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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공부가 잘 되지 않으니 기분전환 삼아 서평이라도 써야겠다. 전체적으로는 판갤에 올렸던 글(링크)이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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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별뜨기에 관하여」
이영도의 SF 소설을 읽고는 한번도 만족해본 적이 없다. SF계의 클리셰들을 많이 가져다 쓴 티가 나서... (그나마 듀나처럼 클리셰를 잘 써먹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헤인 연대기》의 '연맹'을 연상시키는 조직에다가 앤시블까지 등장하던데, 이건 아무리 봐도 어슐러 K. 르 귄의 영향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이영도가 SF쪽에서는 아직 자기 색을 모찾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듀나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표제작. 듀나 이름값이 아니면 그리 나쁘지 않은 단편이기야 한데... 마이크 레스닉의 「늙은 신들의 죽음」과 비슷하게 흘러가려나 싶더니 결말이 조금 어처구니 없게 끝나서 기분이 상했었다. 우주인 중 한 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다른 한 명을 위한 캐릭터였으리라. 자기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독백이라면 영 꼴이 이상하니까.
임태운「채널」
재미없다. 대사도 그렇고 문장도 그렇고... 임태운 소설의 재미는 별 것 아닌 플롯을 재치있는 대사와 설명으로 맛깔나게 버무린다는 건데 이렇게 건성이어서야 곤란하다. 작가에겐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대강 쓴 느낌이라 해야 하나. 전체적으로 좀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데커드' 형사는... 필립 딕일까, 로봇수사대 K캅스일까?
송경아「하나를 위한 하루」
스토리야 별 것 없고 캐릭터에 기대는 소설인데...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형'의 성격이 그닥 일관되질 못하다. 권위적인듯 했다가 다정하고, 군림하는 듯 하다가도 그렇지 않고... 캐릭터의 성격이 변한다는게 아니라 그냥 튄다는 이야기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반부는 정말 괜찮은데 후반부가 별로. 엔딩도 거기서 끝맺어질 시점은 아니었다. 기왕 쓸 거라면 차라리 더 길게 이어가는게 나았을 텐데.
설인효「진짜 죽음」
총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황 설정, 캐릭터들의 행동 양상, 결말 맺는 방식 등등... 임태운의 단편 이상으로 안일한 작품이다. 이 책 읽을 분들은 그냥 건너 뛰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노기욱「소울메이트」
'과학이 당신의 사랑까지 해결해드리겠다!' 처음부터 이런 식의 프레이즈가 나오는 작품은 대개 결말도 결정되기 마련. 과연 기계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확인하면서 끝난다. 나야 이런 결말을 그다지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 결말을 끌어내는 방식은 좀 더 정교해야 했다.
판갤에서 이 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누군가가 이 단편의 기반이 된 너비아니 씨의 엽편을 보여주었는데, 그 엽편 쪽의 완성도가 더 높았다. 좀 어거지로 끼어든다 싶었던 마지막 부분도 이 엽편에 실린 문단을 그대로 실으려다 보니 그리 되었던 모양. 또 너비아니씨는 '내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동치성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한번쯤 나왔어야 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판갤에서 이 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누군가가 이 단편의 기반이 된 너비아니 씨의 엽편을 보여주었는데, 그 엽편 쪽의 완성도가 더 높았다. 좀 어거지로 끼어든다 싶었던 마지막 부분도 이 엽편에 실린 문단을 그대로 실으려다 보니 그리 되었던 모양. 또 너비아니씨는 '내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동치성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한번쯤 나왔어야 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김보영「0과 1 사이」
같은 앤솔러지에 실린 작품 중 가히 최고 걸작. 이 작품이 실렸다는 것만으로도 이 앤솔러지는 값을 한다. 커트 보네거트나 테드 창이 이미 비슷한 소재로 작품을 내긴 했지만, 그들의 소설에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렇게 압도적인 비교 대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 자체가 경이적인 일이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문장들로 가득찬 좋은 작품.
'나는 아이들에게 너희 때가 좋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거야.
그 시절이 좋았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너희 나이 때엔 다 그런 거라는 말도,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말도 하지 않겠어. 내게 그 말을 '하지 않는' 어른이 아무도 없다면, 그럴 수 있는 어른이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다면, 내가 나이를 먹고 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어. 그 말에 담긴 무심함과 비겁함을, 어리석음을 아는 어른이 되겠어.
- 김보영「0과 1 사이」 中
이런 위로를 듣고서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몽 「차이니스 와이너리」
괜찮은 작품이긴 한데... 뒷심이 많이 부족하다. 주인공이 귀국한 후를 좀 더 상세하게 풀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급하게 끝맺어버린 느낌이다. 마감에 쫓기기라도 했던 걸까?
김선우「양치기의 달」
고백하건데, 김선우의 소설은 단 한번도 만족스럽게 읽은 적이 없다. 그래도 이 소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지만. 외계 행성에서의 탐험을 다룬 소설에서는 독자가 실존하지도 않는 그 세계에 관심 가질만한 이유를 부여해야 하기 마련이다. 어슐러 K. 르 귄의 『로캐넌의 세계』가 걸작이란 소릴 듣는 건 그런 작업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냈기 때문이고. 그런데 이 소설이 그런 작업에 성공했는지는 상당히 미지수. 한마디로 거기 사는 사람들이 어떤 인종인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 주인공도 영 매력적이지 않고. 생판 처음 만난 소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그리 쉽게 확신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주인공이 절망하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 끼워맞춘 장면인듯 싶다. 그래서야 설득력은 떨어지고, 공감도 되지 않는다.
백상준「우주복」
처음 보는 작가이긴 한데... 나쁘진 않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로캐넌의 세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물론 표절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썩 독창적이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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