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단상(2)

일기/독서 2008/12/04 15:34
문장력이 괜찮은 책의 문제점 : 읽을 때는 걸작인데 읽고 나면 평작

요즘 『파우스트』를 읽는 중에 떠올린 문구긴 하지만, 그보다는 김훈의 글에 맞을 법한 말이지 싶다. 얼마 전에 김훈에 대한 냉소적인 글을 봐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지만. (나귀「김훈의 굴욕인가...?」) 원래부터가 나는 김훈의 최근 행보에 그닥 호의적이지 못했으니까.

사실 김훈에 대한 평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걸 보면 좀 복잡한 기분이 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들었던 것은 그가 아직 유명세를 타기 전이었으니까. 그 때만 해도 김훈에 대한 내 입장은 '꽤 괜찮은 글을 쓰지만 글줄로 출세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작가' 정도였다. 김훈의 문체는 취향을 많이 타는 데다 자주 보면 질리기 쉬우니까. 아무리 문장력이 탁월하다지만 알맹이 없는 글만 반복해서야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기대하긴 어렵잖은가. 나만 해도 김훈이 『개』를 썼을 무렵에 그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거뒀으니까. (나중에 나온 『남한산성』도 사기는 샀다만 이왕의 실망감을 완전히 거둘 정도는 아니었다. 외려 '역사서를 폼나는 문장으로 적당히 문질러내 팔면 밥은 먹고 살 작가'라는 시니컬한 평만 추가하게 되었을 뿐.)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당대 최고의 문장가'라느니 노벨상 수상감이니 하는 평단의 격찬을 듣게 되니 놀랄 밖에. 요새 김훈의 인기가 점점 사그라드는 걸 보면 좋아했던 작가의 몰락을 슬퍼해야 하는지 원래 그가 받았어야 했을 위치로 돌아온 것에 안도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원래 그 정도'라고 냉소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마음이야 편하겠는데 글쎄... 소설로는 『칼의 노래』, 산문으로는 『자전거 여행』 이후로 특출난 글솜씨를 보여주지 못하는 걸 보고 나귀 님의 말씀대로 급추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다.

아래는 예전에 썼던 김훈 관련 글들.

『개』(클릭)



김훈 단상(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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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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