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내가 《판타스틱》을 읽어본 건 이번 호가 처음이다. 사실 그 전에도 주변으로부터 추천은 여러 번 들었건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결국 이 잡지를 본 건 계간지로 전환하게 된 뒤였던 셈이다. 핑계를 대자면, 여태 판타스틱이 다뤘던 기사들 중에 내 마음에 끌리는 게 그다지 없었다고 해야 할까. 이번에 구입했던 것도 반쯤은 책 말미에 실렸다는 중세 장르문학 특집 덕분이었으니 핑계로서는 충분하지 않나 싶다. 

나머지 절반은 판타스틱이 계간지로 전환되게 내버려둔 데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작년에 한창 《판타스틱》 폐간 루머가 돌 때 조차도 내가 집어들었던 건 《판타스틱》이 아니라 『타임 패트롤』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이걸로 나 혼자만 《판타스틱》에 대해 갖고 있던 부채감을 어느 정도는 덜었다 해야 할까.

정작 《판타스틱》에서 대대적으로 다루었던 김내성 100주년 특집은 사실 그저 그랬다. 일제 시대에 쓰여진 소설이니까 딴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지만 배경도 썩 익숙해지긴 어려웠고 소설의 핵심이어야 할 트릭도 썩 정교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심리극이라 하면 적절치 않을까 싶고... 특히 「탐정소설가의 살인」이 그렇다.

다만 단편 「연문기담」에 나오는 여성 주인공의 당돌함은 꽤 마음에 들었다. 특히 "누구냐! 찬란한 태양을 한 아름 안고 창천을 우러러 한숨짓는 자는?"이라는 대사는 지금도 꽤 재미있게 읽히는 대사다. 일제 시대의 '신여성'이 지금까지도 구시대의 인물로 읽히지 않는 건 이 시대의 비극이겠지만, 그래도.

원래 목적이었던 「중세유럽의 장르문학」이라는 기사는 꽤 괜찮았다. 내가 원래 판타지 장르의 원형을 제공한 작품들에 호의적이라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자칫 지루하기 쉬운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꽤 노력했고, 성공했다는 건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같은 필자에 의한 후속 기사를 몇 편 더 보고 싶기도 하고. 이에 비해서는 좀 딱딱한 편이긴 했지만 중국귀신 이야기 관련된 기사도 꽤 흥미로웠다. 기회가 되면 북시 위키에 이 기사의 내용을 요약 수록해보고 싶지만 그건 저작권 때문에 안되겠지...

이 정도 수준만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사볼만하지 않나 싶다. 여름호는 봄호와는 또 완전히 다른 구성이 될 거라 하니 두고 봐야 하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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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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