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마뉴 황제의 전설
토머스 불핀치 저
토마스 불핀치의 신화시리즈 3부작 중 완결편. 성전과 서사적인 상상력의 조화로 쓰여진 이 책은 8세기 유럽의 프랑크 왕국을 배경으로, 이슬람 국가의 유럽 침공에 대항하는 카롤링 왕조의 샤를마뉴 황제와 12용사들 - 그들의 용맹과 명예와 사랑이 역사적 사실과 공상을 넘나들며 흥미롭게 펼쳐지는 대서사 로망스라 할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 오역을 저지르고 있는 멋진 책)


 도저히 못 읽겠다!!

 범우사라는 데서 어느 정도 각오하긴 했지만 번역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오를란도'와 '오르란도' 사이에서 '오르란도'가 선택되고 '롤랑'과 '로랑' 사이에서 '로랑'이 선택된 것 정도는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오르란도'와 '로랑'이 혼용되는 따위의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샤를마뉴'가 찰스, 샤를 등의 다양한 이름과 혼용되는 것을 보고 나면 그냥 착잡할 따름. 설령 토마스 불핀치의 원문이 그렇게 복잡하게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자가 적절히 통일해야 했을 것이다.

 'XX라는 이름의 성(城)' 식의 매끄럽지 못한 번역(그냥 'XX 성'이라고 하면 안되는 걸까?)도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다. 고유 명사 통일 문제야 이 방면의 전문 지식이 부족한 역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일이지만 문장 자체가 매끄럽지 못한 것은 번역자로서의 기본 자질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더 문제다. 저자 약력을 보니 무슨 전공인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던데 어떻게 이런 불성실한 번역이 나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사실상 이 책이 사실상 국내에서 샤를마뉴 전설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책이라는 점이다. (<샤를마뉴 대왕의 위대한 보물>이라는 책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샤를마뉴를 소재로 삼은 동화에 가깝다.) 그 '유일한 책'이 원전도 아닌 편집본이라는 것 자체도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아서왕 전설에 대해서는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가 번역되어 있는 것과 매우 비교되는 일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샤를마뉴 전설에 대한 더 믿을만한 저작이 번역, 소개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작업이 수월할 것 같진 않다. 일단 아서왕 전설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지라 판매량을 장담하기 어렵다 보니 (<샤를마뉴 황제의 전설>만 해도 98년에 출간된 책이 2004년에야 초판본 2쇄를 찍었다) 책임감 있게 작업을 진행할 번역자나 출판사를 만나기가 참 어렵다는 게 문제다. <아발론 연대기>를 냈던 북스피어라면 믿을만할 듯 한데 요새 북스피어는 이래저래 여유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이 책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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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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