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북 페스티발 참관(?) 후기. SF&판타지 도서관 측에서 주최한 장르문학 관련 행사에 거울이 공동참여 비슷무리하게 끼면서 자원봉사자를 모으시길래 19일 하루 다녀온 참이다. 사실 그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 텐데... (나는 '책' 구매에 있어서만큼은 도무지 자제력이라는게 없다!)

10시 반쯤 도착해보니 거울 편집장님이 계셨고, 부스는 이미 다 차려진 뒤였다. 혼자 차리셨냐고 여쭤보니 이미 SF&판타지 도서관 측에서 부스를 차렸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도서관장이신 표도기님 혼자 부스를 다 꾸미셨다는 모양이다. (심지어, 도서관의 부스는 다른 출판사 부스의 세 배 정도 넓었다. 도대체 어떤 수완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짐을 옮기고 판매대에 가격표를 붙이는 정도를 제외하면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오전 대부분의 시간은 편집장님과 잡담을 하며 보냈다. 장르문학 이야기, 거울 사람들, 『누군가를 만났어』에 얽힌 뒷사연(?) 등등. 

점심 때는 약간 늦게 오신 도서관장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하지만 한적한 부스에서는 여전히 할 일이 없었고(...) 결국 오후 시간의 대부분은 잡담으로 떼워졌다. 끝없는 노가리, 노가리... 

물론 그 와중에 다른 출판사 부스를 돌다 오기도 했다. 정확하게는 두 번이었는데, 한번은 그냥 나 혼자 돌면서 책을 사온 것이고, 그 다음은 거울 편집장님과 함께 장르문학 관련 출판사 부스에 거울 책들을 선물하고 온 길이었다. 특히 두번째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름 장르문학 관련 서적을 많이 냈다는 곳만 골라서 갔음에도 불구하고 '환상문학웹진 거울'이라는 곳을 아는 출판사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ㅂ모 출판사에서는 좀 더 좋은 반응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마저도 영 신통치 않았으니. 요즘들어 '이 바닥'에서 거울이 좀 알려진 것 같아도, 반발짜국만 넘으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편집장님의 말씀이 맞았다. 정말 좋은 자극이었다.

그 외에는... 사실 전시회나 책 판매보다는 아는 사람 만나러 간 자리였다고 하는게 더 맞겠다. 중간에 편집장님 동생분이 왔다 가시기도 했고 그보다 더 늦게는 편집장님 친구인 거울 애독자분, oz님, 권님, 유로스님이 오셨다. 정말 오랜만에 본 수오씨도. 수오씨의 경우는 정말 예상치 못한 만남이라 더욱 반가웠다. 여하간 오후 늦게 오신 분들 덕분에 끝나기 두어시간 전부터는 부스에 활기가 넘쳤다. (정말이다! 책도 이 때 많이 팔렸으니까.)

끝난 후에는 편집장님의 제안으로 뒷풀이 자리를 가졌다. 장소는 생맥주가 맛있는 '바닥'. (위치는 나조차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쉬웠으니 나중에 한번 아는 사람들과 가도 괜찮겠다 싶었다) 여기서도 끝없이 나오는 장르문학 관련 이야기...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정말 눈물나도록 행복한 자리였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에서 장르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만한 사람들을 만난다는게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는가 말이다. 이 날 자리가  가게 문 닫는 시간인 새벽 3시까지 이어진걸 보면 다른 분들도 그만큼이나 즐거웠다는 이야기 아닐까. (중간에 편집장님이 "전철 안끊겼나요?"하고 물으셨으나 그 때까지 생존해있던 나와 유로스님에게서 "진작 끊겼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으하하!)

그 때 나온 이야기 중 『뱀파이어 연대기』와 「오멜라스의 사람들」,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뱀파이어 연대기』는 보통은 시리즈의 첫 작품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최고의 작품으로 치고, 후속작으로 갈수록 평가를 박하게 주기 마련인데 편집장님은 번역된 책 중 마지막 권인 『악마 멤노크』를 가장 재미있게 읽으셨댄다. 작가가 더이상 레스타로는 책을 내고 싶지 않다고 했던게 이해될 정도로, 시리즈 내에서는 최절정을 찍은 책이 아닐까- 하는 정도까지 말씀하셨는데, 좀 의외지 싶다. 그 정도까지 추천하시니 나중에 시리즈를 좀 훑어봐도 괜찮겠지 싶다. 나도 그 시리즈를 다 읽은 건 아니었으니.

다른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연관되서 나왔다. 먼저 「오멜라스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내가 그 작품보다는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에 나오는 모 마을에 대한 묘사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 게 발단이 되어 이야기가 이어졌다. '오멜라스' 사람들은 그들이 직접적인 가해자가 되지만 토끼 마을의 토끼들은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라는 데서 서로 차이가 있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국 그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끝까지 짚어내지 못한채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지금 책이 있으면 다시 읽어볼 일인데 죄다 광주 집에 두고 왔으니...

여튼 그러면서 재미있게 지냈다. 예전의 현문연 세미나도 그랬고 요즘의 거울 합평회도 그렇지만 본편보다는 그 뒷풀이가 더 재밌었던 자리...

P.S.


그래도 명색이 '와우북 페스티발' 후기이니 거기서 가져온 책들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좌측부터 설명하자면...

『중세, 하늘을 디자인하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유로스님의 적극적인 추천에 힘입어 사온 책이었다. 3,000원으로 풀리기엔 좀 아까운 책이라 하시니...

『미래경』
SF&판타지 도서관에서 발간한 회지. 사실 사야 맞는데, 도서관장님이 선물로 주셨다.  

『뱀파이어 걸작선』
땅콩샌드님의 리뷰를 보고 퍽 인상깊었던 책... 기억해두었다가 이제야 사들고 왔다. 같은 번역자가 기획한 앤솔러지 중에서는 가장 좋은 책이라는 평도 있었던 듯 한데, 제법 기대 중이다.

『두개골의 서』
북스피어 부스에 갔다가 『어둠의 속도』 옆에 보이길래 그냥 집어온 책. ...음.

『어둠의 속도』
정소연님의 SF 강좌에서 쓰는 교재. 이 책이 쓰일 날은 아직 며칠 더 남았으니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누군가를 만났어』
배명훈/김보영/박애진 단편선. 세 작가들의 첫 출간작이기도 하다. 편집장님에게서 선물받으면서 인세에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인세를 돈이 아닌 책으로 받았다고 하시니... 인세로 돈 대신 포도주를 받곤 했다던 중세 이탈리아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일화인데, 의외로 거기에 대해 별 감정은 없어보이셨다. 돈보다는 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했던 시절이었다고 하시니.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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