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릴 없이 위키피디아를 떠돌다가 발견한 가십.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작가인 미하일 불가코프와 관련된 이야기다. 사실은 판갤에 '개독교' 관련 떡밥이 나돌길래 올렸던 자료인데, 북시 위키에도 올려볼 요량으로 겸사겸사 썼으니 블로그에도 저장 차원에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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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러시아 최고의 환상 소설가라는 평가까지 받는 미하일 불가코프는 사실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해 소련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소련 내에서 거의 금기시되는 작가였다. 이는 그가 소련 체제에 대한 강렬한 풍자를 담은 작품들을 워낙에 많이 썼던 까닭인데,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거장과 마르가리타』도 예외는 아니다. 모스크바 시내에 악마가 출현하여 온갖 소동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사실 소련 체제에 대한 풍자만이 아니라, 당시 소련 문단에 만연한 리얼리즘 중시 풍조 때문에라도 악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루마니아에서도 챠우세스쿠 정권 초기에 『드라큘라』가 허무맹랑한 작품으로 낙인찍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물론 『드라큘라』가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라는 게 밝혀진 뒤에는 독재 정권의 태도도 달라졌지만.)

어쨌든 시대가 달라진 뒤의 러시아에서는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에 원작자 미하일 불가코프가 살았던 아파트가 일종의 성지로 떠올랐다. (이 아파트는 작중 악마, 볼란드가 머물렀던 집의 모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곳을 성지로 여긴 집단이 팬들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모스크바에 소재한 악마주의 단체의 관심도 모았고, 결국 원래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고급 아파트였던 미하일 불가코프의 집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팬들과 '사탄주의자'들이 매일 같이 몰려와 분탕질을 쳐대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3년에 완전히 씻어내고 하얀색으로 다시 도색하긴 했지만, 그들이 벽에다 하도 낙서와 그래피티, 그림 따위를 남기는 바람에 몇 번이나 페인트칠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대로는 좀 곤란했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의 주민들은 아예 불가코프의 집을 정식 박물관으로 개장하길 원했고, 불가코프의 팬들도 90년대 초반부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단을 만들어 자금을 모았다. 문제는 건물주와의 협상이 영 시원찮았다는 점이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와중에 전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2006년 12월 22일, 인근 주민인 알렉산더 모로조프라는 주민이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사탄의 프로파간다가 분명하다며 이 집에 테러를 가했던 것이다. (위키피디아에는 vandalize라고 표현) 이 사건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07년 4월 결국 이 집을 토대로 공식적인 미하일 불가코프 박물관이 개설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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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불가코프 팬 사이트에서 찾아낸 미하일 불가코프 박물관 (모스크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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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어떤 분에게서 들은 썰을 풀어보자면...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판권 상태는 약간 이상한 형국이다. 원작자인 미하일 불가코프가 1940년대에 사망한 후 이 소설의 판권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세번째 부인(여주인공 마르가리타의 모델)이 소유해왔다. 66년에 출간된 복간본도 이 부인의 감수본인데, 문제는 이 부인이 사망한 뒤인 1995년에 이 작품의 영화판이 제작되면서부터였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자 갑자기 이 부인의 먼 친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영화 감독과 제작사에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그를 저작권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소송까지 벌어졌는데, 결국 재판부에서는 문제의 사람에게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현재의 저작권은 원작자가 생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에게 넘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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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을 풀다 보니 러시아 여행도 한번쯤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ㅈㅇ님 말씀으로는 어딜 가나 수도는 인심이 훨씬 각박하기 마련이라고 하시지만 미하일 불가코프의 공식 박물관은 모스크바에 있으니. 키예프의 생가에 박물관이 하나 더 있다고는 하나 볼란드가 살았던 집의 모델이라는 곳이 따로 존재하는 바에야 다른 박물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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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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