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기에는 좀 빈약하지 않나 싶은데, 지난 두달간 워낙에 책을 사재껴댄 탓이 크다. (참고 : 1월을 위한 책) 사실은 책이 좀 덜 오기도 했는데, 주말을 끼고 오는 통에 그에 대해서는 월요일에나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읽기 전에 쓰는 글이라지만 실물을 보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실물을!)
1. 유종호, 시란 무엇인가(민음사)
개인적으로는 유종호 교수가 김현만큼이나 소중한 평론가이다. 그는 대학 신입생 시절의 내게, 문학에 대한 가르침을 내리는 몇 안되는 평론가였던 것이다. 나는 김현을 통해 소설을 배웠고, 유종호를 통해 시를 배웠다. 허나 그런 것 치고는 지나치게 뒤늦은 구매가 아닌가도 싶다. 민음사에서 낸 유종호 전집이 있었건만, 내가 두어해간 관심을 주지 못한 사이에 절판되어버렸던 것이다. (한동안 내 메신저 닉네임이 민음사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주문할 때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펼쳐놓고 보니 책에 가장 먼저 실려 있는 글(「주체적 독자를 위하여」)은 나로서도 퍽 익숙한 글이었다. 내가 평론가 유종호를 처음 만났던 글이었던 것이다.
2. 김수영, 김수영 전집 2 : 산문(민음사)
재작년 생일 때 동아리 선배로부터 <김수영 전집 1 : 시>을 받았었다. 간만의 책 선물이라 반가워하면서도 내심 산문 편이 아닌 것을 아쉬워했었는데, - 역시나 시는 어렵다! - 결국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산문 편을 구입한 것이다. 막 도착한 것이라 자세히 보진 못하고 말미의 「'불온성'에 대한 비과학적인 억측」만 대강 훑는데, 첫 머리에 박힌 명제가 확 하고 와닿는다.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 전의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에서 나왔던 것인데, 깊이 음미해볼만한 대목이다.
3. 김 현,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문학과지성사)
구매 사유만 놓고 보자면 <시란 무엇인가>에서 했던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소리들을 하게 되리라. 차이가 있다면,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에 대해 쓰기가 좀 더 까다롭다는 것 뿐이다. 그것은 내가 「한국 문학의 위상」을 이미 다른 책으로 갖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내가 그저 김현의 글을 읽고 싶어했다면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문학사회학>만을 샀어도 충분한 일이었으리라. 더욱이 가격대만 보자면 이 쪽이 훨씬 더 저렴한 것이다) 말하자면 멀쩡히 돈 아낄 수 있는 것을 두고 부러 비싼 선택을 한 셈인데, 별로 아깝지는 않다. 애초에 '팬'이라는 작자들의 심리는 경제적 합리성만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것 아니던가.
「문학사회학」챕터를 조금 읽다 생각이 든 것인데, 어쩌면 나는 그냥 국어국문과로 진학하는 것이 더 나았었을지도 모르겠다. 문학사회학은, 문학으로서 문·사·철을 꿰뚫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매력적인 분야가 아닌가!
4.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로마가 만든 영웅들(숲 : 천병희 역)
편역인 것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그리스·라틴 문학을 원전으로 번역해주는 이는 천병희 선생 한 분 뿐이니 이나마도 감지덕지할 일이긴 하지만. 이번 권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마르쿠스 카토 전」
「티베리우스 그락쿠스 전」
「가이유스 그락쿠스 전」
「카이사르 전」
「안토니우스 전」
이다. 역시 가장 기대되는 거라면 카이사르 편.
5. 모리 카오루, 엠마 8-9(북박스 : 김완 역)

엠마 본편(1-7권)을 상당히 인상깊게 봤었다. 작품이 주되게 사용하고 있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은 이라는 소재는 퍽 낡은 것이지만, 19세기 영국이라는 배경 아래서는 제법 근사하게 어울린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온전히 사랑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시대는 그 때 뿐이리라.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말 그대로의 판타지가 되고, 현대로 올라오면 통속극이 되어버릴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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