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당일 전까지만 해도 여러 SF 팬덤 게시판에서 이야기가 되었던 듯 한데, 어찌된 일인지 후기 하나 올라오는 게 없다. 지난 번의『U, ROBOT』저자 간담회(이하 작가 간담회) 때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곤 하나 이 정도로 반응이 없어서야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퍽 심심한 일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나 역시 썩 길게 쓸만한 행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지라, 단평 위주로 쓰려 한다.

  1. 비 때문에 행사 자체가 다소 지연되었다. 세 분의 주빈이 모두 도착하기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그 동안 방문객들은 거의 방치되어있다시피했다. 지난 작가 간담회 때와는 달리 혼자 온 이들이 많았던 탓에 분위기도 서먹서먹. 운영진 일부는 안면 있는 몇몇 방문객들과의 잡담에 여념이 없으시던데, 다른 방문객들에게도 신경을 써주시는게 어땟을까 싶다.

  2. 참석자 수는 지난 작가 간담회에 비해서는 다소 적은 편이었다. 그 때야 주빈인 작가들이 다섯 분이나 왔고, 이번에는 번역자 세 분만 왔을 뿐이니 딴에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소연 씨가 '번역자에 대한 관심은 문학에 대한 더 많은 애정을 요한다'고 했던 것과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고. 그렇지만 당연히 보일 걸 ㅏ생각했던 이들이 오지않았던 데는 - 개인적인 사정이긴 하지만 - 조금 놀랐다.

  3. 운영진의 진행 능력은 지난번보다 많이 나아졌다. 일전의 간담회 때는 주최측이 중요한 질문들을 독점하려 한다는 인상을 상당히 많이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질문권을 독자들에게 많이 넘긴 것도 주목할만한 요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성격의 행사에서 진행자는 사회자로서의 자신과 질문자로서의 자신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 이번에도 캠코더와 카메라가 동원되었는데, 앞으로 나올 SF&판타지 도서관 회지에 인터뷰 관련 내용이 실릴 거라 한다. (지난 작가 간담회도 마찬가지.) 그렇다곤 해도 영상은 남을 텐데 그걸 공개해줄 순 없을까 궁금하다.

  4. 세 명의 역자들에게 추천작을 물으면 하나같이 자신이 가장 최근에 번역한 작품들을 뽑았다. 번역하는 그때 그때마다 그 작품에 애착이 가기 때문이라나. 그 때문인지 질문자들의 질문도 대부분 최근작(ex: 송경아님에게는 렘의 『사이버리아드』에 대해 묻는 식)에 쏠렸는데, 다소 아쉽기야 하다. 특히 김상훈님은 워낙 많은 작품들을 번역하셔서 끌어낼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을 텐데.

  5. 이하는 세 분의 역자들에 대한 인상평. 대단한 것은 아니다.

    • 송경아 : 세 분의 역자 중에서는 비교적 판타지 쪽에 많은 애정을 두어온 분이다. 워터가이드에서도 고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셨고... 다만 이번 행사에서는 SF쪽의 이야기를 주로 하셨다.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SF 팬덤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신 듯. 판타지 번역에 대한 질문을 한두 가지 던져볼까 하다가 그냥 삼켜버렸다. 뒷풀이 자리에서라도 물으려 했는데 내가 뒷풀이를 가지 않는 바람에 생략. 질문에 대답하던 와중에 스스로를 생계형 번역자, 김상훈님을 취미형 번역자(맞나?), 정소연님을 지사(志士)형 번역자로 분류하셨던 게 꽤 재미있었다.
    • 김상훈 : 웹상에서는 다소 냉담한 기운이 느껴지는 중년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뵈니 꽤 활달하고 입담이 좋은 분이었다. 지난 작가 간담회 때 오셨던 곽재식님 이상이다. 공동 이벤트가 아니라 단독 이벤트, 간담회가 아닌 강연회를 열어도 혼자 몇시간쯤은 기세 좋게 이야기하실 듯한 분위기. 진행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잘라야 했던게 아쉬울 정도였다. 번역에 대한 가장 큰 동기는 '사리사욕'이라 대답.
    • 정소연 : 거울 기획 기사로 나온 인터뷰의 소제목에서 정소연님을 부른 호칭이 '맑고 아름다운 소녀'였다. 나중에 기사를 찾아 읽으며 좀 과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소녀적 감성을 지닌 분이다. 인터뷰나 블로그에서는 종종 내비쳤던,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과 문학 활동과의 연결 지점에 대해 물었어야 했는데 그 때는 생각나지 않는 바람에... 사실 정소연님은 본인 홈페이지에 Q&A란(링크)을 열어놓기도 해서, 진짜배기 팬이라면 평소 그 쪽을 이용했으리라 생각한다.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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