안습의 극치더군요. 쩝. 뭐 좌우지간 저도 이거 계약 당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자세한 사항은 올해 제가 모든 권한을 쥐면서 파악되었지요. 이런 게 한두 개여야지 orz

3. 황금가지의 낚시

앞서 소개된 경우는 황금가지 측에서 준비한 거대기획들이 군소출판사의 파상공격(?)에 무너진 경우에 해당합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의 출간이 모두 2001년에서 2002년 사이에 시작된 것도 어찌보면 그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겠지요. 장르문학계에서는 이상하게도 거대 출판 자본보다 (해당 장르에 대한 사랑이 더 짙기 마련인) 군소 출판사에 의한 작품이 보다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으니 황금가지의 '굴욕'들도 어찌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긴 합니다. 동서문화사도 비록 중역이라곤 해도 다방면에서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지만 동서판『반지의 제왕』은 예문판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고, 다솜미디어판 『실마릴리온』은 팬덤이 차라리 흑역사로 남길 원하는 판이니 말 다 했지요. (벌거지님의 회고에 따르면 1999년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SF 팬덤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SF 도서전" 부스를 열자 다솜미디어 쪽에서 나온 사람이 "왜 실마릴리온은 전시하지 않느냐"며 시비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무지함은 그렇다 쳐도 도대체 무슨 심산인가 싶을 수밖에 없지요)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황금가지를 동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챕터에서 소개되는 경우는 여지없이 황금가지가 한 소리 들어먹어야 하는 사례들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경우는 일단 3작품이 있습니다.

(1) H. P. 러브크래프트 - 러브크래프트 선집

H. P. 러브크래프트의 장르문학사적 위치를 설명할 때 간혹 격언처럼 사용되는 말이 있습니다. "빛의 톨킨, 암흑의 러브크래프트"라는 것이지요. 그만큼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가치는 남다른 것이었지요. 기존에도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번역이 존재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중역본(동서문화사)이나 아동용(동림출판사)으로 조악하게 번역된 것이었기에 판타지 팬덤의 성에 차지는 않았었죠. 이에 황금가지에서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정진영 씨의 번역으로 정식 출간하겠다고 나서게 됩니다. 비록 정진영 씨가 스티븐 킹의 <It>에서 보여준 능력이 다소 못 미덥기는 했지만, 출간 결정 자체는 당연히 환영할만한 것이었지요. 그 때가 2003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나도록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출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2006년에 기획자가 황금가지를 퇴사하면서 출간 가능 여부까지도 불투명해지고 말았죠. 올해 8월에 출간된다고 했다가 결국 내년 중에 출간되는 것으로 미뤘는데 언제나 출간될런지.
현재는 전집 1,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 어슐러 K. 르 귄 - 어스시의 마법사 5,6권

황금가지에서는 2002년 11월, 『어스시의 마법사』를 발매하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2권까지 동시 발간했기 때문에 어쨌든 끝까지 출간은 해주지 않을까 다들 기대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예상을 깨고 3권 출간이 2004년 3월로 미뤄지게 되더니 급기야 2006년에는 『어스시의 마법사』4권을 출간하면서 판형 자체를 바꿔버리기에 이릅니다. 당연히 기존에 출간되었던 1,2,3권도 신판으로 교체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사건이었지만 다행히 황금가지가 구판본을 신판본으로 바꿔주겠다고 함으로써 똑같은 책을 두 권 구입해야 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5,6권의 출간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는 상황이죠. 어떤 팬이 황금가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어스시의 마법사』출간 일정에 대해 물었다가 다른 팬에 의해 "그런거 말고 『드래곤 라자』10주년 기념판이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도 있긴 합니다.

4권의 출간을 준비하던 와중에는 독립된 전집이 아닌 환상문학전집의 일부로나마 어슐러 K. 르 귄의 다른 작품들(『로캐넌의 세계』나 『유배 행성』등)을 출간해왔기 때문에 군말이 없었지만 5,6권의 출간 지연에 대해서는 여러 모로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그저 하루 빨리 책을 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가 연중한 것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중도에 끊겨버리면 (그것도 멀쩡히 잘 영업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요.

※ 현재는 완간되었습니다.
 (3) 토마스 말로리 - 아서왕의 죽음

『아서왕의 죽음』에 대해서는 제가 과거 올린 적 있는 모 추천 도서 목록에서 소개하기도 했으니 혹시 출간 예정 소식을 접한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토마스 말로리의 『아서왕의 죽음』은 아서왕 전설의 영국판 최종 버전이며, 사실상 아서왕 전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걸작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토마스 불핀치가 축약한 버전(이 역시 『아서왕의 죽음』이란 제목입니다)이 들어와 있지만 정작 토마스 말로리의 원전은 들어와 있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2005년, 연세대 이상섭 교수에 의해 드디어 원전이 완역되기에 이릅니다. 이에 황금가지에서는 출간일정만 잡으면 된다고 야심차게 선언한 상황이었지요. (『아서왕 이야기』라고 가제도 잡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현재까지도 『아서왕의 죽음』은 출간되지 못한 상황이지요. 물론 이해는 갑니다. 신화/중세 관련 서적이라는게 그렇게 잘 팔리는 책은 아니니까요. (저만 해도 작년인 2007년에 모 인터넷 서점에서 『샤를마뉴황제의 전설』을 구입했더니 생뚱맞게도 98년 초판이 날아오는걸 보고 기겁했던 적이 있습니다.)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도 본래 뮈토스라는 출판사에서 『아서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다가 출판사가 부도난 뒤에 다른 출판사(북스피어)에서 겨우 완간될 수 있었던 일화를 생각해보면 많이 망설여질법 하지요.

그러나 기왕에 기획이 이루어졌고, 또 번역까지 다 이루어진 상황에서 책이 출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나오기만 한다면 황금가지로서도 보기 드물게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저작일 텐데 공익성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빨리 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 현재는 민음사 쪽으로 넘아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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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후기를 쓸 생각은 없었는데 기왕에 써놓은 분량을 보니 도저히 쓰진 않을 수 없게 되었군요. 애초에는 A4 반페이지 정도로 간략하게 쓰려던 것이 A4 8페이지 분량(약 11,000자)으로 불었으니...

짧은 분량에 걸맞게 그냥 우스갯소리 삼아 "황금가지의 흑역사를 뒤져보자"고 썼던 것이 어째 황금가지의 치부(!)를 후벼파는 듯한 글이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저는 황금가지 측에 별 악감정이 없습니다. 일단 저도 이영도 씨의 팬이거든요. 좀비를 자처하는 사람 치고 황금가지를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죠. :)

그나저나 황금가지에서는 어서 좋은 책들을 많이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왕년에 <황금 드래곤 문학상>을 기획하던 시절의 정성을 기대할 순 없다손 치더라도 전집 등의 대형 기획에서 실패를 하거나 좋은 책의 원고를 거의 다 묵혀두고 있으니...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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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접속하고 보니 리퍼러에 똑같은 주소가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확인해 보니 네이버의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였다. 예전에 썼던 황금가지 이야기를 누군가가 해당 카페에 옮겨놨던 모양. 링크를 타고 가 보니 글 쓴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망해할만한 반응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었다. 글쎄... 사실 그 반응 자체는 예상했던 바다. 장르문학계의 큰손인 황금가지에 대해 이래저래 안좋은 소리들을 써놨으니 그 팬들 입장에서 좋은 말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