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에 《판타스틱》에 대한 글을 썼었다. 그러고 난 2주쯤 뒤에 《판타스틱》이 휴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블로그에 상당히 냉소적인 글을 썼고 사석에서야 "이렇게 할 거면 빨리 망하는 편이 낫다"라는 둥의 극언도 내뱉곤 했었지만, 막상 그 소식을 듣고 나니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그런데 요새는 아예 폐가뇐다는 말까지 도는 모양이다. 휴간 소식이 비공개 게시판을 중심으로 돌던 것과는 달리 폐간 소식은 트위터 같은 공개 게시판에서도 언급될 정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간만에 판타스틱 홈펭지/블로그에 가봤으나 죄다 2010년 1월 이후 기능이 정지된 상태. ...뭐냐, 이거?

일단 루머(?)에 따라 폐간이 확정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어찌 된 일일까. 시공사가 페이퍼하우스로부터 《판타스틱》을 인수한지 고작 석달만이다. 시공사가 원래도 사업 철수로 유명한 회사긴 했지만 이건 좀 이상할 정도다. 시공사 경영진의 인내심이 예전에 비해 악화된 것이 아니라면 《판타스틱》의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자본의 문제이건, 내부 역량의 문제이건.

《판타스틱》은 망할 수도 있고 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망한다면 망할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망했을 테고, 망하지 않고 버틴다 해도 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위기는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판타스틱이 휴간된다 만다 하는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은가. 상황 자체는 그 때와 다르지 않고, 별 일이 없다면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번처럼 이번 위기 또한 어찌어찌 버텨낸다 해도 다음에 같은 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때가서도 이번만 버텨주길 간절히 기도나 할 셈인가. 그보다 필요한 건,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의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이다. 

장르문학 잡지는 어떠한 성격을 갖춰야 하는가, 판타스틱은 그러한 성격에 충실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요컨대 '판타스틱의 폐간을 장르문학진영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조악한 비유이긴 하지만 소련(국가사회주의)의 패망을 거의 모두가 사회주의 전체의 실패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판타스틱》에 대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거다. 그 잡지의 문제를 곧 장르문학의 문제로 연결시켜서 '역시 장르문학 잡지는 안된다'는 식의 헛소리가 반드시 제기되지 않을까. 판타스틱이 장르문학 잡ㅈ지로서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서 장르문학 독자들이 판타스틱을 안사줘서 망했다는 식의 - 애국심 마케팅과도 유사한 - 개드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판타스틱》에 대한 분석은 필요하다.

그래도 뭐 《판타스틱》 쪽에서 무슨 공식 발표를 해야 이야기가 되지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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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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